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나이테를 쌓아가는 김은희식 통관
2012년 4월 7일(토), 8일(일) 오후 6시, M극장의 ‘춤과 의식’전에서 안무가 김은희(희 무용단 대표)는 자신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문에 비유한 『문 Ⅱ』을 발표했다. 문은 통과의례 혹은 시간의 구분, 이승과 저승을 대별하는 경계로 까지 개념이 확장된다.
안무가는 운명을 결정하고 간직하는 것이 문이기 때문에 문을 사랑하고, 문을 열고 필히 들어가야 한다는 절박감을 설정한다. 듀엣(최정호, 유정은)과 김은희(내면의 자아)로 나뉘어져 무대는 분할되고 별개의 공간에서 별개의 춤을 추는 것으로 연출된다.
1장(김은희의 ‘문’이즘(Moonism)): 차갑고 청아한 피아노 선율, 한 여인의 공간에서의 솔로, 독백 같은 텔레파시와의 조우, 그 춤은 여인의 성숙이라기보다는 소녀적 상상에 머문다. 오버랩으로 차고 드는 흐린 바람소리, 서정시의 한 편을 읽어내는 기분이다.
그녀가 창조하는 춤의 원리는 무악(舞樂)이 바탕이 되고, 연희적 요소와 연습량을 측정해 낼 수 있는 움직임을 첨가, ‘나로 부터의 사색’에 이르는 인간의 본성과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고 무사시(舞辭時)의 난장을 품위 있는 여성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안무가 김은희의 마음은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성숙의 단계를 나타내는 문, 몸으로 나타내는 그녀만의 몸의 비스심볼릭스(Bissymbolics), 무아지경 속의 공간이동, 빛의 길은 동일 공간에서 트로이메라이(Traumerlei)를 오히려 단순구도로 처리한다.
2장(아름다운 시절): 여인의 회상 혹은 욕망, 현실에서의 재현, 남녀 이인무, 청순을 구사한다. 이 장면에서의 듀엣은 여인의 분신이자 심리적 투사체이다. ‘현재와 과거의 나’가 만난다. 그리고 그 내면의 나, 현재의 나, 사랑했던 남자 셋이 격정적인 군무를 춘다.
과거의 흔적은 굳어버리고, 사랑의 흔적으로 남는다. 실핏줄로 돌던 석고 원형의 심장, 젊은 날의 초상은 세월과 함께 추억 속에 남는다. 순환과 질서 속에 어쩔 수 방황할 수밖에 없는 운명, 주인공인 나는 세 번째 문에서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문으로의 탐험을 꿈꾼다.
주제음악의 행간을 채울 악기와 셈여림이 구성되고, 그 흐름을 탄 회상씬, 이인무, 피아노 리듬으로 시작하여 점점 상승되는 음악, 분위기는 밝아지고, 현재를 비껴 간 옛날이 그립다. 종달새처럼 노래하고, 천이 흔들리듯 일렁이던 빠른 듯 느린 흐름의 애정이 피던 시절이다.
3장(갈대의 노래): 주제음악을 변주, 형식을 달리한다. 여인의 자화상, 그 위에 미묘한 감정의 중첩에 따른 갈등이 도출되고 그 갈등은 청춘예찬의 모습이라서 아름다운 고뇌일수 박에 없다. 갈등을 고조시킨 한국 타악에 조화를 이룬 역동적인 춤이 추어진다.
4장(누구나 청춘은 있었다): 반복되는 음악, 또 다른 희망의 조짐이 보인다. 장면전환을 아리는 사운드, 전통과 현대 악기의 어울림처럼 현재와 과거는 별개일 수 없다. 음악의 변주는 여인의 일생의 감정선들을 표현하였던 상징과 문이라는 이미지로 기능하였다.
젊은 안무가, 김은희의『문 Ⅱ』은 진주가 되기 위한 고행의 1단계인 모래섬으로의 가벼운 착륙 같은 느낌을 준다. 고통스런 경험이 없이는 진주가 될 수 없고, 독수리의 새부리가 나기위하여 피나는 고통을 감수하는 과정을 좀 더 아린 마음으로 뜯어보아야 한다.
테크니컬 주인공이 늘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그녀의 지고지순의 미덕뿐만 아니라 ‘티베트에서 보낸 7년’ 같은 이치에 대한 조망과 문사철(文史哲)과의 깊은 교류가 보다 필요하다. 이면의 도전 정신과 창의력에 대한 꾸준한 연구, 할 수 있다는 희망은 그녀의 자산이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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