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는 장샘

고뇌의 원근법

장코폴로 2009. 7. 8. 09:06

 

오늘의책

북모닝 CEO 08일 2009년 07월
Today Book

고뇌의 원근법

지은이: 서경식  출판사: 돌베개

근대 미술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예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예쁘지 않은 그림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 브리핑


 
 
『고뇌의 원근법』이라는 제목만 얼핏 보았다. 서양미술에서 원근법에 대한 이론을 쓴 책으로, 원근법 이론이 워낙 어려우니 ‘고뇌의’ 라는 수식어를 붙였을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함부로 생각하며 접근한 나의 가벼움에 대해 반성하였다. 책의 겉장에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기행 ? 전쟁과 폭력의 시대를 응시한 화가들을 찾아서’라고 적혀 있었다. 이 문구가 모든 것을 말해 준다.

이 책은 일본에서 태어난 조선인 2세이자, 대학에서는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현대법학부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저자가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지를 다니며 본 독일어권의 근?현대 미술 작가의 그림에 관하여 쓴 미술 에세이집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한국의 근대 미술을 본 저자는 “왜 내가 본 모든 한국 근대미술 작품은 그렇게도 예쁘게 마감되어 있는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국 근대미술이 아름다움에 대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얼마나 깊이있는 문제 의식을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대적 고민이, 그림에 담긴 이야기 소개나 예술 기행과 같은 일반적인 미술사를 다룬 책이 아니라 시대와 인간이 충돌하는 장으로서의 예술을 절절히 담아내는 미술 에세이집을 만들게 한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많은 작가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예쁜 작품을 그려서 사람들을 위로하려 하지 않았다. 진실이 아무리 추하더라도 철저하게 직시해서 그리려 했다. 그것이 우리를 감동시킨다. 거기에서 ‘추’가 ‘미’로 승화하는 예술적 순간이 생긴다. 그들의 힘으로 우리는 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공유하고 있던 통념으로서의 미의식을 과감하게 파괴하고 새로운 시대의 미의식을 개척”(6-7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예술적 역량이란 기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독창적인 수법으로 그려내는 인간적인 역량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예술은 정치적 현실과 무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미술도 인간의 영위인 이상, 인간들의 삶이 고뇌로 가득할 때에는 그 고뇌가 미술에 투영되어야 마땅하다”(6쪽)는 저자의 말에서 느낄 수 있듯, 화가들의 그림 속에 녹아있는 그들의 삶과 미학적인 탐구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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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서경식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했다. 『소년의 눈물』로 1995년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마르코폴로상을 받았다. 2009년 현재 도쿄케이자이 대학교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6년부터 2008년 3월까지 2년 동안 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로 ‘조국’에서의 ‘생활’을 체험했다. 지은 책으로『나의 서양미술 순례』『청춘의 사신』『단절의 세기, 증언의 시대』(공저)『디아스포라 기행』『난민과 국민 사이』『교양, 모든 것의 시작』(공저)『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시대를 건너는 법』『만남―서경식 김상봉 대담』『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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