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변의 ‘통소’號, 완결판
지난해 12월 30일,31일 양일간 두리춤터에서 공연된 『드라이브 쓰루』는 변형을 거듭해온 이 작품의 묘미를 진한 춤 향기에 담아 자유롭게 ‘그림 속에 노닐며, 그림에게 말을 거는’식 버전이다. 정(靜)과 동(動), 가시(可視)와 불가시(不可視),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가와 관객의 불통과 에토스(ethos), 본성과 상황에 관한 유쾌한 담론을 춤 상황극으로 잘 표현해내고 있다.
관객들이 입장하면 무대의 가벼운 불빛아래 춤 연기자들도 입장하고, 그들은 벽에 걸린 그림들을 감상하는 포즈로 거리감을 가늠해 보고, 예술가의 삶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낸다. 시각과 공간세계를 차지하고 있는 시인 김영태 선생의 ‘마음의 눈’을 가진 그림과 유화 속, 홍시처럼 타들어가는 저녁놀, 날아가는 새, 그네 타는 아가씨, 절구질하는 어머니가 비친다.
인생은 스타킹을 신듯 가볍게 살고 정리할 수도 있고, 언제나 살아있는 피아노의 영혼처럼 영원할 수 있다. 리듬과 조형을 통해 살펴본 쏠쏠한 재미가 시작된다. 벽면을 타고 패닝하면서 들어박히는 타이틀, ‘Drive Thru', 영어로 쓰여 지는 스텝, 댄서들, 모든 멤버들이 화두(話頭) 테오리아, ‘관점, theoria, point of view about art'에 집중한다.
미술관 에피소드, 회화의 모방에 의한 언사(言辭)와 같은 춤은 멜로스(melos,선율)와 옵시스(opsis, 영상)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전시된 그림을 관람하는 같은 옷을 입은 11명의 여자들은 주인공의 군상들. 멈춰진 찰나의 순간을 몸으로 표현하는 주인공(정보경)과 관객의 입장에서 주인공의 움직임을 보는 능수동 설정은 무한의 상상선을 소지한다.
일레븐 무사(舞士)는 김수정,이정민,조민아,김세정,이혜민,김라희,오인아,최예진,지가은,이한울,변다인이다. 그들의 의자무(倚子舞), 사물의 움직임(Der Lauf des Dinges)과 여인들의 움직임은 중심에서 움직임이 확장된다. 미술관 신에서 주인공이 의자에서 다리를 꼬고 턱을 괴고 앉아있는 장면은 열한명의 군상들로 망원경 속의 화상(華象)으로 확장된다.
거울 이미지와 잔상, 기억들은 합일되고, 주 영상인 무수히 지나가는 차들 사이로 움직임은 역으로 중단된다. 이 후 지하철 승객들의 마주보는 자리의 구성, 버스의 승객들의 구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행기의 탑승객들의 자리 구성으로 이미지를 축소시키고 승무원으로 보이는 주인공이 나와 비행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이 몸으로 표현한다.
안무가의 바다는 어항속 물고기의 비유이다. 작은 어항속의 물이 큰 바다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음, 무사들은 작게 뭉쳐서 하늘을 바라본다. 그 위로 파도가 일렁인다. 흥미 없는 큰 바닷 속, 바다위의 수면으로 차고 솟아오르고 싶은 욕망이 인다. 어항속 물고기처럼 공간을 인식하지 못하는 아둔한 예술가 스스로의 모습임을 깨우친다.
미술관 신으로 복귀, 무사들은 전시 그림이 아닌 허공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예술은 불가시 영역에도 무한 동력이 있음을 알린다. 이때 여인은 그 사이로 걸어 나와 전시된 작품 하나를 감상하고 그 멈춰진 그림위로 여인의 움직이는 영상이 투사된다. 관점과 시각이 부각되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호흡의 움직임으로 소통의 가능성이 열린 형식으로 남는다.
깔끔한 현대 영상은 동시대의 우울과 지성을 일깨우고, 영어로 인터뷰가 첨가되는 등 변형된 대사, 음악을 맡은 작곡가 겸 가수 이다는 다수 공동 작업으로 안무가가 원하는 음악을 바로 만들어 내었다. 안무자는 리듬을 직접 소리로 내어 전달하고 이다는 그 소리를 듣고 리듬을 만들어내어 낭송, 음송, 노래하여 움직임에 입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차원의 복합 매체를 통한 새로운 장르의 시도로 버전을 달리할수록 일상의 소중함과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는『드라이브 쓰루』는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상 속, 다양한 차들의 모습은 우리 개개인의 개성과 꿈을 보여준다. 인간은 불확실성의 시간 속에서 소중함의 가치를 두고 방황하며 각자의 꿈을 키워간다.
『드라이브 쓰루』는 연상(聯想)의 리듬을 타고, 다층의 탑형식을 허물고 간결한 수사학으로 주제에 밀착시키는 연출력과 안무의 상상력이 뛰어난 도전적 실험성을 띈 작품이다. 대중적 춤을 클래식화한 의미심장한 춤의 동인(動因), 목소리를 담는 협동작업의 전형(典型), 창작공장의 모범(模範)으로서 그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작품임이 입증되었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