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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 카오틱스
세계적인 마케팅 대가 필립 코틀러가 불확실한 미래를 대처할 수 있는 ‘카오틱스 시스템’을 제안합니다. 격동의 시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길을 책 속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2008년 가을, 미국 금융시장이 붕괴되고 있을 때 불안에 떠는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경제학자들에게 통찰력 있는 신탁을 요구했다. 필자가 시카고대학에서 배운 바 있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Gary Becker)는 그런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아무도 모른다. 나 역시 분명히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인들이 괜히 겸손을 떤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인들은 자신이 정말 몰라서 이런 식으로 솔직히 말한다. 사실 잘 모르는데 미래를 섣불리 예측했다가 크게 망신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세상은 원래 불확실하다고 하지만 불확실성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비가 오는데 자동차를 운전한다고 생각해보자. 보슬비가 내리면 와이퍼로 앞창을 닦지 않아도 앞이 어느 정도 보인다. 빗줄기가 점차 심해지면 와이퍼로 빗물을 닦아야 앞이 보인다. 하지만 비가 더욱 억수같이 내리고 우박이라도 내리면 와이퍼도 소용없게 된다. 아예 운전을 포기하고 길 옆에 정차를 하고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바로 시계 제로인 경우다. |
기업들에게 위기는 수시로 찾아온다. 투자를 잘못하거나 마케팅을 잘못하여 위기를 맞기도 한다. 때로는 나름대로 잘 준비를 했지만 외부 환경이 급변해 미처 손을 쓸 수도 없이 당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기업은 항상 위기에 대처하고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는데 이를 ‘카오틱스 시스템(Chaotics System)’이라고 한다. |
경기가 급락하고 불황이 심화되면 많은 기업들은 인력과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신제품 개발을 포기한다. 물론 이렇게 비용과 투자를 줄이면 단기적으로 비용이 줄어들어 회사 상황에 조금 숨통을 열어준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고 근시안적인 대응은 경쟁기업에게 오히려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경기가 호전되었을 때 많은 사업 기회를 잃게 한다. 그래서 비즈니스 구루인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존 캐슬라이언과 함께 쓴 『카오틱스』에서 위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카오틱스 경영체제를 도입할 것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
경기가 급속하게 얼어붙을 때 기업들이 저지르는 치명적 실책은 8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위기에 대처한다고 하면서 인력을 크게 줄이면서 회사의 핵심전략과 기업문화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둘째, 비용을 줄일 때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무조건 전면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어리석음을 저지른다. 셋째, 직원 같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을 분별없이 제거한다. 넷째,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신제품 개발 비용을 대폭 삭감한다. 다섯째, 판매량을 늘리려고 가격할인을 서슴지 않는다. 여섯째, 판매비용을 축소하다가 충성고객을 놓치는 우를 범한다. 일곱째, 직원들의 교육개발 비용을 삭감한다. 여덟째, 기업 운영에 매우 중요한 협력업체에 지나치게 압력을 가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여러분의 기업은 위기가 닥쳤을 때 이상의 여덟 가지 실책을 혹시 저지르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기 바란다. |
어떻게 하면 위기에 잘 버티고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카오틱스를 갖추려면 세 개의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격동의 근원을 미리 감지하는 조기경보 시스템(early warning system),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를 최선, 중간, 최악 등 여러 상황으로 가정하는 시나리오 구성 시스템(scenario construction system), 가장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들을 선별하고 상황별 대응전략을 만드는 신속대응 시스템(quick response system)이 바로 그것이다. |
모든 기업들이 이런 카오틱스 모델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위기에 닥쳐서 매우 허둥댄다. 미리 준비를 했었다면 침착하게 대응하여 일촉즉발 위기를 넘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변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기업의 내외부 환경에 항상 주목하면서 시나리오 발생 확률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 물론, 준비성이 철저한 일부 대기업들은 이런 시나리오 경영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왜 그런 기업들도 실제로 위기가 닥쳤을 때 안절부절 못하는 것일까. 아무도 파티에서 흥을 깨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나쁜 상황을 알리는 악역을 애써 맡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차이다. |
2008년 2월 미국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는 미국에 다가오고 있는 금융위기 확산 과정을 12단계로 정리하여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 글이 처음 보도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관론자로 매도했다. 하지만 몇 개월 후에 실제로 그의 시나리오대로 금융 위기가 도래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닥터 둠(Dr. Doom)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졌다. 그는 비관론자라는 닥터 둠보다는 현실론자라는 닥터 리얼리티(Dr. Reality)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곧 현실화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그런 시나리오를 용감하게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런 용감한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아야 우리 기업과 경제가 다가올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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