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푸른 계곡의 꿈

장코폴로 2011. 6. 2. 16:16

(장석용/문화비평가)
홍선미 안무의『푸른 계곡의 꿈』...분석
[2011-06-02 오후 3:37:12]

 

가변의 연작, 오브제 ‘몸’을 위한 상찬무(上讚舞)

 

 

 

  2011년 5월 13일(금), 원더 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공연된 『푸른 계곡의 꿈』은『센토, Centaur』와『푸른 계곡의 꿈, Dream Of The Blue Valley』두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리되거나 합쳐져도 이질감과 동질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예술 춤(Danse'de art)의 특질을 소지하고 ‘몸 조형학’을 집중 탐구하고 있는 독립 춤 작가 홍선미의 역작이다.

 

 

  『센토』는 희랍신화 중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말인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를 근간으로 안무가 홍선미는 인간의 이성과 욕망을 극세(極細) ‘몸’표현으로 탁월한 안무 감각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노예처럼 일하고 신처럼 창조 한다’는 조각가 문신의 철학처럼 말과 인간의 이중성, 그 복잡한 심리를 몸을 통한 고도의 집중력으로 보여준 명작이다.

 

 

  안무가, 춤꾼, 관객 모두의 불안을 털고 우리에게 다가 온 『센토』는 홍선미의 예술혼이 찬연하게 빛나는 홍선미 양식의 걸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암전상황에서 조명이 흐릿하게 비치면, 말의 다리를 상징화한 무용수 다리부분이 딥 포커스 된다.

 

 

  관객들은 아직 전개될 이후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 느리게 진행되는 움직임들, 시간이 경과되면서 고정된 봉(棒,bar)과 검은 치마가 나타난다. 검은 치마를 뒤집어쓰고 부각시킨 반마, 그것이 벗겨졌을 때 나온 상반신은 반인이다. 균제에 의한 철저한 홍선미의 인공미는 남성 신화를 거세하고, 춤과 극적요소를 혼재시키고, 고정관념을 타파하면서 존재한다.

 

 

 

  페미니즘으로 풀어 본 홍선미의 ‘여성의 풍경’은 시대와 여성성의 불확실성으로 낯선 곳으로의 여행처럼 약간은 낯설고 당황스러운 것이지만 인류학적인 측면에서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욕망의 모호함을 나타내는 장치로 봉을 이용한 절제된 동작, 묶여져있는 말을 통한 내적 심리묘사로 질주할 수 없는 말(즉 억압된 여성성)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호흡 깊은『센토』의 숲에는 관객은 여유롭지만 긴장을 풀 수 없고, 무용수는 호흡을 풀 수도 긴장감을 놓칠 수도 없다. ‘몸의 진실’을 진솔하게 풀어나간 2011년 대학로 홍선미의 『센토』는 최혜원, 박지숙, 오주원의 선과 몸원(身圓), 몸타원(身橢圓), 몸반원(身半圓)들이 구체적인 형상을 만들어 내는 양식미로 놀랍다.

 

 

 

  『푸른 계곡의 꿈』은 ‘탄생굴의 신화’라 이명(異名)을 가질 만한 생명의 탄생과 여성성 형성 및 여체의 신비, 강온의 부딪힘과 몸짓의 배합으로 여성들의 자연스런 본능적 욕구를 표출시키는 묘사력 뛰어난 작품이다. 야생의 바람이거나, 야생화 혹은 이 땅의 여인(홍선미)의 산고가 생명 순환의 대자연의 서사를 알리면서 춤은 전개된다.

 

 

  그녀의 철학에 걸쳐있는 댄스 메쏘드의 새로운 경향, 그중의 하나는 홍선미의 농익은 신시(身詩)쓰기가 될 것이다. ‘춤이란 무릇 몸으로 모든 것을 보여 주어야한다.’는 홍선미의 춤 사유는 흥분과 격정으로 긴 항해를 시작한다. 그녀의 춤은 자연스레 몰입으로 스며들고, 형체는 사라졌지만, 사유하고 긴 추억으로 남는 ‘만다라’가 된다.

 

 

 

  어머니의 자궁을 옹달샘에 비유, 그곳을 시원(始源))으로 올챙이가 잉태되어 태어나고, 옹달샘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여성을 성숙시킨다. 엄청난 상징과 수사학으로 이 작품은 그윽한 감상의 묘를 남긴다. 여성들은 몸속에 흰 공을 지닌 채 춤을 추는데, 그것은 난자를 상징한다. 아름답고 신비한 푸른 계곡은 물론 여성들의 그곳(틈샘)을 상징한다.

 

 

  그들이 성장한 이후, 춤은 좀 더 적극성을 띄며 관능적 요소를 가미하며 계곡 위로 떨어지는 강한 폭포수처럼 강한 힘(남자)을 원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대단원을 장식하며 계곡 위에서 무수히 파란공이 떨어진다. 그 파란 공은 생명을 건강하게 잉태시키는 정자로 설정된다.

 

 

 

  홍선미가 여성의 몸으로 써 내려간 신시는 주제에 밀착되어 있으며, 절제와 여백의 미, 그리고 호흡을 중요시한다. 이 작품은 종파를 떠나 초자연적이며, 선의 경지에 닿아 있다. 가냘픈 여성이 아닌 건강하고, 건전한 몸을 보여주는 이러한 아트 댄스가 건전한 관객들과의 잦은 만남을 통하여 지속성을 갖기를 희망한다.

 

 

  홍선미의 두둑한 배짱 하에 백지연, 정혜란, 안태영이 가세하여 치러 낸 제14회 홍선미 무용극단 NU의 정기공연은 아직도 여운이 남는 성공작이다.

 

                                                                  <장석용/문화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