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로 직조한 우리 동화, 문화 브랜드로 격상
2012년 5월 1일(화) 4시, 7시 30분, 5월 2일(수) 4시 세 차례 ‘경기도문화의전당’의 ‘행복한대극장’에서 공연된 러닝타임 한 시간짜리, 김화례(경희대 무용학부 교수) 안무의 발레로 들려주는 동화, 가족을 위한 가족발레 『강아지똥』은 고(故)권정생의 원작동화 <강아지똥>을 텍스트로 삼은 2012년 지방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개발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권정생의 생명사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강아지똥 마저도 소중한 자산이다.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한 그 정신을 바탕으로 ‘동화의 숲에서 만난 발레’는 편백나무의 푸르름을 넘어서 있고, ‘원 소스 멀티 유스’의 전범(典範)으로 기능하면서 창작발레의 묘미를 듬뿍 선사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발레작품으로 만들어진 『강아지똥』은 격조의 발레와 비천의 상징과의 만남을 조화롭게 풀어 승화시키고 있다. 권정생과 김화례의 사색로에서 만난 ‘겸양의 미덕’과 자기숙성은 문인화로 읽혀지거나 오일 페인팅으로 독해되어도 지장이 없을 듯하다. 사랑을 키우는 발레인 이 작품은 계락적 이성에 의해 저질러지는 폐해를 찬찬히 극복해내고 있다.
핸드벨 소리로 부드럽게 분위기를 열면, 강아지가 등장하고 몸짓 해설자의 일부를 담당한다. 샤막이 벗겨지면 동화적 분위기로 가득한 채색 판타지, 고무줄놀이와 말 타기가 진행 중이다.
토담이 있는 깊은 산골이 공간적 배경이 된다. 잊고 지내왔던 향수가 피어오른다. ‘가위, 바위, 보’에 따르는 웃음, 술래잡기 등 디테일이 앰버의 주조광(主調光)과 조화된다.
이탁오의 동심설(童心說)을 간파한 안무가 김화례, "동심이 가로막히면, 말을 한다 해도 그 말이 진심에서 나오지 않고..." 김화례의 발레 안무작은 소박하고 진지한 가운데 빛을 발하고 있다. 고결의 빛깔과 전설의 시대를 연 그녀가 찾아 나선 발레는 ‘학인(學人)의 등불찾기’와 같고, 고운 마음을 새겨 넣고 그림을 친 여름 부채와 같다.
작은 리듬을 타고 강아지는 똥을 생산한다. 아이들의 활달함과 개 짖는 소리를 받고 암전된다. 똥이 존재한다. 강아지똥 역의 발레리나(김은미)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명제가 해설로 끼어든다. 형상화된 똥을 쓰고 있다. 오브제가 똥이다. 어미닭과 병아리역의 발레리나들 마당을 휘젓는다. 김화례의 발레는 들뜸과 화려함을 의도적으로 가라앉히고 기본에 충실한다.
냄새 탓으로 교제를 못하는 강아지똥의 눈물, 붉은 조명이 분노를 대변한다. 해설이 낀다. 형상화된 흙덩이와의 이인무, 위로와 후회가 교환된다. “하느님은 쓸모없는 물건을 만들지 않았어.”, “정말 그럴까?” 황, 적, 청, 녹, 분홍을 대표하는 한복의 여인들 소쿠리를 들고 등장한다. 일터로 가는 농부들, 쓰임이 되는 흙, 강아지똥은 ‘나는 무엇에 쓰일까?’를 고민한다.
자연의 운율을 따라 발레의 냉량한 상태에 계절을 섞고, 튀김과 지짐의 포장마차 혹은 방물장수와 같은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이 되어 버린 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호박 빛 짙어진 가운데 닭들의 군무, 이어 강아지똥의 독무, 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 그 별이 사라지고 샤막이 쳐진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화려한 별들의 춤이 벌어진다.
다시 샤막이 걷히고 완연한 봄이다. 민들레 활짝 피어 있다. 민들레와의 이인무, ‘너는 내 몸 안으로 들어와야 돼!’ 민들레 쌔 싹을 껴안은 강아지 똥, 빗소리가 들리고, 영상으로 곱게 피어난 민들레,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노력이 피워낸 민들레, 그 꿈을 담아 군무가 추어진다. 김화례 창작 발레의 우아한 현재이다.
김화례 발레의 저력은 교훈적 내용을 클래식하게 처리하면서 순수를 지향하는 점이다. 동화보다 더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창출해내면서 발레적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의상의 상징성, 완벽한 구성, 총합적 연희성은 발레의 봄(春望)을 기다릴 만하다. 이 창작발레는 특히 아이들에게 희생과 협동, 봉사와 배려를 가르쳐 주는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장석용 문화비평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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