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캐나다 영화의 진정성을 견지하고 있는 '스노우 워커'는 소시민이 자신을 성찰하고, 깨달음을 얻어 비로서 인간이 되는 과정을 그린 것 같다. 그 깨달음은 문화인류학의 시발과 닿아있는 극지에 있었다.
103분짜리 캐나다 청정 멜로드라마는 대설원 위에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랑의 테제를 뿌려 놓는다. 자연을 오염시키고 있는 석유 드럼통, 비행기 잔해, 자잘한 총들 같은 문명의 찌꺼기들이 사랑이 스쳐가면서 죄악처럼 드러나기 시작하고, 절대환경 속에 무용지물 일뿐이다. 그 출발점은 백인 비행사가 우연히 병든 이누잇족 소녀의 후송을 위한 비행에 나섰다가 추락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연과 싸우며 참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미니 예수와 미니 붓다의 수행과 견주어 진다. 북극에 가면 누구나 성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험난한 생존 여정을 겪고 자연과 인간, 문 비문명인, 인간적인 교감을 느끼는 휴먼 드라마인 이 작품에 실제로 이누잇 출신인 아나벨라 피가턱이 소녀 역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북극 경비행기 조종사 찰리(배리 페퍼)와 이누잇 소녀 카나라크(아나벨라 피가턱)가 보여주는 문명을 초월한 사랑과 우정은 세상을 다스리는 법칙이자 느림의 미학의 정수이다. 이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들은 결국 탁닛한 스님의 철학을 닮아간다. 문명의 상징물들은 대자연과 느린 시간의 흐름 앞에 존재가치가 미미하다. 마음과 모습이 고운 스무살 이누잇 처녀의 영혼은 행방불명인 찰리의 긴 눈 길을 이끄는 수호신이 되었다. 인간과 종교를 초월한 이 영화의 사랑은 슬프고 아름답다. 서로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우게 해주는 북극 러브 스토리는 설원에서 펼치는 사슴사냥, 물고기 잡이, 대 설원, 전통치료방법, 의식주 해결 모습 등 우리가 어떤 민족의 특질을 고찰할 수 있는 민족지 영화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기록영화의 선구자로 '북극의 나누크'를 연출한 플래허티적 다큐멘터리 전통과 현대 드라마 공식을 적절히 배합한 하프 민족지영화 '스노우 워커'는 이 혼탁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나 자신을 성찰케 하는 경고장이다. 민족지 영화의 일면을 읽게 해주는 '스노우 워커'는 '블랙 크로우'류의 영화 전통을 우회한 북극동화이다. 부탄 감독의 '컵'이나 몽고 감독의 '징기스칸'처럼 그들의 관습과 풍습을 자국감독의 시각으로 보여준 '스노우 워커'는 모험과 사랑을 순백으로 섞은 대 서정시이다. 북극에서 행방불명 된지 3년 만에 귀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지금 이 어려운 총체적 절망의 시절에 밝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좌표 같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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