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한국영화, 자본의 흐름
다시 요약하면, 90년대 한국영화의 약진은 영화를 산업으로 인식하면서 대기업과 금융자본이 제작자들과 영화를 상품으로 기획하면서 이루어 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영화에서 대자본의 흐름을 보다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1. 대기업의 영상 산업진출과 제작자본의 변화
(1) 대기업의 영상산업 진출과정
제 1기 ( 1986 - 1989 )
대기업은 비디오 기기(하드웨어)의 확대를 위해 비디오 제작사업(소프트웨어)에 진출하기 시작했는데 이 당시에는 단순히 VCR의 판매를 위해 영상 소프트를 공급한다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서서히 반전하기 시작했다. 80년대 초 불과 수백억원대에 불과하던 비디오 시장이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전후로 급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 영상산업의 발달이 80년대 중반부터 VCR 판촉용 데모테이프의 영화제작으로 영상산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삼성, 대우, 금성 등 가전 3사를 필두로 하는 특징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VCR의 보급율의 증대와 함께 초창기 하드웨어 판매 촉진을 위해 중소 프러덕션과 제휴해 소프트웨어 산업에 뛰어든 가전 3사는 양질의 소프트웨어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으로 외화판권을 독식하기 시작했다.
대우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잠재력을 감지하고 1984년부터 소프트웨어 공급사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이어 비디오 기기 판매량이 1984년 - 1988년까지 매년 50%씩 신장하게 되자 소프트웨어 공급 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고 소프트웨어의 주공급원이었던 미국의 메이져 프러덕션인 RCA / COLUMBIA, 폭스 비디오, MGM/UA와 독점계약을 맺어 헐리 우드 흥행작들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비디오 공 테이프를 생산하며 비디오 시장에 뛰어든 (주)선경은 자사의 공 테이프를 늘리고 시장 점유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89년도에 SKC라는 자사 브랜드를 이용하여 발 빠르게 흥행 메이커인 워너 브라더스와 계약을 체결하여 초기 소프트웨어 시장 쟁탈전에 뛰어 들게 되었다.
또한 (주)삼성은 삼성전자 산하에 (주)스타맥스를 만들어 방화중심의 프로그램과 홍콩무협 물을 공급하였고 90년 월트 디즈니 계열의 성인 영화제작사 인 헐리 우드 픽쳐스, 터치스톤 등과 판권 계약을 맺어 이들 메이져 프러덕션이 보유한 프로그램을 출시하여 상당한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제 2기 ( 1990 - 1991 )
84년 말부터 소프트 공급사업에 대기업이 적극 참여하면서 비디오 시장은 더욱 활성화 되기 시작하여 1982년 VCR 보급은 5만 4천대, 테이프 제작은 135편이었으나 1992년 VCR 보급은 120배, 테이프 제작은 2,400편으로서 약 18배의 성장률을 보여주게 되었고 판매시장 또한 1,000억원에 이르는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하였다. 이제 비디오 산업이 향후 5,000억원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평가되기에 이르렀다.
초기 대우, 삼성, 금성, 현대, 선경, 두산 등과 영화전문 수입업체인 동아 수출공사 등이 미국의 7대 메이저와 직접 또는 간접으로 프로테이프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91년도 총 출시편수 2,516편에 매출액 1,900억으로 전년대비 400억원의 매출신장을 보이며 프로테이프 시장 출범 10년 중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정적인 비디오 시장의 성장은 비디오 업계에 불어 닥친 직배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게 되었다. 그 동안 국내 비디오 테이프 시장에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공급해주던 미국의 메이져 프러덕션들은 영상 흥행사업에 탁월한 경영 전략 및 노하우를 가지고 일정기간의 공급계약이 끝나자 91년부터 자체 분석 팀을 조직, 국내 비디오 시장을 조사하여 그 동안 대기업이 형성해 놓은 유통조직을 이용하여 직접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직배방식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하였다. 88년을 기점으로 CIC(UIP의 비디오 판매사)가 직배를 시작했고 그 뒤 폭스 비디오, 콜럼비아가 마지막으로 월트 디즈니와 워너 브라더스가 직배를 시작하게 되었다.
