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양선희 안무,권용상 안무의 '키스 더 춘향'

장코폴로 2012. 3. 13. 13:28

양선희 총연출
권용상 안무의 『키스 더 춘향』



자수정 같은 춤의 맛깔, 댄스 뮤지컬로 진화한 춤 춘향 

 

           

임진년, 2월 18일(토) 오후 4시, 세찬 겨울바람을 뚫고 세종대 용덕관에서 양선희(세종대 무용과 교수)의 댄스 뮤지컬『키스 더 춘향』의 시연회가 있었다. 짜임새 있고, 화려하고, 비장미 넘치는 춤은 대중화에 부합되는 안무자의 의도에 따라 용트림을 하고 있었다.

 

양선희,『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용비어천가』,『회소곡』등의 안무와,『사계』,『하루』,『비우니 향기롭다』,『춘향』등의 총연출로 독창적이고 서정적인 판타지로 매머드급 역량을 과시했던 무용계의 여걸로 국내외에서 존중과 시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안무와 연출에 익숙한 양선희는 권용상을 안무자로 선택하고,『키스 더 춘향』의 숙성된 춤연기와 무향(舞香)의 조정자 역을 맡고 있다. 영원한 고전 클래식을 문화원형의 자산으로 삼고, 이 작품은 현실과 역사의 희로애락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내고 있다.

 

한국 춤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한국창작춤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분석과 종합을 통해 구성해낸 『키스 더 춘향』은 한여름 밤의 뜨거운 열정과 메밀꽃 서정을 동시에 품어 안고, 청보리 내음으로 감히 관객을 미혹하는 대 로망을 탑재한 균제감을 소지한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은 고전적 요정, 컨템포러리 춘향으로 중첩성을 갖춘 것 말고도, 이몽룡과 변사또 등도 변신을 거듭한다. 의상과 조명등의 화려한 비주얼, 창작곡과 낯익은 음악들로 구성된 사운드 등은 많은 상황 속에 숨어 들어있는 상징과 풍자, 해학들을 즐기게 만든다.

 

형식과 양식에 대한 다양한 혼재, 현대음악과 전통음악, 모던댄스와 발레, 한국창작무용, 현대의상과 전통 의상, 연극과 춤, 춤과 음악에 대한 총체 예술로 스펙트럼을 짠 이 작품은  ‘춘향’에 대한 연상으로 작품의 묘미를 배가시키며 흥행과 예술성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이 작품은 ‘춘향 스토리’를 기본으로 깔고, 현실과 타협하고 살아가는 방이(방자의 현재)와 향이(향단의 현재)를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 욕망의 속성을 화두로 띄운다. 통쾌한 반전은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고 이분법적인 사랑의 방정식은 자체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다.

 

각고의 노력으로 설복 있는 연기를 선사하는 이 작품은 프롤로그와 에피소드를 포함하여 2막 4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사랑, 이별, 시련, 재회에 이르는 길은 번뇌와 고통을 덜어내고 반성과 희망을 보여주는 보리수 터널과 같은 착한 뜻, 따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군무 속에 농악대, 비 보이, 추억 속의 명장면들은 기량과 장면 구성의 묘를 살펴볼 수 있는 부가적 소사(素辭)이다. 댄스 뮤지컬로 인간의 본성과 상황,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작품은 예술, 미, 정서적 차원에서 교훈적인 수사로 가득 차 있다.

 

춘향, 몽룡, 사또, 방이, 향이, 월매의 주 배역 들이 펼치는 연기 경연도 볼만하다. 더블 캐스팅은 물론이고 춘향(정아름, 정희담, 채소영, 정재윤)과 몽룡(정명훈, 노기현, 배강원, 유재성)역은 네 명에 이른다. 특히 방이를 맡은 용상, 임현종은 내레이터 역을 성실히 수행한다.

 

 

춤의 대중화를 표방하고 ‘춤다솜 무용단’이 주축이 되어 광진 나루에서 보여준 이번 공연은 우리 춤이 나아갈 향방을 제시하고, 흥행의 동인이 무엇인지를 정조(正調)하는 좋은 사례로서 뛰어난 솜씨(tour de force)를 보여주고 있다.

 

『키스 더 춘향』의 낭만적 연행(演行), 창의적 재현은 지속적 계기(繼技)를 낳을 것이다. 가혹한 운명의 바람은 이 작품의 지속성을 요구한다. 그 바람은 새로운 한류를 폭풍처럼 몰고 올 것이다. 이 작품은 회화적 만족감과 선율의 청량감으로 중독성을 띄고 있다.

 

 

춤의 새로운 돌파구를 시도한 이 작품은 진정한 춤의 즐거움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춤체는 사람을 보여준다. 그들이 만들어 가는 역사 속에는 두드러진 데코럼이 있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도약하는 댄스 뮤지컬은 ‘관객을 즐겁게 하는 소명’을 완수할 것이다.

 

이 작품은 2012년 3월 27일부터 4월 8일까지 광진 나루아트센터에서 무용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장기공연으로 대장정을 시작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