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김은희 안무의 『개미와 베짱이』

장코폴로 2010. 1. 23. 10:05

가족과 함께하는 춤 여행의 대표 브랜드 

            김은희 안무의 『개미와 베짱이』


 김은희 안무의 『개미와 베짱이』가 별무리를 스쳐 포이동 M극장에 공연된 것은 7월 1일(토)과 2일(일) 여섯시였다. 꿈이란 포탄을 터트리며 여름이란 실탄이 무수히 발사 되었다. 이미 호평은 받아 온 그녀의 레퍼토리가 우수작으로 재평가되는 순간이었다. 

 김은희, 그녀가 춤으로 작은 동화 한편을 썼다. 칼라로 쓰여 있는 그녀의 추억 속의 앨범은 기대한 것보다 내용과 테크닉이 튼실했다.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인 동화 속에는 그녀 자신을 읽게 하고 유년의 무한 상상을 자극하는 많은 상징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녀는 연상 작용으로 꿈틀되는 제목 『개미와 베짱이』를 숙고 끝에 선택했다. ‘근면한 자와 게으른 자’에서 ‘게으른 자’를 ‘노는 자’로 해석하고 상상의 폭을 넓혀 나간다. 그녀의 작품에서  ‘노는 자’는 예술가이다. 예술가는 노는 자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그래서 결론은 모두를 감싸고 서로 같이 발전해 나간다는 발상은 Bon Idee(봉 이데, 좋은 아이디어)이다. 상상과 추억을 짜나가는 능란한 틀은 곤충들의 형상화와 세음(細音)까지를 포함한 사운드의 적절한 배치, 몸짓의 아트화(化)에 있다.       

 쌩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사막여우의 신비처럼 신비감으로 반짝이는 그녀의 작품을 대하노라면 항상 시간의 아쉬움이 아름다운 상상으로 승화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분홍 유혹과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보라도 모두 어울림으로 하나 되어 여름 서정의 깊이를 더해준다. 그녀를 알면 그녀의 사랑의 깊이와 작품의 심도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발라드에서 바흐, 재즈와 팝송으로 엮어진 사운드, 강렬한 원색의 하이키 조명과 의상들은 언제나 가슴 한편 사랑앓이를 해오던 김은희의 희망과 갈증의 일부를 엿보게 해준다.

 그녀 자체가 ‘단스 드 아르’(춤 예술)의 일부이면서 능란한 춤꾼들의 도움을 받아 일구어낸 작품은 많은 노력들로 인해 쉽게 일을 수 있게 해주는 프로들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녀의 근작들은 서정적 낭만과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작품도 동맥선상에서 읽혀질 수 있는 작품이다. 어른들이 읽는 동무화(童舞話)는 그래서 더 현학적이다.  

 벌레들의 동작이나 놀람 같은 미세한 것들조차 연출해내는 현장 춤꾼으로의 순발력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모든 그리운 것들에 대한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이다. 한 판 신나게 놀아보는 여름 놀이, 모두가 즐겼으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유년의 추억을 테제로 두고 몸짓으로 속삭이면 관객들은 이내 한 여름의 작은 꿈에 젖게 된다. 초록의 전설을 감싸않은 ‘7월의 광시곡(狂時曲)’은 동화적인 소품과 몸짓으로도 여름을 데울 수 있었다. 특히 음악은 콘서트 댄스를 유도할 정도로 흥겨웠고, 각각의 개성을 지닌 춤들이 하나를 이루는 통일성을 이루면서 현대성을 보여주었다.   

 단편과 장편의 사이에서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이 작품은 긴 여름 여름학교들 사이를 투어했으면 하는 바람이 이는 작품이다. 아이들의 상상을 무한대로 질주케 하는 애피타이저로 역을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이 대작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작품의 전형이다.

 공간 활용을 적절히 하며, 사랑의 음계를 구사하는 김은희의 『개미와 베짱이』를 동시대 같은 공간에서 접하면서 유년의 추억과 상상을 공유할 수 있음으로 관객들은 행복해 한다. 

 오프 브로드웨이의 특질을 살릴 수 있는 김은희의 『개미와 베짱이』같은 작품들이 진정성과 핍진성을 찿아갈 때 작고 예쁜 춤들은 블록버스터의 상업성을 견제하는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