미 메이저의 국내시장 직배바람은 특별한 대응 전략 없이 단순히 매출액 올리기에 급급해 있던 국내 프러덕션 및 유통업체에 커다란 타격을 주게 되었고 국내 프로 시장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미 메이저 프러덕션의 직배로 인한 판권의 구득난과 함께 벌어진 기업들간의 지나친 프로 경쟁은 비디오 판권료의 대폭인상을 초래하여 과거 몇만 불에 살 수 있었던 외국 비디오 판권료가 몇 십만 불을 상회하게 되었고 방화 1편의 판권료 역시 몇천만원에서 수억을 호가하게 되어 대기업 비디오 프러덕션들은 영화제작에 직접 참여할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또한 미국의 직배 이후 판권구입의 개념이 변화했으며 과거와 달리 비디오 판권만을 팔지 않고 올라잇(ALL RIGHT(영화판권 포함))으로 팔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와 함께 좋은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올라잇 판권을 구입할 경우, 자사의 작품을 개봉할 전용극장 운영 등 영화산업에 진출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향후 멀티미디어 시대의 도래와 함께 많은 판권의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영화산업에 뛰어들게 된 대기업이 '극장용 영화'를 제작하고 나선 것은 비디오 사업의 특성상 '극장개봉'이 갖는 장점 때문이다. 즉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개봉작'이 아닌 경우와 영화의 작품성이 뒤떨어지더라도 극장에서 개봉했을 경우 후자쪽이 훨씬 비디오 시장의 흥행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비디오 시장의 확대와 함께 시작된 이러한 판권료의 폭등은 판권료의 구입난과 함께 이루어졌고 이러한 난입 된 상황에서 대기업은 국산영화 판권료 상승에 따른 대응책으로 91년 말부터 국산영화제작에 참여하는 움직임을 보이게 되었다.
(2) 대기업의 본격적인 영화업 진출
대기업들은 국내외 비디오 판권을 구입, 그것의 판매수익으로 영상 사업부를 운영해오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매체인 극장용 영화제작에 선자금 지원형식의 투자를 하면서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비디오 사업을 하던 대기업들은 비디오 사업으로 고수익을 올려온 호황기가 소프트웨어 부족이라는 난황을 겪게 되자 아예 잘 팔릴 영화제작에 투자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 이러한 대기업의 영화업 진출의 구체적인 동기는 한국 비디오 시장의 70%을 점하고 있는 미국 메이저사가 직배체제를 갖춰 판권 구입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과 판권의 엄청난 가격상승이 국내 시장으로의 투자 전환을 가져오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서 설사 비싼 값을 주고 비디오 판권을 사려해도 이전보다 질이 훨씬 떨어져 고급화된 소비자의 취향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러한 어려움에 직면해있는 기업체의 영상사업 팀들이 차라리 충무로에 투자,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변화인 것이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비디오 회사들이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거의 무조건 선지급해왔던 방식을 변경, 이제는 '돈이 될만한' 영화를 선별, 그 작품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변화를 갖게 된 것을 들 수 있다. 그전까지는 비디오 판권료는 줄거리와 출연진 정도가 표기된 계획서만을 보고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한국 영화의 경우 수요보다 공급이 딸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동안 비디오 업계에서 일해온 '노하우'등으로 앞으로는 무조건 판권료 지급을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영화 제작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것도 이유가 되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같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훨씬 적극적인 투자개념을 띄게 되었고 주연배우를 직접 지명하는 등의 투자조건을 내걸게 되었다. 또한 이 방법이 비디오 판권만을 사들이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즉 비디오 판권료가 급상승하여 평균적인 제작비 1편의 제작비와 거의 맞먹는 금액이므로 비디오 판권만을 사는 것보다는 영화를 제작해 영화 - 비디오 - TV로 수익을 분산시키는 것이 위험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라는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기업의 영화산업 진출의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향후 멀티미디어 영상산업의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3) 대기업의 투자형태와 계약방식
자본과 조직력으로 무장한 대기업과 축적된 제작 노하우와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충무로 제작사는 '필요'에 의한 계약관계로 맺어져 있다. 그러나 이 1차적 조건은 이윤의 추구라는 지점에서 민감하게 부딪치게 되었다. 이에 이윤추구를 위한 대기업의 투자방식에 따라 다양한 제작형태가 생기게 되었다.
