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철 안무, 출연의 『Island,섬』
지구온난화에 대한 신랄한 고발
겨울 춤판은 『호두까기 인형』이나 『백설 공주』, 미루어 왔던 정기공연이나 지원 작품들로 채워진다. 겨울연습을 하고 있는 다양한 실험 작들은 대개 따스한 봄날 공연을 기다린다. 초겨울의 예상을 깨는 충격, 기축년 대미를 장식한 작품은 신종철 안무의 『Island, 섬』이었다.
2009년 11월 28일(토), 29일(일) 춤전용 M극장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명료한 주제의식으로 관객을 지구인으로서 환경파괴의 공범으로 몰아 순식간에 좌불안석으로 만들어 버린다. 신종철 댄스 프로젝트의 첫 작품은 ‘지구온난화에 관한 지구인의 반성과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Island, 섬』이다.
대사를 동반한 환경예술가 혁은 군중에게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강의한다. 혁은 귀납적 실증으로 호소력을 얻는다. 춤이 시작되면 ‘불안과 고독을 수반한 사내, 무엇인가 생길 것 같은 징조, 탐욕과 이기심으로 싸움이 일어나고, 그러는 사이 지구는 점점 병들어 간다. 모든 것이 부어오르고, 구멍과 상처, 부패가 죽음을 불러온다.’
영상으로 비친 우리의 지구(섬)는 아름답지만 하나씩 헤쳐나간 지구는 온통 핏빛 이기심과 탐욕에서 빚어진 환경파괴와 오염인/물로 넘쳐난다.
이 작품은 프롤로그/섬, 노(怒), 애(哀), 에필로그/낙(樂)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공간적 무대인 오늘날의 섬, 인간 활동에서 빚어지는 필연적 부산물인 오염, 거기에서 파생되는 지구 온난화는 생태학이 지향하는 콘텍스트를 담론화 하고 있다.
춤 미래의 한 형식으로서 선보인 신종철의『Island』는 제목 선정에서부터 발효의 고민이 보인다. 함부로 붙일 수 없게 고유명사화 된 ‘섬’을 생각해낸 것처럼 신종철이 감수해낸 세월의 저울 위에 얹혀진 ‘지구의 때’는 참을 수 없는 지구인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신종철의 춤은 ‘신종철 춤에 대한 몰입과 비평을 식민화 시키는 가학자가 아니라 희생자로 기능한다.’ 즉 공유되는 가학과 희생 사이 길에 서서 무디어진 감각을 추스르자고 울부짖는 오열의 소지자 이다. 그의 춤은 낭만적 서사나 추상적 과장을 배제한다.
그는 목화 꽃, 한 알의 파장이 몰고 온 혁명적 기운을 기억해 내고자 한다.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는 한 방식으로서 춤을 선택한 신종철은 아픔의 한줄기와 지구 오염의 연속된 죄지음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선지자적 컴템포러리 춤을 전개시키고 있다.
그의 ‘시간성의 수사학’은 유기적인 관계를 지니며, 일상의 수성위에 그의 춤이 있다. 그의 춤은 추상적 동선위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해답/영상을 소지한 공유매체로 ‘우리의 춤’이 되어 있다. 다족(多足)의 해석을 지닌 그의 춤은 모두의 것이 되고 만다.
『Island』에서 안무가의 구체적 예시 중의 하나는 ‘사과’이다. 달가스의 명언이 스키마되면서 지구의 환경파괴로 ‘사과마저 먹을 수 없게 된다면’의 전제는 심각한 갈등과 고민을 수반한다. ‘섬’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인간의 ‘짓’은 진실의 축적을 외면한 집단의 돌출된 해악이다.
신종철의 춤은 늘 간결하면서도 담대한 묘사력을 지닌 압도적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Island』에서 춤 연기를 해낸 무용수들이 구축한 견고한 틀은 주제에 밀착하고 있다. 춤의 통일성과 개개인의 장점을 동시에 수반한 이 번 신종철의 춤은 수작이며 지속적 레퍼토리로서 무한성을 소지하고 있다.
진상을 보여준 혁은 에필로그에서 “보이십니까? 이게 당신이 살아가야할 미래입니다!”로 마무리 한다. 신종철의 『Island』는 처절하게 벽면에 던져지는 사과처럼 ‘지구를 위한 변명’과 우리의 각오를 청원하는 에코댄스의 전형이며, 새로운 환경운동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