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홍경희 안무의 '뉴 인천 환타지'

장코폴로 2009. 9. 25. 09:18

       
공연리뷰 / 인천시립무용단 'NEW 인천 환타지'
물오른 춤사위에 촉촉해진 무대
2009년 09월 21일 (월)  지면보기 | 12면 (경인일보)/9월 12일(토) 4시 공연 김선회ksh@kyeongin.com
   
 
[경인일보=]지난 11~12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된 인천시립무용단 제67회 정기공연 'NEW 인천 환타지'는 인천의 과거와 현재·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장편 춤극이다. 프롤로그를 제외한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진 이번 공연은 '물의 성(城), 물의 노래'란 부제가 붙은 것처럼 메인 이미지는 물을 감싸고 있는 인천이다.

   
▲ 장석용 (문화비평가·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회장)
조명이 들어오고 세월의 흐름과 인천의 과거를 회상하는 수신녀(김유미)가 무대 중앙에 위치한 펌프에 물을 넣으면서 인천의 서사는 펼쳐진다.

옛 우물에서 건져낸 미추홀의 동화는 도깨비불의 유희처럼 멀리서 판타지로 비쳐지지만 모든 것이 현실로 급 치환되고, 시원(始原)과 개항,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큼직한 역사의 사건에서 물꼬를 트는 인천의 모습이 물의 이미지 속에 부각된다.

해방 전·후의 변화는 낭만적 얼음 깨기와 폭포, 전선의 선연한 느낌은 끓는 물의 이미지로 대별된다. 한국무용 동작과 현대무용 테크놀로지 혼용은 묘한 감정선을 연출한다. 지게 실루엣에 이은 새 물길 내기 춤은 근대 조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포성·강풍·폭우·불안한 사이렌 소리로 잠 못 드는 한반도, 그 모습에 추위에 떠는 여인들이 대입된다.

특히 간결한 이미지로 군인들의 긴박한 모습과 70~80년대의 공장 풍경 모습은 '카르멘'의 담배공장 속을 들여다보는듯한 흥분이 일게 한다. 전후의 상처를 쓰다듬고 다시 하나가 된 코리언, 그 틀 위에서 다시 일어선 건설의 몸짓들이 크게 부각된다. 역사의 후퇴 이미지들은 귄터그라스의 '양철북'의 오스카와 오버랩된다. 그래도 희망은 물방울 소리처럼 살아있다. 바다와 미래의 도시 인천을 부각시키기 위한 진청(眞靑)의 판타지가 연출된다. 테크니션 유봉주·박성식·배준용·박철중·김희중의 파격적 조무(助舞)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 우뚝 서 있는 인천의 역동성을 보여주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부지런한 조명과 세련된 의상도 춤의 일원이 됐다.

'NEW 인천 환타지'는 물과 여성, 미추홀 판타지를 수채화처럼 표현한 세미 다큐멘터리이다. 공연내내 군무(群舞)를 보는 재미와 안무 포인트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탄탄한 기본기로 인천 창작무용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안무가 홍경희의 각고의 노력이 돋보인다. 넓은 무대에서 기량이 농익은 춤꾼들이 발산해 내는 에너지는 자신들과 안무의 무한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춤을 통해 인천의 색깔을 찾아가는 홍경희의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기대된다.
입력시간  2009.09.2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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