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허시명의 주당천리
추석입니다. 짧은 연휴지만 부족한 시간이나마 가족 간의 못 다한 정을 우리 전통주로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기에 대한민국 술평론가 1호 허시명 선생의 조언을 보탭니다. '술이 떡이 되지 말고, 술이 덕이 되게 하라.'
전통주가 부활하다 |
|
최근 한 국제대회의 공식 건배주로 ‘막걸리’가 선정되면서 우리 술의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가 연일 이상적인 매출을 기록하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전통주의 화려한 부활이다. 이런 사실이 더없이 기쁜 한 사람이 있다. 전국 각 지방의 고유한 술맛을 연구하는 ‘허시명’ 선생이다. 우리 술을 취재하고 조사한 지 10년, 그리고 최근 <막걸리 학교>라는 특별한 인문학 강좌를 기획하고 있기도 한 그는 ‘대한민국 1호 술평론가’로 불리기도 한다. |
주당선생, 전통 명주를 찾아 천리를 나서다 |
|
‘어쩌다 술향을 맡았다가 그 안에서 나를 유혹하는 낯선 길을 보았고, 기꺼이 그 길 속으로 들어섰다. 그 길에는 술만 있는 게 아니었다. 술에 인생을 건 장인이 있었고, 세월이 쌓아놓은 제조 비법이 있었고, 곰삭은 문화가 있었고, 휘청거리는 역사도 있었다.’ |
문경에서 정성으로 빚은 양반 술을 맛보다 |
|
몸에 좋고, 향이 좋다 널리 알려진 우리 산천의 전통주를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직접 발품을 팔아 술이 나는 고장을 찾아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주문하여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갓 빚어낸 술을 빠르게 받아본들, 직접 찾아가 얻어 마시는 그 한 잔의 달콤함과 견줄 수 있을까. 주당선생은 황희 정승의 집안에 전해오는 명주 ‘호산춘’을 맛보기 위해 문경을 찾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
‘호산춘’은 황희의 둘째 아들 황보신의 후손이 맥을 잇고 있는 술이다. ‘팔기 이전에 내가 마시고 내 이웃이 마시는 술’이기에 술을 빚는 종갓집 주인 황규욱씨는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서도 충분히 술을 빚을 수 있는 작은 설비를 갖추어 운영하고 있다. 500년을 이어온 문경 장수 황씨 종갓집 동네에 들어서면 종가 며느리나 종손으로부터 언제라도 이 술을 직접 건네 받아 맛볼 수 있다. 호산춘은 끝은 달지만 끈적거리지 않고, 누룩내가 스치지만 코 끝에 오래 머물지도, 입 안에 오래 남지도 않는 맛이다. 오래도록 이어 내려온 집안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선비 특유의 고집과 자존심이 녹아든 술이기에 그 자체가 먼 곳을 달려온 수고를 충분히 보상케 한다. |
울릉도를 여행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 |
|
술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섬 여행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가져다 준다. 섬사람은 바다와 싸우며 독하게 살기에 언제나 술이 필요하고, 바다 속에는 늘 싱싱한 안주가 있기에 술과 친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아니나 다를까, 울릉도에서 그곳 만의 특별한 술을 만났다. 호박엿과 함께 유명세를 타고 있는 호박술이다. 이름은 ‘씨앗술’로, 희뿌옇고 탁한 빛을 가졌으며 짧게는 5일 안에 완성되는 속성 탁주다. 술 속에 호박이 밥풀처럼 동동 떠다녀 그 지역에서는 동동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미세하게 떠다니는 호박 알갱이들이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맛이라고 하니 울릉도 여행의 흥을 돋우는 데 그만한 술도 없다. 동해바다가 아찔하게 내다보이는 정들깨에 자리잡은 마을 이장의 집에서 맛 본 ‘신선주’ 또한 잊을 수 없는 맛이다. 6년 전 이 신선주를 빚었던 이덕영씨(마을 이장의 형)가 발해탐사대 활동 중 풍랑을 만나 뗏목과 함께 부서져 떠나간 사연이 그 아련한 맛에 안타까움을 더한 까닭이다. |
한반도 포도주의 기원을 무주 머루주에서 찾다 |
|
주당선생은 요즘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와인의 기원을 우리 땅에서 찾아보았다. 조선시대의 기록인 <동의보감>에 의하면, 유럽 포도주가 포도로만 빚는 데 비해 조선의 포도주는 누룩과 찹쌀 고두밥과 포도즙이 함께 들어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빚어졌다고 한다. 또한 그 원료는 품종으로 따져보았을 때 ‘머루’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곧 머루주가 한반도 포도주의 근간이 된 셈이다. 주당선생은 전통 머루주를 맛보기 위해 머루 최대의 산지이자 머루주 공장이 4개나 밀집한 전북 무주를 찾아간다. |
전통주, 그 오래된 흥을 찾아서
-
- 풍경이 있는 우리 술 기행 허시명
-
- 우리 땅에서 익은 우리 술 조정형
'글 읽는 장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왼손에는 사기, 오른손에는 삼국지를 들어라 (0) | 2009.10.15 |
---|---|
말들의 풍경 (0) | 2009.10.09 |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0) | 2009.09.29 |
오일 카드 (0) | 2009.09.28 |
서울,문학의도시를걷다 (0) | 2009.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