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장석용 객원기자]
인사동 라 메르 갤러리의 1층과 3층,
‘제30회 현대사생회 30주년 회원展’이 종료되었다.
현대사생회(회장 김종수,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가 12월 24일부터 30일까지 야심차게 보여준 전시회 작품들은 창립30주년(1985년 3월 1일 창립,
초대회장 이수억)의 연륜에 걸맞게 삼십년을 정리하며,
중후한 모습으로 자연을 통한 겸허와 통섭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었다.
바다와 하늘의 푸른빛으로 내려와 늘 설렘의
보금자리로 여겨지는 현대사생회의 이미지,
캔버스,
베레모,
대절 버스,
흩어져 여유로운 스케치,
좀 튀는 복장과 액서소리,
걸쭉한 입담 등으로 비움의 천착과 프레스의 표적이
되어왔다.
난해한 추상의 숲을 우회하여 그들은 조용한 바람과
가벼운 재잘거림으로 자작나무 숲에 내리는 눈 같은 전시회를 해마다 열어왔다.
여러 장르에 걸친 화가 158명과 부스작가 9명,
총167명의 화가가 참여한 창립 30주년 기념 ‘제30회 현대사생회 회원展’
및 ‘9인의 부스展’에 출품된 작품들은 주말마다 전국을 누비며 자연과 교감하며 사생해온
작품들이다.
빼곡히 걸린 작품들은 저마다 자란 야생화처럼 고고한
그림 향을 뿜으며 우리나라 ‘자연의 오묘한 빛깔’과 정취를 사계에 담아내었다.
사생해온 작가들의 기법과 테크닉을 논하는 것은
무례에 해당된다.
동양적 가치와 서양의 테크닉을
혼조(混調)시키며 지고의 자연을 숭배하며 ‘일상의 소중함’을 지존의 가치로 지켜온 그들의 철학을 경박하게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순수’와 ‘배려’로 빚은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자연에 품에 안기는 듯한 느낌과 첫사랑을
떠올리는 흥분을 자아낸다.
회비회원 칠백여명 중 출품 작가들인
김희주,
박병준,
박영재,
서경애,
송진세,
임장수,
조혜숙,
정연갑,
정의부,
최낙경,
강길원,
김종수,
김흥수 등의 작품들은 ‘북일면에서’,
‘생명의 근원’,‘잘쯔부르크의 성당’,
‘화양대노(華陽大老)의 직필혼(直筆魂)’,
‘용문산 은행나무’,
‘Nomad’, ‘월담야화’,
‘새하얀 눈길’.
‘서정리의 배꽃’,
‘현리’,
‘도시나무’,
‘풍경적 추상’에 걸쳐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신을 화폭에 담아내었다.
역대 회장과 간부의 작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화가들이 자연을 벗하고,
이치를 깨달아,
철학의 상부에 도달하면 모든 것이
간단해지고,
수사는 없어지고,
담백해진다.
사생회 회원들의 작품들은 대지의
기운,
하늘의 청기(靑氣)를 받아서 작가들이 자연을 닮아서인지 비교적 꾸밈이 없고
순수하다.
그들은 주름진 산과 허기진 강,
허약한 숲도 경쾌한 방울소리를 울리며 달려드는
꽃들의 함성으로 채워 넣는다.
대자연 속이나 일상에서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마음껏 발산하며 행복해 했던 사생회 멤버들,강기융,
김미자,
김진부,
문홍기,
서양순,
송태관,
이계노,
이정숙,
등이 ‘신비의 삼각산’,
‘황산사신봉과 와룡송’,
‘기장마을’,
‘산수유마을의 봄’,
‘여정’,
‘산심(山心)’,
‘한련초’,
‘바닷가에서’
등은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 오는 근원으로
기능한다.
메아리나 징검다리로 이어온 현대사생회의
삼십년,
아름다운 전통을 연결시키고,
이제 새로운 여정을 꾸리는 그들이 디지털 숲으로
변한 환경 속에서 어떤 자세로 자연을 묘사하고,
산과 언덕을 안고 흐르는
실개천,
수줍음으로 피어나는 들꽃,
흐드러지게 피는 메밀꽃,
빨간 벽돌집,
하늘에 비친 노을,
맑은 눈빛의 청노루에 대해 어떻게 친화력을 가질지
궁금증이 인다.
사생회 회원들은 자연과 더불어
‘도시풍경’(하석만),
‘아름다운 청춘’(오효근),
‘석류향기’(오재천)와 같은 일상의 소중함도 그림의 덕목으로 삼는다.
비교적 식물성 소재들을 대상으로 삼아 평화로움을
채취하고 낭만을 저장하는 것,
사생회 화가들이 생각하는 자연에 순리에 따르는
법이다.
그들은 전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삶의 현장을
스케치하면서 구상 화단을 주도하는 풍경 화가를 많이 배출해왔다.
자연 속에서 자연의 풍광을 모사하는 것은 신의
섭리를 터득하는 길이다.
‘나무 작가’
김종수 회장은 나무를 인간의 삶과 우주의 질서와
결부시켜 자신의 철학으로 삼아왔다.
그가 접해온 대상에 대한 심도 있는
관찰,
존재성 부여,
철학으로의 승화는 회원들의 공감을
사고,
수범이 되어왔다.
아련한 동경의 ‘고향으로 가는 길’의 한 축을 담당한 이번 전시회는 그래서 값지다.
장석용/객원기자(숙명여대 문신미술관 연구위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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