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과 소통의 고문화(古文化)적 담론
춘분 주기에 아쿠아마린의 싱그러움과 연우로 내리는 사연을 담은 정열적인 ‘임학선 댄스 위 창작무대 2012 Creative Stage’를 마주하게 되었다.
3월 23일(금) 오후 8시, 24일(토) 오후 7시 30분 2회 공연된 이 작품은 춤 공장에서 직조된 퀼트에 견주어 진다.
두리춤터의 블랙박스는 춤 연기자들의 동작 하나, 땀방울 하나도 포착해 낼 수 있는 무도장(舞道場)이다. 창작정신이 빛나는 이번 무대는 조민아 안무의 <처음 그날>, 조인호 안무의 <중심>, 노한나 안무의 <부케>, 김동민 안무의 <동화, 너를 담다>로 구성되어 있다.
안무자 모두가 직접 출연하고, 구성을 짠 작품들은 고전적 틀 위에서 신선한 감각과 재치 있는 테크닉들을 보여준다. 빗길을 따라 두리춤터에 이르는 길이 처음으로 와 닿았을 설렘, 그 금보(錦步)의 시원은 바로 그 자리, 자신이 서 있는 무대이다.
현대를 춤추지만, 품격과 아이디어는 클래식한 전통에서 스며 나온 것들이다. 미니 검투사들의 출현, 칼을 품은 안무가들은 내공을 쌓아온 것이다. 눈을 품은 봄처럼 인내하며 낮과 밤의 구별이 없는 무사(舞士)들의 삶에도 춘향(春香)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3월의 이야기’(봄)를 희망과 실망의 대비로 극적 효과를 안무해낸 조민아는 <처음 그날>의 ‘처음’이라는 화두로 신인안무가의 무적(舞籍)에 올린다. 그녀의 첫 번째 안무작은 자신과 임혜지, 지가은, 이한울이 ‘처음’의 설렘과 두려움, 순수와 열정을 풋풋하게 연기해 낸다.
가벼운 발 뗌을 상징하는 느린 전진, 산나물처럼 커오는 새싹을 상징하는 친구들, 싱그러움으로 가득 찬 공간, 디테일은 청노루의 맑은 눈처럼 순수하고, 첫 대면의 모든 것들에 대한 환희로 넘친다. 이 작품은 구성과 진지함이 돋보이며 주제에 밀착되어 있다.
조인호 안무의 <중심>은 ‘밸런스에 관한 어떤 시선’에서 출발하여 일상과 일탈로 상상력을 넓혀간다. 지중해의 어느 바닷가, 자유를 향한 강박이 시작된다. 안무자는 나비처럼 꿈꾸며, 천칭의 이치를 탐색하고, 코믹성을 지속적으로 유발하며 역동적 남성 4인무를 보여준다.
스키마가된 테크니션, 김주빈, 이혜준, 박정훈의 출연으로 <중심>은 춤연기자들의 핍진성을 담보한다. 사실처럼 몰아가는 테크닉은 작년 전국신인무용경연대회 대상 수상자인 안무자의 무용수로써의 기량과 몸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균형의 결함을 튼실히 채워 넣고 있다.
노한나 안무의 <부케>는 탄츠포에지(Tanz Poesie)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하이키톤의 지원을 받은 무대는 전복의 가치보다는 순응을 추구한다. 스침에서 오는 갈등마저도 비법 같은 춤을 우회하고, 소녀적 꿈과 판타지적 상승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킨다.
<부케>는 김라희, 김하림, 오인아의 몸언어로, ‘한나의 꿈’, 연(緣)의 소중함과 평생의 인연을 기다리는 마음을 일상의 동작들을 이용해 유쾌하게 표현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이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세부적 장면 분할, 체감의 희열과 기다림에 긴장과 갈등이 더 첨가되었으면 <부케>는 사회적 리얼리즘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김동민 안무의 <동화, 너를 담다>는 소극장 작품으로는 블록버스터형이다. 연주 그룹 앙상블 ‘시나위’의 연주와 노래, 춤이 어울린 춤판은 춤의 원초적 본능에다 동화적 감성과 연정이 담긴 노래와 문학적 서정을 독무(讀舞)한 김동민의 의욕과 열정을 보인 작품이다.
그녀다운 독특함과 춤에 몰입한 흔적은 <동화, 너를 담다>의 투명한 ‘블루’에서 느낄 수 있다. 반개화(半開花)의 무궁, 때가 오면 희망의 열매가 될 것임을 직관(Epiphany)으로 알 수 있다. 육감에 이은 칠감은 소통이다. <동화, 너를 담다>의 확장판이 기대된다. 변다인, 고민성이 동화적 분위기를 같이 만들어 내고 있다.
임학선 댄스 위의 창작무대 2012 Creative Stage는 새로운 감각의 춤 아이디어 경연장이다. 서로의 우수성을 담보하기 위해 치열한 구성 짜기와 찰라에서 생성되는 에너지와 기를 모으는 작업을 계속해온 신진안무가들의 용기에 존중의 서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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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용(문화비평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