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완성의 등촉 유추, 리듬감과 일치된 조감(鳥瞰)
11월 11일(금),12일(토), 13일(일), 일곱 시 반, 방배동 두리춤터에서 춤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새의 희로애락에 관한 유쾌한 상상’을 담은 『버즈 아이 뷰』공연이 있었다. 조안(鳥眼)에 포치(布置)된 세상사는 처음의 평화와 달리 인간의 탐욕과 살육에 의해 무참히 무너져 내리는 구조를 대용이미지(substitute-image)로 표현하고 있다. 영상과 음악, 춤의 조화로운 만남은 시적 이미지 창출과 몸 조형의 새로운 묘미를 감지시켜 주었다.
서정적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메트로놈 소리, 새소리를 내며 새로 분한 댄서들(유혜진, 김경은, 김라희, 김동민, 김세정, 조민아, 박정훈)은 줄지어 모이를 찾아다닌다. 나는 모습, 모이를 먹는 모습들은 아주 자연스러우며 희극성을 유발한다. 관객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새 먹이가 든 팝콘을 하나씩 받은 상태이다. 웃음을 참고 있던 춤연기자들은 그 희극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그 아이이디를 찾느라 고심하였을 것이다.
관객과의 자연스런 소통을 시도하며 팝콘 그릇이 새들에 의해 바닥에 쏟아지고 흩어지면, 새들도 관객들도 팝콘을 먹는다. 관객이 모이를 주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모이를 먹는 새가 되기도 한다. 무용수 또한 모이를 먹는 새가 되기도 하고, 관객(새)에게 모이를 먹이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자연스런 소통의 장이 형성된 것이다. 모이가 ‘운명의 낭비’의 상징이 된 것인가? 웃음 뒤에 처참한 결말, 서식지를 빼앗기고 심지어 사냥까지 당한다.
‘박쥐’ 사운드가 흐르면 누군가를 바라보는 새들의 시선에 의심이 가득하다. 의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 혹은 사람의 이미지, 이어 타이틀 롤이 뜨고, 영상은 공사장의 모습을 담는다. 무대 위의 세트도 공사장의 분위기이다. 공사장 풍경 속의 새,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에 맞추어 새들의 날개 짓은 자유롭지 못하다. 연민에 휩싸인 듯 처량하기도 하고, 때론 우아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이어지는 ‘게임의 법칙’, 인간의 위선과 서식지 파괴 같은 환경문제를 들추어내는 새 사냥, 『백야행』의 ‘하얀 어둠 속을 걷다’가 조우한다. 흑백 영상은 새 사냥을 하고 있는 중세시대 귀족들의 모습이다. 사람들의 총구는 새를 겨냥하고, 새를 향해 총알이 날아간다. 언제 어떻게 위기가 닥칠지 새도 사람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불안하다. 상대에게 위기가 닥치면 연민을 갖게 된다. 하지만 위기의 대상이 내(새)가 아닌 것에 안도하게 된다.
자개 장식 판의 새가 새장 속의 새를 상징하며 영상으로 등장하고 ‘백조의 호수’ 중 ‘백조들의 춤’이 흐른다. 새장에 갇힌 새의 모습, 철장 밖을 바라보는 새의 시선단조로우면서 기계적인 움직임, 한정된 공간 속에서 체념하며 쳇바퀴에 의존한 채 살아가는 새 혹은 사람의 이미지가 비춰진다. 석고화 되어가는 패배의 이야기일 뿐이다. 허무가 강물처럼 쏟아진다.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호려한 조류일가의 푸른 초원의 여름, 빛의 영광이다.
영상으로 물, 모이를 먹는 비둘기, 제식훈련을 하는 군인들, 촛불 미학이 펼쳐진다. 인서트 영상은 길들여진 비둘기와 전쟁을 상징하는 군인들이 평화의 염원이 깃들여진 촛불의식으로 치유와 기원의 이법(理法)의 밝혀내고 있다. 다시 아침을 맞이하는 새, ‘박쥐’ 의 오리지널 사운트 트랙은 나란히 누워 옆으로 계속 구르며 환하게 혹은 호탕하게 웃는 영상 속의 사람들을 천진난만하게 만든다.
의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새도, 공사장을 쓸쓸히 날아다니던 새도, 총구가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새도, 새장에 갇혀 철장 밖을 바라만 보며 날지 못하는 새도 아직은 살아 있기 때문에 다시 아침을 맞이한다. 그 아침은 여전히 두렵지만 그럼에도 지금,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 안무가 유혜진은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푸른 줄기로 불안을 덮고 희망을 꿈꾸고자 한다.
또 다른 시선, 제2의 시선이다. 영상은 안경을 낀 사람의 관찰하는 눈의 시선을 보여준다. 고층건물 숲이 보여지고, 약육강식의 세상에 고양이의 눈이 보이고, 또다시 사람의 눈이 교차된다. 우유적(寓喩的) 해석이 가미된다. 형이상학이 되어버린 과거의 눈부신 초록 조소(鳥巢), 현란한 수사는 춤으로 곧장 연결된다. 영상과 같이한 춤은 직관(epiphany)의 묘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새들은 자신들의 새장을 향해 날아간다. 때가 되면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기도하다. 어딘가를 유심히 응시하고 있던 새의 모습은 어느덧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혹은 누군가를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 새를 우리는 한강변의 새들로 명명하자. 강낙현 연출, 유혜진 안무의 『버즈 아이 뷰』는 밤샘으로 날아드는 새들처럼 희망과 안식의 꿈을 보여주는 차별화되는 수작(秀作)이다.
<장석용/문화비평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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