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한국무용제전의 매혹적인 일면 백현순 안무의 『구지가』
1981년 창립된 한국무용연구회(이사장 윤덕경)의 도도한 전통이 극대로 도출되는 것은 지금까지 이어온 이 단체가 선보이는 한국무용제전이다. 한국 창작 춤의 과거, 현재, 미래를 가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춤 잔치이다. 이 단체의 춤 신화의 일면을 벗겨보자!
백현순 무용단의 안무가 백현순(한국체육대학교 교수)이 지난 4월 21일(목) 저녁 8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구지설화를 기본 텍스트로 한 『구지가』로 의미 있는 화려한 스타팅을 했다. 구지 신화의 백현순 버전은 창의적, 역동적 이야기 만들기에 있어 모범 작이었다.
창작 춤의 창의적 가치와 전통의 보존이라는 책무를 동시에 부여받고 있는 백현순의『구지가』는 ‘거북아 거북아’, ‘삼신과 인간의 욕망’, ‘오늘의 염원’ 3부로 구성된다. 탄탄한 짜임새와 연마된 춤 연기, 하나 된 단원들의 단합된 면모는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드높인다.
1부 ‘거북아 거북아’편에서, 시원의 근저, 원시의 광막함을 알리는 저음 깔리는 징소리, 거북이 모양으로 한곳에 앉아 모여 있는 춤꾼들, ‘거북아 거북아, 거북아 거북아’ 소리에 서서히 꿈틀거린다. 등 푸른 거북이 움직이고, 사물놀이 장단에 맞추어 사방의 자연과 하늘을 행해 경건한 배례가 올려진다.
샤막이 벗겨지면 그 속에 가득 들어 있는 거북, 베일의 묘미가 이어지며 하늘을 향한 경배는 신명을 불러온다. 춤 진법(陣法)과 퍼레이드는 다양한 비주얼을 선사하며 비장감마저 불러일으킨다.
2부 ‘삼신과 인간의 욕망’편에서, 무지를 깨우치고, 무명을 밝히며, 백성들의 기원을 들어주어야한다는 깊은 뜻으로 푸른빛이 감도는 대나무 밭에 장대를 든 삼신의 엄정한 등장, 서사 틀이 만들어지는 장엄무, 긴 호흡으로 맞서는 삼인, 그 흐름으로 춤은 전설이 되어버린다.
엄청난 깊이의 3인죽무, 방울은 늘 수호신처럼 잡귀를 쫓는다. 느린 걸음으로 대지와 하늘을 향해 벌이는 ‘와호장용’의 백현순 버전, 신들의 고뇌를 끌어들이는 테크닉 위로 바닥이 쳐지며 고요는 사라지고 에너지 충만한 역동적 춤들이 진설된다.
3부 ‘오늘의 염원’ 편에서는 구지가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염원송과 기원이 구술로 전달된다. 거북이 등과 같은 바닥 색깔을 깔고 한 줄기 굵은 빛줄기에 앉은 사람들, 토속신앙과 무속이 혼재된 원시, 그 위에 불교적 색채가 섞인다.
3부의 모습들은 현대적이다. 경쾌하고 가볍게 현대리듬이 번져 나오는 스피커, ‘삼신할매’를 상징하는 여인 사시나무를 떨며 등장한다. 백성들을 향해 축원을 한다. 나무 주변으로 나무와 같은 모습으로 변한 백성들, 자연을 닮아있다.
과감한 도전과 원작의 새로운 해석으로 고대의 숲까지 우리를 안내한 백현순은 1997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로부터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을 수상한 한국창작무용계의 중견으로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달구벌 덧배기 춤같은 영남 춤을 계승, 발전시켜 왔다.
또한 역사성과 민족정체성을 찾아가는 『독도』,『회룡포 연가』,『솔거』,『태양새』,『유림』과 같은 작품들을 안무, 출연하면서 춤판을 활기차게 재미있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녀의 춤은 세계의 여러 곳에 한국 춤의 묘미를 선보여 뜨거운 환영을 받은바 있다.
백현순의 화려한 경력 이면에 깔려있는 역사인식과 화려한 춤 수사학, 학문에 대한 탐구심은 국내외의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가능케 하고 있고, 한국 창작춤계의 소중한 일인으로 열린 춤영역을 일구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춤, 아직 감동을 주는 멋진 장면들로 흥분이 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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