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는 장샘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장코폴로 2009. 6. 4. 02:42
Today Book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지은이: 이용재  출판사: 디자인하우스

우리 땅의 건축물 답사 여행을 통해서 역사와 철학, 그리고 예술이 함께 담겨 있는 인문학 정신의 정수를 맛보시기 바랍니다.

북 브리핑


누구나 자신을 경영한다. 자기 경영은 가장 좁은 범위의 경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경영이다. 자신을 넘어 다른 사람까지도 경영할 능력이 되는 사람은 조직이나 기업을 경영하게 된다. 이쯤 되면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경영의 대상으로 추가된다. 대표적인 것이 ‘시간’이다. 시간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대상이자 요소다. 그러면 시간과 함께 인간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차원인 ‘공간’은?

 
 
‘공간의 경영’은 부동산을 관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자기 스스로 세운 지향점과 가치관으로 자기를 둘러싼 공간을 효율적이고 의미있게 디자인하는 정도가 되어야 공간을 경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분야가 쪼개지고 전문화한 현대사회에서, 자기 공간을 스스로 만들고 경영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건축가가 하지만, 건축가 자신도 자기가 만들어낸 공간에 살며 공간을 경영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미감과 남의 철학에 의지해 만들어진 공간을 소유, 또는 배급받아 그 안에서 살고 일하게 된다. 시간과 달리 공간은 직접 경영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요소가 되어버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대인들은 ‘건축본능’을 거세당하고 살아가는 세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시대를 보자. 양반이든 평민이든 자기 집은 자기가 지었다. 양반은 자기 손으로 노동을 하지는 않았어도 자기가 집의 모습과 공간 배치를 구상해 직접 디자인했다. 현대 건축가와 똑같은 작업을 한 것이다. 퇴계 이황은 도산서원을 직접 설계했고, 양산보는 담양에 소쇄원을 짓는데 평생을 바쳤다. 양반들만이 아니었다. 평민들은 자기 집 모양을 자기가 구상하는 것은 물론 자기가 직접 몸을 놀려 집을 지었다. 양반들처럼 너른 땅과 집을 꾸밀 재력이 없었을 뿐, 오히려 더욱 건축적인 삶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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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이용재

전직 택시기사 출신의 건축평론가. 1960년 서울 생. 명지대학교 건축과 대학원에서 건축평론 전공. 여러 가지 직업을 거쳐 2002년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전업 작가로 딸과 함께 건축물을 답사하며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왜 이렇게 살기가 힘든 거예요』『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딸과 떠나는 국보 건축기행』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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