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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바운스'

장코폴로 2009. 5. 6. 10:51

공연/영화
원조교제․ 통과의례에 걸친 세 소녀의 도약
(장석용주간의 비디오산책)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바운스'
장석용주간
 

인간이 큰 경험을 하게되면 최소한 그 아픔 만큼 성숙해진다. 숱하게 상품화되어 붙어있는 스티커 속의 청소년들을 보면서 일본의 성 모럴에 대해 약간은 당혹감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실상들이 정확히 밝혀지거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오르는 한국으로의 섹스기행 체험담들은 한국의 실태를 엿보게 한다.

장선우나 김기덕의 영화들이 보여준 성에 관한 담론은 '바운스,97'(도약)를 거치면 '그르려니'로 바뀌어 버린다. 세태가 그런 것인데 어쩔 것인가. 선동적, 자극적 영상의 이미지의 선입견과는 달리 이 영화는 다큐멘타리적 기법을 충분히 살려내고 있다. 관객은 편안한 마음으로 TV를 대하듯 주인공들의 대화를 즐기고 있다.
 
고갸르(현역 여자 중고교생)의 도발적 도전은 기성세대들의 고정관념을 단숨에 무너트린다. 감독은 이들의 생활상과 모습을 깔끔한 대사처리와 명쾌한 대본 해석으로 1차 마무리를하고, 시간대별로 행동양식의 변화와 대사의 변형, 장소들을 들추어 낸다. 그 다음 등장인물들의 관계 설정과 이들의 행동에 대한 결말을 내린다.
 
그것은 어둠이 아닌 희망이고, 인생이란 커다란 테두리 속에 흘러간 사춘기의 짧막한 상처는 도약을 위한 시기였음을 일깨운다. 평이함 속에 담긴 인생의 커다란 의미는 시대에 따른 여성의 심리를 읽어내는 것도 커다란 문화적 코드이다. 97년 일본열도를 흥분케 하며 일본영화계에 신인들을 대거 배출시킨 이 작품은 블루 리본상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감독상등을 석권했다.
 
존코(사토 히토미), 라쿠(사토 야스에), 리사(오카모토 유키코)가 벌이는 일본 특유의 하모니는 이 영화가 자꾸만 사실인 듯한 착각이 일게끔 만든다.
 
뉴욕, 원조교제, 떼돈 벌기 등의 단어들은 아무래도 '철도원'이 구축해 놓은 일본정신을 침몰시키지는 못할 것이다.그러기에 '바운스'는 유쾌하고 상큼하고 쿨한 영화이다. 아버지의 부재는 일본정신의 부재이다. 이것을 이겨내는 것은 극기와 도약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