비디오 판권 선구매 형식
가장 초기의 소극적인 형태로서 대기업이 처음에 영화 제작에 참여한 형태가 비디오 판권 선구매 방식이다. 이는 한 영화가 기획단계에 있을 때 완성된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비디오 판권을 먼저 구매하는 형식의 자본 투자이다. 만일 A라는 제작사가 제작비 10억 예산의 영화를 만든다고 할 때, 제작비를 조달하는 방식은 비디오 판권료(A급 영화의 경우, 3 - 4억)를 미리 팔고 나머지 자금은 지방배급를 통해서 또는 자기 자본을 가지고 충당하는 방식이 된다.
이런 거래 방식의 제작형태는 자기자본이 충분한 태흥영화사 혹은 동아수출공사, 익영영화사와 같은 충무로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또한 비디오 판권을 제작 중간이나 제작 후에 팔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제작사가 자본이 충분하고 흥행에 자신이 있을 경우, 유리한 방식이 된다.
92년 이전까지 대기업이 영화업에 참여한 형태가 비디오 판권을 선 구매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경우 나중에 사고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서 꼭 '담보'를 요구했다. 그러나 (주)대우는 <미스터 맘마>의 비디오 판권을 '담보 없이' 선 구매하는 형식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담보가 없어서 영화를 못 만들던 그 당시의 영세한 제작자들에게 '담보 철폐'는 큰 사건이었다.
공동제작 방식
공동제작의 방식은 비디오 판권을 구매하며 점진적으로 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한 대기업이 시험적으로 시도해본 형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자금력이나 배급능력이 있는 선익필름이나 순필름 같은 준 메어저급 제작사들이 선택 가능한 방식이다. 이는 제작사와 투자기업이 공동으로 자본을 투자하고 이익금을 나누는 방식이다. 대개 영화 개봉부터 케이블 TV판권 가에 이르기까지 투자와 배분이 이루어지는데, 공동투자를 한 대개의 제작사는 비디오 판권과 케이블 판권을 투자기업에 되팔아 투자액을 줄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실질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면 제작비 전액이 10억인 영화가 있다고 할 때 공동투자는 50 : 50을 기준으로 하므로 제작사와 기업은 각각 5억씩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공동제작 하는 경우, 비디오 판권도 함께 소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기업의 비디오 사업부에서 비디오 판권을 사간다. 이를테면 10억 예산영화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제작사는 5억씩 출자해서 자본을 형성하는데, 비디오 판권을 4억에 미리 팔 경우 양쪽이 2억씩 가져가고 3억씩 만 내면 된다. 그래서 결국 기업은 비디오 판권 4억을 포함해서 총7억, 영화사가 3억을 내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이런 경우, 비디오 판권을 기업에 귀속되고 극장 수익은 5 : 5로 나눈다. 나머지 판권에 대해서는 제작비 명목으로 일정부분을 추가 투자함으로써 판권을 가져간다.
또 다른 경우는 정확하게 50%씩 부담하고, 모든 판권에 대해서 5 : 5로 나누는 동업형태가 있다. 그런데 공동제작 방식은 자본을 출자하는 방식이 일시불의 형태가 아니라, 이를테면 촬영 몇 회에 대한 예산이 책정되면, 책정되는 매 금액마다 50%씩 분담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자금력이 원할 하지 않은 제작사들은 이런 방식의 제작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기업 전액지원의 형태
95년 대기업이 영화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제작형태가 전액지원 방식으로서 멀티미디어 시대에 다량의 영상 소프트웨어를 확보하려는 대기업의 의지가 나타난 결과라고 보여진다.
전액지원 방식에서 제작은 제작사가 담당하고 자본은 대기업이 전액지원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10억 예산의 영화일 경우, 총제작비 10억이 전부 회수된 후에 극장 흥행수익금을 배분한다. 분배비율은 많게는 기업 대 제작사가 5 : 5, 적게는 7 : 3이며 이러한 분배율은 각 제작사의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르게 책정된다. 전액지원의 경우, 흥행에서 실패할 경우 경제적 리스크를 전부 기업에서 안는다. 제작사는 경제적으로는 손실이 없지만 자사의 크레딧에 손상이 가게 되어 차기 작품의 제작에 영향을 받게 된다. 반면 모든 판권은 대기업에 귀속되며 흥행에서 성공할 경우 극장 판권에 대한 수익금이 제작사의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몫으로 인정 받게된다.
