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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 안무, 출연의 『길 위의 사람들』 오늘의 우울을 털어내는 극기의 춤 2009년 11월 25일 (수) 오후 7시 30분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된 정보경 안무, 출연의 『길 위의 사람들』(55분)은 한국 컨템포러리 댄서 정보경이 안무가로서 장편 데뷰 무대를 꾸린 것이다. 도회의 차가운 ‘블루’가 스며들고 이즈러진 영상이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리틀엔젤스와 선화 예중․고에서 한국춤의 기본기를 다진 안무가 정보경은 성균관대학교 및 동대학원을 거치며 탄탄한 기본기와 다양한 무대경험을 갖고 있다. 임학선 교수의 태극구조의 기본 춤을 통해 필체, 학체, 궁체 등 한국 춤 메소드를 익혔다.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의 실체와 진수를 보여준 정보경 댄스 프로젝트는 작은 거인, 정보경의 잠재적 가능성을 도처에서 감지하게끔 만든다. 천재성 번쩍이는 춤 작가의 역작,『길 위의 사람들』은 닳아 소멸정도로 치밀한 무브먼트, 그 흔적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 무선(舞線)은 깔끔과 세련이 두드러진다. 정보경은 안무 데뷔작 『절벽아래 집』(2007) 이후, 『가시를 삼키다』(2007), 『허공살이』(2008), 『텅 빈 고요』(2008) 등을 연속으로 발표하여, 한국 춤 호흡을 이용한 창작무용계의 혜성으로 그 미래가 전도유망한 무용수, 안무가로 이미 꼽히고 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반복적인 삶 속에서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시작으로 하여 『길 위의 사람들』은 인간은 고독한 존재임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처연하게 보여준다. 정보경, 그녀도 수행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그 길 위에서 외로움이 아닌 따스한 동행이 있음을 알게 된다. 실존적 삶의 틀에서도 인간의 본성은 어쩔 수 없다. 배반이 난무하고, 야비함이 번진다. 그래도 극기해야 한다. 정보경은 이 모든 철학적 명제를 한국 감성과 춤 호흡으로 움직임을 이미지화 해낸다. 역경 속에서 극기해낼 때 자신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흐릿한 빛 속에서 숙명을 안고 우리는 태어나고, 수행을 통해 율곡의 찬 머리와 원효의 뜨거운 가슴을 동시에 갖고자 하는 평화주의자, 안무가 정보경은 그런 열정으로 ‘꿈을 갖고 살자’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띄운다. 그녀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막연함, 덥석 잡을 수 없는 아쉬움으로 괴로워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수순에서 여인의 고민은 시작되고, 찔레꽃을 자신에 비유한다. 인연, 숱한 감정 속에 동행, 동반자가 있을 때, 화평은 완성된다. 안무가 정보경은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과 보여 지는 것’에 대한 욕심과 이기심을 이야기한다. 무대 위, 정보경, 김수정, 조형준, 조인호, 김주빈은 완벽한 호흡을 나눌 줄 아는 동지들, 이 다섯 춤꾼들은 현실을 살아감으로써 잃어버린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한다. 체험적 삶의 도피 혹은 직시, 포기와 희망, 고립과 고독의 양존과 동행, 자신을 깨달아 가는 것, 그 깨달음을 얻기 위해, 오늘도 모두는 길 위에 있다. 늘 인간을 작품의 중심에 두는 정보경은 시기심과 사행심을 들춰내는 미니 공쯔(공자)로서 춤 사상사의 단초를 제공한다. 너무 쉽게 깨달음을 얻는 다는 것은 미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 결국 인생이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분명 자신을 비추고 있는 밝은 빛이 자신의 길로 인도할 것임을 각인하고 최면을 걸게 된다. 그녀의 당찬 과단성, 농축된 내공의 춤은 관객을 바로 사로잡는다. 열린영역의 춤은 무한 상상력을 불러오고, 라이브 음악과 함께 진행된다. 춤과 음악이 같은 호흡을 타도록 젊은 소리꾼 이승우와 악사 김지혜는 악기 특유의 소리, 음의 질감과 움직임과의 합일점을 찾아 춤동작을 만들어 내었다. 댄스 테크니션 정보경이 보여준 현대 한국 창작춤의 새로운 전형은 2008년 초연된 『허공살이』에서부터 시작되어 대만 국립예술대학주최 TAIPEI KUANDU FESTIVAL에 초청되었고 일본, 중국, 미국 등 페스티발에 참가한 동서양 무용가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사회 비판의식과 현실 고발의 새로운 춤 메소드를 창안한 안무가 정보경은 자신을 절제하고 통제하는 힘이 남다르다. 이는 곧 작품에 연결된다. 그녀의 사회를 응시하는 힘이 작품의 수준을 한 차원 높게 철학적으로 끌어 올린다. 춤작가로서 그녀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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