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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감독의 '하늘정원'

장코폴로 2009. 3. 24. 22:59

죽음과 이별, 사랑에 관한 영상 에세이
이동현 감독의 '하늘정원'
 
장석용 주간

이시키 노부유키 원작의 '하늘정원'은 95분 짜리 멜로드라마 이다. 안재욱(최오성)과 이은주(김영주)를 투 탑으로 내세워 죽음과 사랑의 의미를 찬찬히 뜯어보게 한다. 존재와 피안의 경계를 생각하며 벌이는 러브 스토리는 박신양과 최진실이 벌이던 '편지'의 애절함을 생각하게 한다. 감독이 보다 심각하게 스크린 가든을 심리적으로 접근해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 작품은 멜로의 사이클을 답습한다.   

분장사 영주는 직선적인 성격이지만 위암말기로 마지막 여생을 행복으로 치장하고 싶어한다. 부모의 임종을 지켜 보아야 했던 은성은 의사이지만 죽음과 이별은 그가 가장 싫어하는 명제이다. 그렇지만 운명의 실타래는 그들을 사랑이라는 굴레로 묶어 버린다. 과감한 모험을 배제한 연출은 평범을 뛰어 넘지 못하고, 한태근 음악목사와 채플 시간을 연상시키는 도식적인 틀은 멜로 드라마의 핵심을 우회한다.    

'스위트 노벰버'의 포맷은 자연스레 '하늘정원'에 오버랩 된다. 한 환자의 죽음으로 '시' '음계'가 빠진 찬송가 545장 '하늘가는 밝은 길이'란 느린 음정의 핸드벨 연주, 천국 병원의 '후원회 밤'행사는 죽음의 의미를 실감케 한다. 그러나 영상적 표현과 현실은 분명 차별되어져야 한다. 영주와 오성의 재회는 다시 이별을 준비해야하는 아픔으로 닥아온다. 

이화여대 최화숙 교수의 <아름다운 임종>은 죽음을 준비하는 영주를 읽어 내기에 충분하다. 죽음은 또 다른 삶의 연속이다. 그러기에 그런 감동을 이끌어 내는 전개 부분은 충분한 자연광과 밝은 미소들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 감정의 흐름을 미묘하게 포착해내는 사운드도 커다란 몫을 해야한다.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숯으로 빚은 정제된 영림수만 먹었어도 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큰 물살 속의 급류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진일보한 혜안이 필요했다. 목련이 눈꽃으로 피어날 때 슬픔이 같이 피어나듯 식상하지 않은 연기가 영화속에 용해되었을 때, 떠나지 못할 그리움과 아쉬움․ 회한은 큰 감동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