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임학선 안무의 '버즈 아이 뷰'

장코폴로 2011. 7. 21. 15:17

(장석용 문화비평가) 임학선 댄스 위 안무
강낙현 연출의 『버즈 아이 뷰』.....



공존공영의 비상을 꽤하는 솔개의 몸짓~

 

2011년 7월 18일, 춤 전용극장 방배동 ‘두리춤터’, 임학선 교수(성균관대 무용과 교수)의 주안무로 이루어져 있는 ‘댄스 위’, 그 여름작업의 화두는 ‘일상의 조망’이다. 임학선의 조망(鳥望)은 다양한 버전과 상징적 코드를 관통하여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에밀리라는 귀족의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표현한 핑크플로이드의 ‘에밀리가 하는 짓 좀 보소, see emily play’라는 곡이 떠오르며, 비상하는 한 마리 솔개와 비행기를 교차영상 시키면서 프롤로그는 여유롭게 여행자로서의 출발을 알리면서 대중성과 서정성을 확보한다.

 

꿈과 과욕, 이상의 현실화 과정에서 고립되는 사람들의 흔한 오류는 ‘내가 당신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이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현대인들의 좌절과 자가 치유 방법 끝에 신념과 이상은 이루어 질 수 있다는 방법론을 암시하며『버즈 아이 뷰』는 기동한다.

 

높은 언덕과 빌딩 숲을 조감(鳥瞰)하며 독일 통일을 예언했던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 Der Himmel über Berlin』에서 주인공 간츠 브루노처럼 빌딩숲을 헤치고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돌 타일 같은 바닥의 거리를 지나간다.

 

유럽 지성의 젊은 모습이 스쳐간다. 삶의 여정 속에 타는 저녁노을, 그 끝자락까지 느린 모습으로 영상은 안무 임학선 댄스 위, 포이어 프로덕션의 시노그래피 강낙현의 흔적을 채워간다. 암전 뒤 밤이 갠 아침처럼 본격적 일상이 시작되고 드라마틱 댄스가 들어선다.

 

『버즈 아이 뷰, BIRD'S EYE VIEW(鳥瞰圖)』가 알에서 깨어난다. 진법(陣法)과 등퇴장을 조율하며 버전 업을 시켜가는 이 작품은 친숙한 클래식과 팝송으로 대중과의 친화력을 북돋우면서 생성과 소멸에 이르는 동양철학의 실타래를 풀어가기 시작한다.

 

 

객석에 앉아있던 연기자들이 네 개의 의자에 하나씩 찾아 들어간다. 흑과 적의 의상들로 구분되는 이들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자신의 일상에 관심을 보인다. 박연주, 김수정, 김라희, 김동민이 이런 동작을 엮어내는 사이 정보경이 여행 가방을 들고 등장한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가방과 원피스, 정보경의 춤사위가 시작되고, 김수정과 이인무(二人舞)로 연결된다. 나머지 3인은 관객에게 등을 보이고 푸른 꿈이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세상의 격려와 같은 음박(音拍)이 강박관념처럼 달라 들고 지켜보는 눈이 영상에 떠 있다.

 

의자무(倚子舞)는 서로에서 서로로 전파되는 소통의 팔 뻗음을 보여준다. 임학선의 창작 안무는 일무의식처럼 깊은 호흡과 느낌을 공유하는 철학의 일면을 닮아 있다. 테크닉과 치장을 앞세우는 세태를 멀리하고 전통 속의 창작무, 즉 난삽한 들뜸을 경계한다.

 

무대와 그림자, 영상이 함께 놀면서 클로즈업 되고, 신체의 부위들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듯 한 느낌을 갖게 한다. 모래사장을 뒹구는 듯 한 느낌을 갖게 하는 씬, 해변의 파도가 구름에 덮이는 느낌을 주는 포그, 즉흥 테크닉과 사물을 포착해내는 영상 등은 놀랍다.

 

흑백 영상의 제식훈련, 촛불, 비둘기, 세 이미지가 창조하는 건국과 전쟁, 간절한 염원으로 지금의 평화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은 흥미롭다. 특히 강조를 위한 이미지 중첩과 교차, 박의 반복, 광심(廣沈)의 느림으로 차오르는 춤 기량들은 임학선 창작무의 특징이다.

 

아스팔트가 깔린 정글의 현대 경쟁사회에서는 호랑이 과의 고양이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 고양이 영상에 무대에 등장하는 두 명의 무용수는 현대를 살아가는 경쟁상대로 비춰진다. 스크린에 투사되는 사면(斜面) 그림자의 대조를 보이며 춤추는 정보경과 김수정이다.

 

 

그들은 각기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구도자의 모습을 보인다. 도량을 넓혀가는 수련과정일 수 있다. 낡은 몸짓을 탈피하여 새롭게 거듭나고자하는 솔개의 눈물겨운 습성의 진실, 한 쌍을 이루어야만 날 수 있다는 비익조(比翼鳥), 태양 속을 넘나드는 태양새의 이면이다.

 

실험적 영상, 절제된 움직임, 다양한 음악이 하나 되고, 현대인의 꿈과 이상이 모험과 도전, 협동과 전진을 통해 완성된다는 임학선 안무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버즈 아이 뷰』는 삶의 심오함을 따스하게 보다듬는 한국 창작 무용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