대기업의 전액지원이 늘어나면서 대기업 전속개념의 제작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우는 씨네 2000과 향후 5년간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있으며 선익필름과는 준 전속 개념으로 엮어있다. 삼성의 경우 우노 필름과 3년간 전속계약을 맺고 있으며 씨네마 서비스, 명 필름, 프리시네마 등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중 씨네마 서비스나 명 필름의 경우, 회사의 사무실 임대료와 경상비의 일부를 지원 받고 있다. SKC는 영화세상과 느슨한 관계를 갖고 있다. 이렇게 전속형태로 계약을 맺은 제작사들의 경우, 회사의 경상비 일체를 대기업에서 월 단위로 지원해주며 이러한 경상비는 제작비의 명목으로 산정된다. 이를테면 제작사에서 1년에 10억 짜리 영화 5편을 만드는데, 1년 동안 1억의 경상비를 지출했을 경우, 5편의 영화에 2,000만원씩 의 경상비를 제작비에 얹어서 1편당 총제작비는 10억 2천만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를 개봉한 후 10억 2천만원의 제작비를 회수한 후에, 수익금에 대한 분배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계약방식에 대해 제작사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형태라는 비판적인 시각과 함께 영세한 제작사가 영화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제작형태에 대한 제작사 측과 대기업 측의 의견은 상반되는 경향이 있다. 제작사 측에서는 대기업이 판권료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다음에 대기업 대 제작사가 이익금을 배분하는 이런 불평등한 계약관계는 기존 충무로에서 행해지는 입도선매에 가깝다는 것이 불만이다. 반면에 대기업은 제작사들이 과도하게 불필요한 지출을 통해 제작비를 늘려간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기업 직접제작 형태
직접 제작방식은 기존 충무로의 제작방식에서 탈피하여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대우전자의 <커피, 카피, 코피>나 해태를 모체로 한 광고대행사 코래드의 <헤어드레서>가 이에 속한다.
대기업에서 생각하는 직접제작의 방식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대기업에서 프러덕션을 차리고 외부감독을 고용하여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와 자체 직원이 감독을 하는 경우다. 대기업에서 느끼는 직접제작의 필요성은 "현업과의 유대를 위해서이며 제작비와 인력사항 등 제작과 관련된 사항을 직접적으로 습득해서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능률적인 제작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한 그 동안의 충무로 제작사와의 작업에서 어떤 부분의 협의를 전제하고 작업함에도 불구하고 돈을 대는 입장과 제작의 창의성을 주장하는 입장 사이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고 영화사들에게 제작지원을 하다 보니 나름대로 새로운 방식을 적용, 시도해 보려는 견해차이를 느꼈기 때문이다. 기자재를 갖추고 직접 제작함으로써 나름대로의 제작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스텝과의 계약관계, 제작진행방식, 마케팅 방식, 시나리오 기획, 개발 방식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새로운 작업방식을 시도해 볼 것이다. 또 한가지는 비용 절감의 효과를 꾀하는 것이다. 대기업 측에서는 직접 제작을 통해 '제작 노하우'를 축적하고 영화인들의 공감대도 넓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러한 방식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대기업이 직접 제작과 배급을 겸하는 헐리우드 메이저의 방식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기업의 자체제작에 대해 대기업의 조직적 특성상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 영화계의 중론이다. 즉 "영화라는 작업은 특성상 프로듀서나 제작자가 최종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감독이 지향하는 영화의 경우 프로듀서만 설득하면 되는 단순한 결정과정에 있게 되는 반면 대기업은 조직적 특성상 의사 결정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연령층과 가치관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영화를 만들어야 통과가 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렇게 모든 연령층을 만족시키는 무난한 영화는 만들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이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또한 "대기업이 영화계에 뛰어든 목적은 멀티미디어 산업에 뛰어들어 멀티미디어의 하드웨어를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가 가진 특성상 대기업적인 대량생산 방식이 맞지 않는다. 따라서 대기업은 하드웨어 쪽을 담당하고 소프트웨어는 영화제작사에 맡기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다수 제작사쪽의 입장으로 정리된다.
대기업 자본의 유입은 제작사들에게 제작비의 부담을 덜어줬으며 젊은 감독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면에서 일단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업 자본을 얼마나 유리한 입장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 된다. 즉 흥행능력을 인정 받은 제작사는 다음 작품에서 더 나은 조건으로 작업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제작사들은 도태되거나 더욱 불평등한 계약조건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작사들에게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영화제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대기업과 독립제작사의 균형 잡힌 공생관계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작자본과 동일한 가치로 인정해주는 풍토에서 가능한 것이다.
