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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
우리 주변과 전국 곳곳의 근대 문화유산을 찾아 그 뜻 깊은 의미를 되새겨보는 여행을 떠났던 두 사람의 여정을 따라가봅니다.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남아 있다면 |
등록문화재 제1호가 무엇인지 아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국보나 보물과 같은 ‘지정문화재’에 비해 역사적 평가나 연대는 얕지만 보존할 가치가 높은 ‘등록문화재’의 대상이 되는 것이 근대문화유산이다. 무분별한 개발의 물결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구한말 개화기부터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전후까지를 시대 배경으로 삼는 근대문화유산에 대해 등록제도가 도입된 것은 불과 10년 전인 2000년이었다. 이에 따라 인가받은 등록문화재 제1호는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전력 사옥이고, 제2호는 서울 화동의 구 경기고교(현 정독도서관)인데, 모두 일제 치하에서 만들어진 근대적 건축물로 2002년에 등록되었다. 문화재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까지 승인된 등록문화재는 모두 432개에 이른다. 교육, 종교, 의료, 산업, 상업, 주거 및 숙박 시설, 공공시설에 이르기까지 본래의 용도가 무척이나 다양한데, 이 가운데 2/3 이상은 일제 강점기에 축조된 것들이다. 일제를 통해 타율적인 근대화가 이뤄진 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400여 개의 등록문화재는 실제로 남아 있는 근대문화유산의 전체 숫자라고 보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이지만, 그나마도 박제화된 보존의 논리에만 얽매여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환경 문제나 문화재 관련 이슈에서 항상 쟁점이 되는 보존과 개발 논리의 상충은 우리 사회의 지향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가치이기도 하다. 근대문화유산과 관련해 아마도 가장 큰 논란을 낳았던 사안은 일제 조선총독부 건물의 해체 문제였을 것이다. 오랜 군사정권 시대를 청산한 문민정부 김영삼 대통령이 해방 50주년을 맞은 1995년 8.15에 구 조선총독부 건물의 첨탑을 제거하고 철거 작업에 들어가며 이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조선의 정궁이던 경복궁 앞에 일제의 상징 건물을 세워 민족 정기를 말살했을 뿐만 아니라 식민지 약탈의 총본산 역할을 했던 곳이니, 뒤늦은 철거이지만 속 시원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 건물을 그대로 이전해 일제 식민 통치의 대표적 증거를 보존하여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광자원화 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실제로 일본 관광객들 중에는 여장을 풀기도 전에 공항에서 직행해 이곳에 먼저 들러 기념 사진을 찍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모순적이게도 반 만년 민족사의 주요 유물을 보존하는 전당이던 국립중앙박물관으로까지 이용하다 뒤늦게 해체시켜버린 이 건물을 개발(파괴)과 보존의 논리를 조화시키지 못한 전형적인 사례 중의 하나로 기억하는 이들도 있다. 근래 눈에 보이지 않는 매장 문화재를 발굴하기 위해 건설사업이 지체되는 현장이 자주 목격된다. 문화재보호법의 영향이다. 하지만 좀더 신경써야 할 것은 누구의 눈에나 보이는 문화유산들이 방치되거나 훼손되고, 보존의 논리로 자물쇠 채워진 채 우리의 삶과 유리된 모습일 것이다. |
젊은 시각으로 본 문화유산 답사기 |
지난해 9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전3권)가 첫 선을 보인지 16년 만에 통합 200쇄를 돌파했다. 누적 판매량도 230만 부나 된다. 제1권 기준으로는 103쇄 120만 부인데, 인문교양서 분야 최고 수준의 기록이다. ‘국내 인문서 최초의 밀리언셀러’라는 영예의 타이틀을 얻게 된 이 책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3년부터 1997년까지 3권의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화제를 모으며 5년간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당시는 세계화의 조류 속에서도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시기로, 마이카(my car) 시대가 열리며 이 책을 교본삼아 자녀들과 함께 우리 문화유산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풍속도를 만들었다. 문화유산 답사 모임이 붐을 이루기도 했다. 저자는 전국 각지를 열성적으로 누비며 슬라이드 강연회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줬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로 시작되는 이 책은 문화유산 답사라는 여행문화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낸 일등 공신이었다.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는 ‘우리 근대문화유산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2009년 한 해 동안 전국 각지를 돌아보고 그 가운데 약 70곳의 근대문화유산을 소개한 탐방기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전문가의 시각에서 해박한 지식으로 각지의 문화유산을 종횡무진 재조명한 유려한 답사문이라면,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는 근대문화유산, 그 중에서도 건축물에 초점을 맞춘 젊은이들의 열혈 국토 횡단기라 할 만하다. 저자는 건축 전문지 기자 등을 역임한 후 프랑스로 유학해 미술사를 전공했고, 유학 시절 유럽의 문화재와 유적지에 심취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저자와 이름을 나란히 한 그의 남편은 프랑스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실력파답게 이 책에 건축물의 3D 모형을 실감나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이들 근대건축 애호가인 젊은 부부가 찾아나선 곳은 개화기 및 일제하의 은행, 영사관, 우체국, 온실, 의료원과 선교사촌, 철도역, 학교, 여관, 양조장, 등대, 살림집, 담배공장, 탄광 같은 전국에 산재한 건물 또는 시설들이다. 파란만장한 격동의 세월을 견디며 살아남은 건축물이 얼마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이 아릅답고 가치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살아남았기에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그 건축은 온몸으로 역사를 보여주고 시대를 증언한다.”고 의미를 천착한다. 가능한 한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를 오늘의 독자들에게 재구성해 소개하는데, 이 미완성의 스토리텔링은 현재의 우리와 과거의 건축이 만나는 서사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카메라로 부지런히 담아낸 각종 자료와 사진이 100년 전으로 가는 시간 여행을 충실히 돕는다. 발품과 청춘의 열정으로 풀어 쓴 보기 드문 근대 한국 건축 기행서가 아닐 수 없다. |
테마가 있는 문화유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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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은 깊다 전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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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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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이용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