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는 장샘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

장코폴로 2010. 6. 25. 09:52

25일 2010년 06월

Today Book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

지은이: 최예선, 정구원  출판사: 모요사

우리 주변과 전국 곳곳의 근대 문화유산을 찾아 그 뜻 깊은 의미를 되새겨보는 여행을 떠났던 두 사람의 여정을 따라가봅니다.

북 브리핑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남아 있다면
 등록문화재 제1호가 무엇인지 아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국보나 보물과 같은 ‘지정문화재’에 비해 역사적 평가나 연대는 얕지만 보존할 가치가 높은 ‘등록문화재’의 대상이 되는 것이 근대문화유산이다. 무분별한 개발의 물결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구한말 개화기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전후까지를 시대 배경으로 삼는 근대문화유산에 대해 등록제도가 도입된 것은 불과 10년 전인 2000년이었다. 이에 따라 인가받은 등록문화재 제1호는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전력 사옥이고, 제2호는 서울 화동의 구 경기고교(현 정독도서관)인데, 모두 일제 치하에서 만들어진 근대적 건축물로 2002년에 등록되었다.

 문화재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까지 승인된 등록문화재는 모두 432개에 이른다. 교육, 종교, 의료, 산업, 상업, 주거 및 숙박 시설, 공공시설에 이르기까지 본래의 용도가 무척이나 다양한데, 이 가운데 2/3 이상은 일제 강점기에 축조된 것들이다. 일제를 통해 타율적인 근대화가 이뤄진 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400여 개의 등록문화재는 실제로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의 전체 숫자라고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이지만, 그나마도 박제화된 보존의 논리에만 얽매여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환경 문제나 문화재 관련 이슈에서 항상 쟁점이 되는 보존과 개발 논리의 상충은 우리 사회의 지향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가치이기도 하다.

 근대문화유산과 관련해 아마도 가장 큰 논란을 낳았던 사안은 일제 조선총독부 건물의 해체 문제였을 것이다. 오랜 군사정권 시대를 청산한 문민정부 김영삼 대통령이 해방 50주년을 맞은 1995년 8.15에 구 조선총독부 건물의 첨탑을 제거하고 철거 작업에 들어가며 이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조선의 정궁이던 경복궁 앞에 일제의 상징 건물을 세워 민족 정기를 말살했을 뿐만 아니라 식민지 약탈의 총본산 역할을 했던 곳이니, 뒤늦은 철거이지만 속 시원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 건물을 그대로 이전해 일제 식민 통치의 대표적 증거를 보존하여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광자원화 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실제로 일본 관광객들 중에는 여장을 풀기도 전에 공항에서 직행해 이곳에 먼저 들러 기념 사진을 찍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모순적이게도 반 만년 민족사의 주요 유물을 보존하는 전당이던 국립중앙박물관으로까지 이용하다 뒤늦게 해체시켜버린 이 건물을 개발(파괴)과 보존의 논리를 조화시키지 못한 전형적인 사례 중의 하나로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근래 눈에 보이지 않는 매장 문화재를 발굴하기 위해 건설사업이 지체되는 현장이 자주 목격된다. 문화재보호법의 영향이다. 하지만 좀더 신경써야 할 것은 누구의 눈에나 보이는 문화유산들이 방치되거나 훼손되고, 보존의 논리로 자물쇠 채워진 채 우리의 삶과 유리된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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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최예선, 정구원

청춘녀 최예선은 부산대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건축전문지와 문화교양지에서 에디터로 일했다. 그 후 프랑스 리옹제2대학에서 미술사를 전공했다. 미술, 건축, 여행, 문화 등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분야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청춘남 정구원은 성균관대와 프랑스 낭시건축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하이테크적인 디지털 건축언어로 따스하고 재미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도시와 환경 분야로 폭을 넓혀 다양한 삶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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