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세이

1998년

장코폴로 2009. 3. 22. 07:40

◆1998년


  아름다운 시절, 8월의 크리스마스를 기억하시나요? 


  1998년은 허진호 감독, 한석규, 심은하가 출연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잔잔한 감동으로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특히 일본 관객들이 좋아했던 이 작품은 故 유영길 촬영기사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유 기사는 가무잡잡한 얼굴에 중키로 당시 최고의 촬영기사였다.

 제18회 영평상 시상식 때문에 남산 영화감독협회에서 시사실에서 만난 화장기를 뺀 심은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예쁜 선량한 동생 타입이었고, 한석규 역시 털털하고 소박한 성품이다. 특히 한석규의 형 선규는 한석규의 후광을 입어 영화에 출연하는 등 분주했다.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은 색다른 우리영화의 맛을 보여준 작품이다. 한국말에 어눌한 홍감독은 언제나 그의 어머니의 힘을 느끼게 만든다. 어머니가 조련한 그는 중앙대를 재학 시 미국으로 유학한 유복한 집 자식이었고, 어머니는 직접 제작에 관여한 여걸이었다.

 나랑 한 시간 동안 KBS 라디오에서 좌담 프로를 한 적이 있는 심형래 감독은 『망치를 든 짱구와 땡칠이』등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었고, 잔 정 투성이 김상진 감독이 만든 『투캅스 3』은 여전히 감칠맛이 있는 경찰 코미디였고, 시체코미디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은  엉뚱한 발상으로 자기영역을 화보해 나가고 있었다.

 박기형 감독은 『여고괴담』으로 씨네 2000 이춘연 대표를 기쁘게 하는 흥행실적을 올려 주었고, 이 영화에서 김규리는 스타덤에 오른다. 한지승 감독의 『찜』은 황기성 사단의 아이디어 상품으로서 여장 안재욱의 변신으로 관심을 모았고 대머리 제작자 황기성씨는 불패의 제작 정신을 보여주었다. 즉 긴축재정의 대가라는 표현이 나을 것이다.

 『물위의 하룻밤』은 이승희라는 국제 누드배우가 출영 관심을 모았으나 영화적으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춘만의 애니메이션 『또또와 유령친구들』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작품이었고, 신승수 감독의 『엑스트라』는 코미디로서 성공작이었고, 박광춘의 『퇴마록』은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장진 감독의 『기막힌 사내들』은 기막힌 코미디를 연출했고, 임상수의 『처녀들의 저녁식사』나 김기덕의 『파란대문』은 성에대한 도발적 담론과 파격을 제시한 영화였다. 김기덕의 영화들은 과격을 얘기하지만 인간 김기덕은 구수하다. 여기에 이재용 감독의 『정사』는 자매와 삼각관계를 맺는 설정으로 98년의 성(性) 담론은 민속학회의 세미나에 버금가는 발제를 한 셈이다.

 김유진 감독의 『약속』은 조폭의 사랑을 본격적으로 현대적 개념으로 스크린에 재등장시킨 작품이다.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은 우리나라영화로 국내외 최다 작품상을 탄 작품으로 기록된다. 우리아들이 꼬마 시절 북한산 정상까지 무 등을 태우고 갈 정도로 아이들과, 사람들을 사랑하는 친구이다.

 파격실험의 대가 박철수 감독의 『가족 시네마』는 재일 한국인의 실체를 보여준 교포작가 유미리 원작으로 일본 니가츠의 자본이 투입된 작품이다. 운동권 출신으로 심재명 제작자와 결혼한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감독 이은은 순박한 영화를 선보였다.    

 이정향 감독의 『미술관 옆 동물원』은 심은하, 이성재, 안성기를 캐릭터로 구사, 완성도 높은 작품을 직조했다. 1998년 영화진흥공사가 선정한 예술, 실험영화에는 필자도 10인 심사위원에 참여했는데 『가족 시네마』와 『아름다운 시절』이 선정되었다.

 98년까지 내려온 이정국 감독의 『편지』는 관객 72만 명을 동원 흥행 탑을 기록했고, 외화는 『타이타닉』이 관객 197만 명을 동원해 흥행 탑을 기록했다.

 이제 한국영화들은 제 자리들을 잡고 견실히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든 파트에서 축적된 스키마들이 하나하나 완성도와 예술성, 흥행성에 세포처럼 활력을 주고 있었다. 숱한 영화선배들의 땀과 눈물을 정제시킨 담수공장이 본격 가동된 것이다. 이제 아이디어만 좋으면 된다. 배짱이 필요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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