2. 금융자본의 유입과 자본의 다각화
미국 직배와 실명제의 영향으로 자금난에 허덕이던 영화인들에게 대기업의 자본 유입은 많은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즉 충무로의 젊은 인력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열렸으며 보다 선진화된 방식을 지향함으로써 작품의 질을 높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작품제작에 있어서 대기업으로부터 독립성을 갖기 어려우며 자칫 대기업에서 원하는 영화만을 양산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본의 다각화 노력이 이루어졌고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 신씨네에서 주도적으로 금융자본을 유입하여 제작한 "은행나무 침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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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융자본 유입배경
과거에 영화는 산업이 아니라 향락산업, 오락산업, 유흥업 등과 같은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영상산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가 전략회의에서 모 정무 수석관이 "쥬라기 공원"의 수익성을 이야기 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로서 영화산업을 육성하자는 안을 내놓게 되었다.
원래 영화에 투자할 수 없는 업종이었던 창업투자회사라는 금융자본이 영화업에 유입될 수 있었던 것은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던 영화업이 95년 3월에 제조업에 준하는 대우를 받도록 한 통상산업부의 조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는 사업성이 있으나 자금력과 담보력이 미약한 창업자에 대해 무담보로 투자를 지원하는 회사중이다 창투사들은 영화업 진출배경에 대해 "영화 투자를 위해 2년 이상 연구를 해왔고 비디오판권, 지방판권 등을 통한 원급 회수율이 의외로 높고 자금 회수기간이 빠르다는 유동성 부분의 장점을 높이 샀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이들 창투사가 다른 제조업에 투자할 경우 자본의 회수기간이 4 - 5년이 걸리는 반면 영화에 투자할 경우 자금회수 기간은 10개월에서 1년밖에 안 걸린다. 이 점이 투자를 가능케 한 주요인이다.
창업투자의 자본이 영화에 유입된 또 하나의 이유는 향후 영상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나타나는 영화 관련사업에 대한 파급가능성 때문이다. 즉 영화가 캐릭터 비즈니스 , 게임 비즈니스 , 공중파, CA TV등의 핵심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영화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지닌 미래의 유망산업이라는 판단이 창업투자와 같은 모험자본이 들어올 수 있었던 가장 실질적인 배경이다.
(2) 금융자본의 투자방식 및 계약조건
창업 투자사가 제작에 전액 투자를 할 경우, 공증을 받은 모든 판권양도증을 담보로 삼고 영화 제작비를 투자한다.
이익금 분배율은 영화에 따라 다르며 기본으로 5 : 5로 시작하지만 6 : 4가 될 수도 있고 4 : 6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제작비 10억의 영화일 경우, 개봉 후 10억을 기준으로 이익금이 10억 이상일 경우는 영화사 쪽에 더 많이 분배되고 10억 이하일 경우는 영화사 쪽에 더 적게 이익이 분배된다. <은행나무 침대>의 경우, 총제작비 17억원을 지원 받았는데 장기신용은행창업투자와 일신 창업투자가 50%씩 투자했다. 이익 분배는 신씨네 : 일신창투 : 장은 창투가 각각 5 : 2.5 : 2.5의 비율로 분배했다. 보통 대기업에서 전액지원하면 비디오, 케이블TV, 공중파TV등에 대한 저작권 일체를 전부 다 가져간다. 반면에 일신 창투등과의 계약에서는 흥행 수익만 분배하고 모든 저작권을 제작사 측에서 갖게 된다.
(3) 제작비의 상승요인에 대한 평가
충무로 제작사 측의 입장에서 자본을 지원하고 작품자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창업투자 자본의 유입은 대기업이 독과점하는 한국 영화자본의 구조가 좀 더 폭 넓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창투 자본이 유입된 후, 캐스팅, 촬영감독, 시나리오 작가, 감독 등의 인건비를 올려 놓음으로써 충무로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서 창업투자 측에서는 제작비의 급상승의 원인이 충무로 제작사의 제작 자금 관리체계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공정한 자본의 유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화인들의 인식이 전화되어야 하고 관리체계의 정립, 순수제작비와 일반 관리비에 대한 사전계산, 명쾌한 회계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경영의 합리화가 이루어져야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사 |
제작사 |
영화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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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형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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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게돈(95) |
애니메이션 |
2억 |
부분지원 |
일신창업투자 장은 창업투자 |
신씨네 |
은행나무침대(96) |
강제규 |
23억 |
전액지원 (일신 50%, 장은 50%) |
일신창업투자 한림창업투자 |
순필름 |
본투킬(96) |
장현수 |
22억 |
전액지원 |
일신 창업투자 장은 창업투자 |
한맥앤터프라이즈 |
피아노맨(96) |
유상욱 |
17억 |
전액지원 |
일신창업투자 장은 창업투자 |
씨네마서비스 |
친자확인(96) |
강우석 |
10억 |
전액지원 |
동양미디어 |
씨네마루 |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96) |
오일환 |
12억 |
전액지원 |
3. 창투사의 투자분석
금융자본, 즉 창투사의 투자분석을 위해 가장 성공적 사례로 꼽하는 일신창투를 예로 들었다.
