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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밥상 이야기
소박한 한 그릇의 음식이지만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몸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을 채워주는 착한 밥상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꼬순 맛은?” 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잣이나 개암, 호두 같은 것을 생각해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마트에서 본 아몬드, 땅콩과자, 건강에 좋다는 별별 기름들이 고소한 맛으로 떠오르지만 정작 그 속에서 ‘꼬순 맛’이라는 이름은 붙일 곳은 적당치 않다. 자연에서 얻은 그 맛은 매일 달고 기름진 음식에 익숙해진 우리의 입맛으로는 느끼기가 어려워져 가고 있다. 시골에서의 참살이를 하며 작은 밥집을 운영하는 저자는 솜씨좋은 요리전문가다. 외할머니에게서 시골 밥상의 인심을 온 몸으로 느끼며 자랐고, 시어머니로부터 궁중요리와 건강요리를 배웠다. 요리를 하느라 칼에 베이고 불에 데인 상처로 거칠어진 손이지만, 단정하게 다듬은 그 손끝을 놀려 화려하면서도 소박하고 맛깔스러우면서도 건강한 밥상을 차려낸다. 그녀가 만든 음식을 직접 먹어보지 않아도 책 『착한 밥상 이야기』를 통해 그녀의 삶이 막 텃밭에서 따내고 무쳐낸 나물반찬처럼 향긋함을 알 수 있다. 꽃모양으로 찍어낸 배를 띄운 오미자 화채처럼 새콤달콤 매콤씁쓸한 다채로운 인생의 맛도 느껴진다. 이 책에 담긴 자연과 사람을 향한 진솔한 인생 요리법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실용요리법보다 더 유익할 것이다. |
그녀는 들녘에서 피고 자라 길들여지지 않은 진정한 생명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까다로운 입맛도 아니고 타고난 채식주의자도 아니다. 하지만 인공 화학 조미료나 기름기 많은 음식, 고기를 가까이 하면 혓바늘이 돋거나 배 속이 불편해진다. 어떻게 보면 유별나게 음식을 가리는 것이지만 고기 대신 콩과 된장에서 단백질을 얻을 수 있고, 싱싱한 땅의 기운을 받은 채소만으로도 충분한 힘을 낼 수 있다. 이러한 그녀의 생체 시스템 덕분에 건강하고 맛있는 밥상을 자연이 허락한 것들로 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주변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자연의 제철 재료는 그녀에게 있어 최상의 요리 재료다. 신선한 재료에 천일염 같은 자연 조미료로 간을 하고, 매실액과 식초로 맛에 요술을 부린다. 이것이 숨기지 않는 음식 맛의 비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요리를 한다. 요리하는 사람의 온 몸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기운은 음식에서 맛있는 기운으로 배어 나온다. 따로 멋을 부리지 않아도 건강한 맛이 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재료의 껍질을 까고, 씻고, 썰고, 졸이고, 삭히고. 부엌에서 조용히 분주하게 갖가지 자연을 다루는 그녀가 금세 밥상을 뚝딱 차려낸다. 가장 좋아한다는 취나물 비빔밥이다. 향이 좋고 쓴 맛이 적은 취나물은 씹을수록 향긋하며 고소하다. 고슬고슬 지은 밥 위에 막 삶아 무쳐낸 취나물을 얹고 비빔장으로 비벼 먹으면 입 안 가득 취나물의 향이 오른다. 단 한 그릇이지만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진수성찬이나 다름없다. 음식은 맛이나 영양, 모양새, 분위기로만 먹는 것이 아니다.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도 하고, 아픈 몸을 낫게도 해준다. 깊은 그리움을 채우고자 하면 깊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김과 굴비를 상에 올리고, 배앓이를 하는 이에게는 4월 끝자락에 날리는 송화가루를 모아 물에 타 마시게 한다. 음식과 재료가 가진 특성을 알고, 효험을 알기에 그녀가 정성을 다해 차린 소박한 밥상은 누구에게나 부족함을 채워주는 치유의 음식이 된다. |
서울에서 태어나 40년 동안 도시에서 살아온 그녀는 불현듯 도시에서의 삶이 자신을 악하게 만들고 죄를 짓게 한다고 생각했다. 빠른 속도, 지나친 소비와 물욕, 남과의 경쟁, 상대적 빈곤감에 허덕이며 타인의 속도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 것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시골에 가서 밥집을 하며 살겠노라 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골에서의 삶에 대한 고집을 꺽지 않았다. 결국 충남 당진으로 내려와 작은 밥집 ‘미당’을 꾸렸다. 텃밭을 일구어 먹을 것을 심어 가꾸고, 뒷산과 들판에서 자란 풀을 뜯는다. 이렇게 자신만의 리듬과 의식을 가지고 깨끗한 노동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 남을 괴롭히지 않아도 되고, 서로 우월함을 내세워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삶이 바로 그녀가 당진으로 내려와 밥집을 하는 가장 큰 이유이며, 하루를 살아도 자연에서 마음 편하게 살겠다는 그녀의 고집인 것이다. 도시 사람이 시골에 내려와 밥집을 차리니 소문도 많다. 서울 부잣집 아들래미가 놀음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내려 왔다더라, 알고 보면 엄청 부자라더라, 심지어 미당 안주인이 첩이라더라. 무성한 소문이 피어오르는 와중에도 그녀는 ‘원래 첩이란 젊고 예쁜 여자들에게 붙여주는 별칭이 아니냐’며 한참을 웃는다. 그 또한 맛있는 웃음이다. |
소박한 밥상이 전해주는 행복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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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만찬 공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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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사람처럼 먹어라 권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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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석영의 맛있는 세상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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