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인본주의 코드를 독해한 악가무
2012년 2월4일(토) 오후 8시, 2월5일(일) 오후 4시, 8시 아르코대극장에서 한국공연예술센터(HANPAC) 우수레파토리 시리즈로 선정된 임학선(성균관대 무용학과 교수) 안무 ‘임학선 댄스 위’의 블록버스터 2012년 판 위대한 스승(The Great Teacher) 『공자』공연이 있었다.
임학선 댄스 위 단원과 성균관대 팔일무단이 출연한 이 작품은 안무가의 집요한 호흡법과 진법에 따라 학문이 예술이 되고, 예가 음악이 되고, 음악이 춤이 되는 소통과 인간적 면모의 공자, 서정적 면모의 공자, 이지적 자태의 공자, 유혹의 대상이 되는 공자를 보여준다.
이 작품을 특징짓는 몇 가지 요소들을 살펴보면, 유기적, 과학적 앙상블로 춤 조형을 이끌어내는 안무력, 체계적 구성, 매머드 출연이 만들어 내는 비주얼, 화려한 복식과 액세서리, 구음, 노래, 전통악기 연주, 내레이션, 퓨전을 포함한 사운드의 다양한 변주 등이다.
문묘일무의 전통적 무기(舞技)가 살아있는 독특하고 차별화된 춤 연기를 보여주는 舞劇『공자』는 5막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완급을 조절하는 장면 분할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장면 전개로 춤은 끝까지 긴장감을 견지하고 있다. 자연인 공자, 믿음으로 하나 되는 자유인 공자는 노자와 장자의 꿈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공자』의 연대기적 구성은 1.탄생 1)니구산의 정기 2)위대한 탄생 2.학문 1)학문 2)진리의 길 3.고난 1)남자(南子)부인의 유혹 2)수신(거문고의 춤) 3)학문의 논쟁 4.임종 1)거룩한 최후 2)가시는 님, 보내는 마음 5.부활 1)부활 2)환희로 의도적 복합구성을 차단한다.
아이콘으로 차용된 일무는 꿩깃, 꽃, 솟대, 피리 등으로 등장, 장면마다 제자와 스승 사이의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만들어 낸다. 탄생에서 부활에 이르는 춤이 전개되면서 특장(特裝)되는 은유 코드는 연기, 소품, 사운드, 칼라 등으로 세분화되고 독무(讀舞)된다.
산과 물의 기운을 표현하는 브라운과 블루의 조화로운 군무, 탯줄을 상징하는 조명을 받은 붉은 색 천, 죽간의 공명이 만들어 내는 학문의 길, 공자의 30대의 입지(立志), 40대의 불혹(不惑), 50대의 지천명(知天命), 60代의 이순(耳順)등으로 연령 처신이 해설로 읽혀진다.
예악일무(禮樂佾舞)는 하나이다. 숨은 일화를 단순화한 음악에 대한 터치, 내레이션은 간극마다 자리를 잡고 깨우침을 주고, 그 깨우침은 죽간의 터치로 나타난다. 공자는 선홍(鮮紅)의 유혹을 거문고 연주로 다스리고, 선율이 된 여인들은 기꺼이 ‘현의 노래’에 동참한다.
음계에 따른 춤은 은색 판타지를 만들어 내고, 럭셔리하고 리드미컬한 춤은 예악 숭상이 정점에 있음을 알린다. 그만큼 춤은 클래식하고 품격이 있다. 공무도하의 애절함, 거룩한 최후(죽음)를 알리는 뜨거운 상징인 새, 새가 되어서라도 스승을 만나고픈 그리움을 상징하는 솟대, 그 처절한 슬픔은 솟대 춤의 휘어진 막대와 그 타음(打音)이 대변한다.
니구산의 정기가 다시 꿈틀대고, 공자는 꽃으로 피어난다. 조명은 하이키 조명으로 이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무대 위의 꽃, 부활의 꽃을 반기는 무리들, 회전 무대 앞에서 등장하는 꽃을 든 무리들, 모두 공자의 부활을 축하하며 펼쳐지는 일무, 환희의 장엄무 이다.
탄츠 포에지(Tanzpoesie)적 일면을 소지한 『공자』는 2004년 초연 이래 시대, 인물, 역사를 소재로 한 춤을 창작하는 이들에게 폭넓은 탐색의 시간을 갖게 해준 작품이다. 춤이 교양과 예절의 도구, 소통과 창작력의 보고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근접할 수 없는 자양분을 소지하고 있다. 장소의 제약으로 진법과 틀이 변형되기는 하였지만 해마다 질적으로 진화하는 이 작품이 국내외의 폭발적 반응으로 새 한류를 주도하는 무용예술품이 되었으면 한다. <장석용 문화비평가/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