◈ 일신창업투자 주식회사 ( 91년 창업, 대표이사 : 고정석 )
- 총운용자금 2천억
- 자산 4백억
- 영화 팀의 운용자금 30억 정도
창투사의 영화제작 투자도 일반 투자방식을 그대로 원용하고 있다. 영화가 첨단문화상품이지만 경영학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원리와 기법이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
◈ 일신창투의 투자원칙, 전략
1. 일신창투의 가장 큰 전략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투자 및 회수에 위험부담을 줄이고 수익률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흥행가능성이 보이는 영화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첫번째 과제다. 그러자면 심사과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심사의 근거는 시나리오와 기획이다. 기획단계의 위험부담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돈이 나가기 전까지는 철저히 개입한다.
하지만 일단 투자를 결정하고 제작이 시작되면 자금관리만 할뿐이지 제작과정과 마케팅의 독립성은 완벽하게 보장해준다.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 배급은 당연히 일신창투의 몫이다. 배급은 단일 제작사보다는 소프트를 많이 갖고 있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일신창투가 나선 것이다.
일신창투는 자금조달, 예산관리, 자금집행, 배급업무에 전념하고 제작사는 기획, 제작, 마케팅, 홍보를 맡는다.
2. 다음은 제작사에는 치밀한 예산편성과 효율적인 관리를 요구하고 일신창투 스스로도 최대한 감량경영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체인지〉이전에는 대충의 명세대로 뭉칫돈을 주고 받았지만 지금은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자금집행까지 책임진다.
한편 현재 핵심직원 4명만으로 끌어 가는 것을 보면 내부에서도 최대한 절감한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제작사에 7:3으로 수익을 배분하는데 비하면 파격적인 5:5 수익배분율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3. 고정자산을 많이 확보하지 않는다는 것도 일신창투의 전략이다.
안되면 언제든지 털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몸이 가벼워야 부담이 없다는 뜻이고 소프트웨어만 하겠다는 의미다. 대기업들처럼 몸이 무거워져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은 절대 않는다는 원칙이다.
4. 일신창투의 최대의 장점은 간결한 의사결정체와 순발력이다.
실무담당자가 수시로 바뀌거나 사사건건 결재라인을 통해 승낙 받고 현장감 없는 간부들의 의견까지 조정해서 설득해야 하는 대기업에 비하면 일 처리 속도가 고속 전철급이다.
5. 현금동원력도 일신창투의 무기중의 하나다.
언제나 돈이 되는 사업만 찾아서 일을 벌이는 창투사의 속성상 창투사에는 위기라는 게 별로 없다. 돈을 굴리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6. 일신창투의 가장 큰 무기는 김승범이라는 걸출한 'Executive - Producer'다.
굳이 우리말로 옮기면 '투자관리자'나 '투자관리 프로듀서'에 해당한다. 돈을 모아 영화제작에 투자하고 한편의 영화가 개봉될 때까지 제작비 조달과 관리를 책임지면서 제작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바람막이에서 제작자를 고무 추동해 상승효과까지 창출해 내는 탁월한 수완의 소유자다.
