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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후쿠아 감독의 '킹 아더'

장코폴로 2009. 4. 14. 12:08

역사로 재현된 '아더'의 영웅 서사시
(장석용주간의 비디오산책) 안톤 후쿠아 감독의 '킹 아더'
장석용주간
 

 
우리가 타국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처럼 신화나 전설의 재해석도 시각에 따라 엄청 다를 수 있다.앵글로 색슨, 브리튼, 아이리쉬, 스코틀랜드, 켈트 족들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다 보면 얼버무려 영국이라고 표현된 것들이 어색하기만 하다. 감독은 '킹 아더'에서 아득한 로마와 브리튼의 탄생 속에 역사를 짜 내려간 인물과 상황들을 전통 서사극처럼 그려낸다.
 
사극의 재해석은 픽션이 전제될 수 있다. 영화의 묘미는 이런 원천에서 파생된다. 아더의 이야기를 이식시키기 위해 구축된 공간은 브리튼의 서기 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장교 아더와 사마시안 기사들의 상상이 되지 않는 15년 의무복무, 그 스토리의 중심핵에 아더의 내적 싸움과 갈등이 내재한다.
 
신화를 배격하고 현실감을 강조한 이 영화는 아토리우스의 군대와 색슨족과의 바돈 힐 전투를 삽입한다. 종교, 운명, 절대복종이란 소명제들은 아더를 따라다닌다. 여전사 기네비어의 철학처럼 자유와 자유인이 되기를 원했던 아더의 평등사상과 인간에 대한 끝없는 연민은 일순 전장에서 고뇌하는 햄릿으로 나타난다.
 
작가 데이비드 플란조니가 '글래디에이터'에서 보여준 디테일은 '킹 아더'에서는 수묵화의 단조로움으로 나타난다. 영화에서 불행의 숫자인 홀수, 전장에서도 흥행과 관객의 흥미를 끌기위한 삼각관계는 설정된다. 한스 짐머의 음악에도 불구하고 119분의 아더의 추억은 여전히 혼돈과 의구심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
 
대작 경험이 많은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의 전폭적 지원아래 안톤 후쿠아가 휘두른 엑스카리버는 차라리 전설의 '아더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동북공정등 역사왜곡이 이루지는 이 시점에서 이 영화는 묘한 감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