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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
우리가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질문, 흘러가는 시간에 대처하는 방법을 정신과 의사 엑또르 씨에게 들어봅니다.
희끗해진 머리를 가리기 위해 염색을 한다. 부쩍 늘어난 주름살이 신경쓰여 기능성 화장품을 바른다. 나이를 먹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흔적이 얼굴에 남는 건 꺼림칙하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그렇다면 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마음이 허전하다. 염색으로 가려진 머리카락과 화장품이 덧발라진 피부가 서글프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온 흔적들이라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 그리고 용기를 낸다. 새로운 내일, 그리고 미래가 있기에. 여기서 잠깐, 우리가 기다리고 기대하는 그 미래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미래에 우리는 만족할 수 있을까? 『엑또르 씨의 시간 여행』이 던지는 질문이다. |
엑또르는 파리의 정신과 의사다. 그의 하루는 분주하다.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환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런데 그들의 고민은 모두 한결같다. 바로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고민들이다. 어떤 이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근심하고, 어떤 이에겐 흘러가는 시간이 무료하기만 하다. 지나간 과거가 후회스러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시간을 희생해야 함이 괴로운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런 고민들이 마음의 병이 되어 결국 병원을 찾게 만든다. 의사이긴 하지만 엑또르 씨도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긴 힘들다. 그 또한 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다. |
엑또르는 어느 날, 시간에 관한 꿈을 꾸게 된다. 기차 안이었는데, 복도를 빨리 걸으면 걸을수록 열차의 속도가 느려지고, 느리게 걸으면 열차의 속도가 빨라지는 꿈이었다. 때문에 보고 싶은 풍경을 보기 위해 멈추면 기차는 빨라졌고, 풍경을 지나치고 싶어서 걸음을 빨리 하면 기차는 느려졌다. 그는 이 꿈이 전하는 메시지가 흘러가는 시간과 싸우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뜻대로 시간을 조절할 수 없다는 진리를 ‘기차’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는 그 꿈을 계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시간에 대한 지혜를 얻기 위한 엑또르의 여정이 시작된다. |
엑또르는 그 여정을 통해 얻은 것들을 수첩에 하나씩 기록한다. 하지만 그것들이 그가 찾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최종적인 해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답을 찾는 과정에 있어서 꼭 필요하고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었다. - 당신은 바뀔 수 있는 것을 바꾸려고 애쓰며 시간을 보내는가? 바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애쓰며 시간을 보내는가? 이 두 가지를 구별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이 세가지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 약간의 시간을 할애해서 시간과 상대성이론에 관해 잘 씌어진 과학책을 읽으라. 빛의 속도를 초과하지 못하면 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라. 책은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철학적 사유들을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녹였다. 때로는 과학적 근거로, 때로는 철학적 담론으로 ‘시간’ 에 대한 관점을 다양하게 해석하고자 했다. 이러한 책의 장치들은 탁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바로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아무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해도 그 답은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는 사실이다. “현재를 살아라, 영원한 것처럼.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책의 띠지에 있는 문장이다. 이것이 책이 전하는 유일한 메시지는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이러한 단순한 메시지가 갖는 명쾌한 힘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명쾌함 속에는 생의 본질을 가로지르는 ‘진리’가 담겨 있다. |
삶에 정답은 없다. 누구나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그 가치에 점수를 매길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이 선택한 삶에 끊임없이 정당성을 부여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좀 더 ‘옳고 귀한’ 가치를 추구하며 그 답에 가깝게 살아가고자 한다. 이것은 비록 쉽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고결한 ‘의무’다. 많은 책들과 성자들도 그 답을 찾고자 했고, 그 노력들이 모여 문명이 되고 철학이 되고 이념이 되었다. 이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뚜렷한 답 없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전히 ‘과정’ 속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간이 주는 교훈이며 ‘현재’가 중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