제목 |
총제작비(예산) |
총제작비(집행) |
일신투자액 |
일신이익금 |
은행나무침대 |
16억 |
23억 |
4.5억 |
3.8억 |
본투킬 |
15억 |
17억 |
5억 |
-1.8억 |
피아노맨 |
15억 |
17억 |
3.5억 |
-2.5억 |
체인지 |
15억 |
16.5억 |
5.5억 |
1.1억 |
할렐루야 |
15억 |
15.5억 |
3.5억 |
4억 |
접속 |
16억 |
17억 |
6억 |
9억 |
모텔선인장 |
11.5억 |
11.5억 |
4억 |
-3억 |
Too Tired To Die |
14억 |
|
14억 |
|
8월의 크리스마스 |
16억 |
|
5억 |
|
조용한 가족 |
12억 |
|
4억 |
|
최근에는 또다른 금융자본, 삼부파이낸스가 올해 100억원을 포함해 5년간 총 300억원을 영화에 투자하겠다고 하여 주목받고 있다. 다음은 씨네21 3월호에 실린 삼부파이낸스 양재혁 회장과의 인터뷰이다.
대기업이 빠지고, 투자자본이 재편되고 있는 분위기에서 다른 투자사들과 경쟁이 불가피할 것 같다. 시네마서비스와의 협약도 삼성의 빈자리를 ꡐ선점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이는데, 어떤가.
-대기업이 빠져나가고 금융자본이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모른다. 영화의 속성이 벤처기업에 어울리는 일이고, 그러자면 빠른 의사판단과 유연한 행동력이 필요한데 ꡐ제조업 마인드ꡑ를 가진 대기업보다는 기본적으로 자금 흐름과 유동성을 중시하는 금융업이 영화에 더 적합할 수 있다. 가령 배급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이 때문에 당장 극장을 짓는 것은 시장규모나 자금의 투입면에서도 지금은 맞지 않다고 본다. 대기업이 완전히 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며 사안에 따라 전략적 연대를 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본격적으로 영화사업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너무 규모가 큰 것 아니냐, 무모하다거나 과대포장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런 걱정을 많이 들었다. 삼부는 원래 영화하는 회사가 아니고 주력사업은 벤처캐피탈이다. 영화가 벤처산업이고 엔터테인먼트산업 자체가 벤처산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투자하는 것이다. 벤처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마땅히 투자할 사업이 그리 많지는 않다. 투자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자본은 있는데, 그러면 투자해서 이익을 내야 한다. 그래서 영화를 고른 것이다. 영화는 삼부 전체로 보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많은 제작사들이 영화를 만드는데 우리가 몇편 더 만든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 당장 우리가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투자했다가 성과가 금방 나오지 않으면 자본회수해서 대기업들처럼 손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영화가 물론 실패할 수도 있겠지. 삼부는 벤처캐피탈 회사니까 영화이외 여러가지 투자 경험도 있고, 지식산업쪽의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영화가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라는 점도 알고 있다. 대기업들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줄 알고 투자했다가 거위까지 잡아먹어 버리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본의 의미가 다르다. 대기업의 제조업 자본과 벤처자본은 다르다. 대기업의 철수를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최근 <쉬리> 결과를 보고 많이 쏟아부으니까 ꡐ대박ꡑ이 터진다는 쪽으로 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평가다. 아이디어와 전문성의 결합이고, 자본과 경영마인드의 복합 결과다.
금융회사를 운영하다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가 무엇이며, 특히 영화에 비중을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를 예술과 문화로 단정하면 투자자로서의 의미는 떨어진다. 예술, 문화라는 의미 이전에 이익이 발생해야 재투자가 가능하고 자본 축적이 가능하다. 삼부파이낸스는 기본적으로 자금을 움직이는 회사이며, 그 자금을 벤처산업에 투자하는 회사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대표적인 벤처산업이며 그중 영화는 파급력, 영향력이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자금회수가 빠르다는 것도 장점이다.
영화산업에 대해 일반론이 아니라 투자자의 입장에서 갖는 매력은 무엇인가.
-흔히들 영화를 투기다, 도박성이 강하다 하지만 이같은 위험성은 다른 사업에도 존재한다. 다만 문제가 됐던 것은 그간 영화계가 합리적인 자금 흐름의 관리, 체계적인 제작방식 등이 부족해서 제작비의 누수현상이 심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는 제조업 같은 다른 사업에 비해서 자금 회전과 결과가 빠르고, 투자 안정성도 낫다고 본다. 흥행에 실패해도 최소한 절반은 건지는 게 영화지만 제조업은 부도가 날 경우 보유한 주식이 모두 휴지가 되니까.
영화사업에서 삼부와 창업투자사 등 다른 금융 자본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원천적으로 돈을 굴리는 회사라는 점이 공통점이고, 차이점이라면 다른 금융사가 영화를 시험적으로 조심스럽게 한다면 우리는 전면적이고 적극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한국영화계 투자․배급의 세력 판도를 어떻게 전망하나.
