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가 베니스를 무대로 쓴 명작 두 편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은 명배우들의 열연으로 여유로움과 해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시적 상상력에서 출발한 셰익스피어의 희극의 영화적 재현은 ‘셰익스피어 연기자’들에 의해 더욱 빛난다. '일 포스티노'를 연출했던 감독은 시대감을 살린 고전적 언어 구사와 극적 분위기 창출, 튼실한 미쟝센으로 인간의 추악함이나 저열함도 높은 시향(時香)에 쌓이도록 만든다. 인간의 실수나 부조리, 결점은 인간이기에 가능하다는 영화 '베니스의 상인'은 1596년 '물의 도시' 베니스를 배경으로 한 풍광과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현실에 되살린다. 영화는 벨몬트의 상속녀 '포시아'(린 콜린스)와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는 고상하나 가난한 '베사니오'(조셉 파인즈), 친구 베사니오의 구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으로 1파운드의 살점을 담보로 보증을 선 '안토니오'(제레미 아이언스),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알 파치노)의 사랑과 우정의 엇갈린 운명을 다루고 있다. 친구의 항해로 사랑을 이루게 하기 위해 영혼을 담보로 한 안토니오, 안토니오 덕에 3천 더커트를 빌린 베사니오, 아름다운 포시아의 초상화가 든 납상자를 골라 행운을 차지한 베사니오,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으로 다시 위기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우정을 지키려는 베사니오와 포시아의 이야기는 흔히 '베니스의 상인'하면 떠올렸던 '1파운드의 살점을 내건 거래와 재판' 외에 낭만과 매력이 넘치는 감동을 전한다. ‘세속적인 선택자들의 욕심’은 상자고르기의 플롯에서 ‘고리대금업자들의 피비린내나는 마음’은 1파운드의 ‘살의 플롯’에서 찿아볼 수 있다. 재판정에서 행해지는 유대인과 기독교도 사이의 대화는 피오트가 번역한 '웅변가'에서 참고한 것 같다. ‘작가연출의 셰익스피어는 유대인 샤일록에게 강한 복수의 동기를 부여한다. 네리사를 법관의 조수로 변장시켜 가락지 사건을 중첩시키고, 제시카와 로렌조의 사랑의 도피를 위해 남장을 한다.’ 포오샤와 네리사가 법학박사와 서기로 변장하고 안토니오를 구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사랑의 확인도구가 사라진 반지사건도 재미있다. 독선적인 기독교에 대한 풍자와 외관이나 낭만적인 편견에 속지 말 것을 경고하면서, 사랑과 우정의 엇갈린 운명 속의 매혹적인 '베니스 연담'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스토리, 배우, 감성, 볼거리까지 여러모로 유사점이 많다. 관객들은 인간의 세계와 비인간의 세계를 오가다가 자연스럽게 영화에 동화된다. 베니스의 상인인 기독교도 안토니오와 부동산 소유권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고리대금업으로 살아가는 유대교도 샤일록의 반목과 싸움처럼 비춰진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베니스의 상인인 안토니오가 되어야 하나 샤일록과 포시아, 베사니오의 캐릭터가 안토니오를 앞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