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이정화 안무,출연의 '몸의 문'

장코폴로 2009. 11. 11. 08:58

자아(自我)의 현(絃)에 걸린 연(鳶) 

   이정화 안무 출연의 『몸의 문, Tongues in  My Body,2009』

   2009년 하반기 춤전용 M극장 하반기 기획공연 중 이정화(한양대 겸임교수) 안무, 출연의 『몸의 문』은 차별화되는 수작이었다. 8월 29일(토),30일(일)오후 8시 공연은 꽉 짜여진 구성으로 틈, 즉 자유사고의 공간을 찾을 수 없는 숨 막히는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24분에 걸린 몸의 문은 크게 마음의 문, 신체(욕정)의 문으로 분할된다. 마음의 문은 뿌리를 내리는 대지이며, 신체의 문은 아기를 품고 있는 아기집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삶과 모성을 대비, 여성만이 가진 신체적 이미지를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안무가 이정화는 기승전결의 틀 짜기로 몸과 마음둘 곳 없는 여자가 임을 그리워 함, 야성적 남자의 유혹, 다른 여성들로부터 정기를 받아 온전한 여성으로 탄생, 여성의 상징인 어머니가 되어 몸만 두고 떠나감을 순응자적 입장에서 다루고 있다.

 안무가는『몸의 문』을 6개의 씬으로 나누고 4분,3분,6분 30초,5분,3분,2분 20초로 간극을 갖는다. 몰입과 깨어있기의 경계에서 이정화는 몰입으로 춤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 춤의 핵심인 몸을 통해 자신과 모성에 이르는 구도자적 여행은 현자의 삶을 연상시킨다.  

 연한 호박 불빛을 타고 작은 피리와 큰 피리의 선율 속에 자신을 드러내 보인 여인(이정화)은 물에로의 유영(遊泳)을 하듯 느린 흐름, 외로움이 퇴적층을 이룬 가슴을 쓸어안으며 안정을 희구하는 삼각 꽃잎 그네를 탄다. 공허한 자유영혼 위로 하늘 꽃이 걸린다.

 일렁이는 자유 삶과 대비되는 바닥에 투영된 꽃잎 셔레이드, 간절한 기원 뒤에 어두운 통로를 뚫고 야성의 보디 페인팅, 남자(이상윤)가 몸의 타악화를 시작한다. 그 사운드가 장구 장단과 어울려진 울림으로 여인을 자극하고 짜임새의 밀도와 농도가 짙어진다. 

 그의 타악에 아우성으로 타 여성들이 몸으로 답하고, 여인의 마음도 일렁인다. 직선에 선 여인들. 레드, 카키 공단으로 만든 랩 스커트의 관능적 몸짓. 아카펠라 음악 속의 성아름, 박희진, 보라색 꿈으로 질의, 응답의 주술 같은 리듬으로 흔들림의 미학을 보여준다. 

 처연한 실연과 갈애 속에 백색 랩 스커트의 이정화, ‘한오백년’의 큰 피리 리듬 속에 멀리 바람이 스치운 픙경소리가 들린다. 녹색 푸르름이 생를 구가하면 유유자적하며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온다. 여인은 아쉬움에 떨어진 꽃잎을 모으며 세월의 상징을 더듬는다. 

 두 여인은 수줍은 그녀를 위로하듯 텅 빈 몸과 마음에 정기를 불어 넣는다. 가슴과 몸이 실루엣으로 비춰지는 흰색 천 의상, 애절한 큰 피리로 사신(死神)의 경계를 넘어 정면 영상에 비친 여인의 모습으로 그녀는 다시 태어난다.

 누드영상의 오브제가 된 나무, 그 영상으로 신체 각 부위가 서서히 만들어지고 온전한 여성이 태어난다. 이상의 들판에서 치마를 다시 벗고 낙하산 같은 녹색찬가가 울려 퍼지면서  나무들은 그 안에 뿌리를 내린다.

 큰 피리 소리가 의상과 영상에 명제 ‘여인의 삶’을 물으면 하나 둘씩 떨어지는 마음의 열쇠, 세상을 향해 경건하게 서겠다고 다짐하는 여인에게 눈이 내린다. 눈은 산천을 뒤덮을 듯 쏟아지고 여인은 완성된 여자로 태어나 어머니가 되어 문을 두고 몸만 간다.

 몸의 실루엣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되면서『몸의 문』은 혼돈의 정글에서 평안한 안식처를 얻는다. 성아름, 박희진, 이정화의 믿음의 마무리 춤은 프로정신으로 뭉쳐져 있다. 이정화 춤의 예술적 성취가 돋보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