-제작과 배급 분업화 등 장기적으로는 한국 현실에 맞는 산업으로 정착할 것이다. 어느 한쪽이 시장을 독점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자본세력과 제작 집단간의 계속적인 연대, 이합집산이 반복되리라 본다.
Ⅳ.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향
90년대에 영화를 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정부 또한 여러 지원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
프레스센타 19층회의실에서는 문화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 주관으로 ‘영화진흥정책’ 발표가 있었다.
1. 영화산업을 국가 핵심기간산업으로 육성할 필요하고
2. 문화경쟁시대를 선도할 영화산업 발전의 기본틀을 마련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2004년까지
□ 메이저 제작 상업영화 100편이상 제작,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50%
□ 총 관객 8,399만명(1인당 1.72회 관람) 총 매출 5,548억원
ㅇ 한국영화 관객 4,200만명(1인당 0.86회 관람) 매출 2,774억원
ㅇ 스크린 800개(61,000명당 1개관)
□ 한국영화 해외수출 5천만 달러 (1999년 대비 1,670% 성장)
□ 한국영화 방송 편성비율(채널당 주 1편) 정착, 방송사의 영화제작 참여
□ 인터넷 등 뉴미디어 분야에서의 한국영화 적극 진출
을 목표로 하고, 23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 5개년 ‘영화진흥금고’ 부문 예산집행 계획(안) 개요
사업명 |
2000년 |
2001년 |
2002년 |
2003년 |
2004년 |
계 |
제작 활성화 |
59,180,000 |
37,680,000 |
48,300,000 |
29,570,000 |
20,790,000 |
195,520,000 |
76.9% |
86.8% |
91.5% |
91.2% |
92.5% |
85.7% | |
종합촬영소 경쟁력제고 |
14,020,000 |
4,420,000 |
3,170,000 |
1,720,000 |
1,000,000 |
24,330,000 |
18.2% |
10.2% |
6.0% |
5.3% |
4.4 |
10.7% | |
해외시장 진출과 국제협력 강화 |
500,000 |
500,000 |
500,000 |
400,000 |
400,000 |
2,300,000 |
0.6% |
1.2% |
1.0% |
1.2% |
1.8% |
1% | |
아카데미 운영 및 우수인력양성 |
3,000,000 |
500,000 |
500,000 |
450,000 |
- |
4,450,000 |
3.9% |
1.1% |
0.9% |
1.4% |
- |
1.9% | |
정책연구와 정보화 사업지원 |
300,000 |
300,000 |
300,000 |
300,000 |
300,000 |
1,500,000 |
0.4% |
0.6% |
0.5% |
0.9% |
1.3% |
0.7% | |
합 계 |
77,000,000 |
43,400,000 |
52,770,000 |
32,440,000 |
22,490,000 |
228,100,000 (100%) |
□ 영화진흥금고 조성 목표액 (2003년까지) : 1,700억원
Ⅴ. 리포트 후기
90년대의 한국영화를 조사하면서 이전 한국영화와는 다른점을 많이 발견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다가왔고, 결국 영화라는 예술도 사회의 다른 부분들처럼 세계화라는 커다란 틀안에서 상품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 산업에 진출한 대자본(대기업과 금융자본)을 살펴보게 되었다.
삼성,대우등의 대기업계열사는 90년대초반 비디오판권을 시발로 영화산업에 진입했으나 IMF이후 구조조정을 실시, 현재는 거의 철수한 상태이다. 한편,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던 영화 제조업이 95년 3월 제조업으로 분류되면서 금융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빠른 의사 판단과 유연한 행동력이 필요한 영화제작에 현재 금융자본이 정착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산업을 일종의 벤쳐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대두되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영화산업(?)에 대한 자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8월의 크리스마스’,‘쉬리’같은 수작들도 더불어 나오고 있다는 점은 90년대의 또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작에서부터 철저한 사전 기획으로 시작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작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감독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이는 90년대 흥행작의 많은 부분이 신인감독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기획단계에서 모든게 결정되기 때문에 역량있는 감독(값비싼 감독)이 필요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의 예술성이 전체적인 영화산업을 선도한다고 볼 때, 90년대의 이러한 변화가 과연 바람직한 모습인가는 보다 고민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 ‘아름다운 시절’의 이광모 감독이 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을 뿐 아니라 흥행에서도 성공한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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