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심취한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 그 조화로운 관계
2012년 6월 26일(화)일부터 7월 15일(일)까지 전주 아카갤러리에서 친 자연주의 한국화가조현동의 32회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하모니-관계(Harmony _ Relationship)’ 이다. 시메트리의 균제감에서 약간의 이질을 찾아가는 것, 흐트러짐과 자유, 그 이질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 갈등의 조절에서 오는 행복은 인간의 것이라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왕조의 유물처럼 잔존하는 기와집들과 별미 이상의 화향연회(畵香宴會)를 이루고 있다. 조현동의 그림엔 언제나 잃어버린 추억이 있고, 동심이 있다. 고향같은 그의 화묘(畵描)에서 평안을 희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짐도 부인 할 수 없다. 여린 감성으로 들풀들의 이야기를 담노라면 늘 나타나는 나비와 청정의 반딧불이, 주변의 얼굴이 떠오른다.
첨록화화(添綠華花), 날은 덥건만 하늘은 푸르고, 서른 석 점의 전시 작품은 32회 ‘하모니-관계’ 서울展의 열기를 전주展으로 옮겨 놓고 있다. 회수를 첨가하지 않는 겸손함에 그의 작품은 더욱 발랄하고 ‘진달래’,‘ 소화’, ‘패랭이꽃’,보 라빛 ‘비비추’에 이르는 침잠의 자연의 상징은 노장의 사상이 내재되어 있다. 칭송받을 토속적 색감은 그래서 더 빛을 발한다.
시적 서정이 일어나는 자연과 처절한 삶이 들어있는 인물들에게서도 ‘계절과 자연’의 순리로 극기하고자하는 작가의 소박한 바람위로 장미와 진달래의 붉은 정열이 피어오른다. 억척 같은 세월의 모진 광풍에 매발톱꽃이나 엉겅퀴같은 고진감래의 꽃을 피어내지만 그의 마음 한가운데는 목련의 ‘터짐’과 파초에 앉은 물총새의 ‘노래’처럼 평화를 희구한다.
한 구루 소나무 밑에 고도(Godot)가 기다리던 그 느낌, 가공되지 않은 원색의 자연이 빚어내는 ‘오감의 미’와 그 아름다움의 오브제, 기쁨의 모티브는 늘 우리에 ‘일깨움’을 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단순한 자연이 아닌 다의적, 심층적 신화와 제의적 현실과도 연관이 있다. 감각 경험으로서 그의 이미지는 순수 자연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존재보다는 둘이상의 존재들과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유한한 생명을 영위한다’는 관계는 동양적 사고관을 대변한다. 그의 조화(consonantia)는 자연에 정신을 직접노출 시키는 듯한 오묘한 관찰을 대동한다. 스토리 텔링이 있는 그의 이마쥬는 늘 자연에 대한 경건한 오마쥬이다. 그것은 작가의 시적 감성을 늘 대변한다.
조현동의 그림이 ‘말하고 있는 것’ 과 ‘의미하고 있는 것’은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의 존재와 공생, 자연과 자연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친밀(Vertrauheit)에 그림으로 쓰는 에세이이다. 주제가 된 그의 ‘하모니-관계’展은 21세기 들어 줄곧 작업하였던 ‘자연-순환-이야기’ 연작과 인물(인연)을 염두에 둔 작품들이다.
작가는 ‘자연-순환-이야기’에서의 꽃과 곤충, 어패류, 조류 등을 소재로 하고 자게를 사용한 전통 기법의 이면(裏面), ‘하모니-관계’ 전주展에서는 전통채색기법의 현대 조형성으로 조화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작가는 꽃을 매개로 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만남을 통해 친밀한 관계성을 표출, 관람객들의 의구심으로 부터 수긍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인물화인 ‘인연’에서 가족, 친구, 그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던 지인들과 꽃을 조화롭게 배치, 인물이 내재하고 있는 정신성과 외적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 의도의 정적인 공간은 합리적 확신, 또렷한 통찰, 정신적 고향을 상실한 영혼들의 휴식처가 되는 유토피아적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조현동의 원형의 모양(도트)은 순환을 뜻한다. 우주의 질서, 자연의 순환, 인간의 삶은 모두 그 궤적을 타고 내러티브를 이룬다. 원형의 군집은 모양마다 각기 다른 자연 인간의 사람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역사와 신화가 되어왔고, 지속될 것을 암시한다. 원형의 숫자는 어떤 의미보다 작품전체의 조형에 맞추어 크기 숫자를 정하고 공간에 배치한 것이다. 오브제는 자게이다.
‘하모니-관계(Harmony _ Relationship)’ 전주展은 조현동 하면 떠오르는 자연과 인물들을 천에 혼합재료를 사용하여 4호에서 40호에 이르는 그의 정신적, 시적 자산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드러냄’展이다. 그의 구사하는 상징과 ‘모든 사랑해야할 대상’에 대한 성직자적 상상 속에 투사된 자연과 인간의 합일은 불가능하나 도전해볼 과제이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