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세이

한국영화 부흥의 신호탄이 된 한 해

장코폴로 2009. 3. 17. 11:57

◆1996년


한국영화 부흥의 신호탄이 된 한 해


 96년까지 만들어진 우리영화는 총 4,878편으로 집계된다.

 이일목 감독의 『카루나』로 스타팅을 하고 정인철의 『사랑 그리고 죽는 연습』으로 마무리를 지은 96년은 정말 의미 있는 작품들이 다양하게 생산된 기분 좋은 한해였다. 이현세의 만화영화 『아마겟돈』이 선보이는가 하면 배창호의 『러브 스토리』는 부인 김유미 씨를 출연시켜 배 감독의 부인에 대한 사랑을 확인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철수외 6인이 만든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는 영화 같다는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강제규가 감독하고 신씨네가 제작한 『은행나무 침대』는『천녀유혼』같은 매력을 지닌 영화였다.

 박철수 감독의 『학생부군신위』는 임권택의 『축제』와는 다른 감각으로 죽음의 문제를 다루었고, 김영빈의 『나에게 오라』는 호남들판에서 벌이는 패싸움의 낭만을 고스란히 보여준 영화였다. 장선우 감독의 『꽃잎』은 광주 문제를 직접화법으로 다룬 적극적 영화였다. 이 영화의 배우 이정현은 나중에 『와』,『바꿔』를 불러 대형 인기가수가 되었다. 이정현은 중앙대 연극과 출신으로 대입시 때 수상증명서를 내가 발급해서 남산에 갖다 주었다.

 양윤호의 『유리』는 하명중영화제작소에서 만든 세계영화제용 영화였으나 영화제용 영화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감독이 상업영화의 길을 모색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아수출공사에서 만든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평단의 엄청난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다. 김홍준의 『정글 스토리』는 윤도현의 존재를 알린 본격 작품이었다.

이명세 감독의 『지독한 사랑』은 강수연, 김갑수의 농익은 연기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수정의 『아기공룡 둘리』는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김호선의 『애니깽』은 멕시코 이민사를 적나라하게 그린 작품으로 많은 해프닝을 낳은 작품이다. 장현수의 『본 투 킬』, 강우석의 『투 캅스 2』가 액션과 코믹 형사물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혔다.   

 운동권 학생의 후일담을 담은 김응수 감독의 『시간은 오래 지속 된다』는 차분하게 지켜보게 하는 감동을 준 작품이다. 유부녀의 가출을 다룬 김태균 감독의 『박봉곤 가출사건』은 퍽 코믹한 설정으로 서서히 힘을 가져가는 여성들의 잠재심리를 읽을 수 있었다.

 임순례 감독은 고교출신의 세 친구를 그린『세 친구』로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그려내어 호평을 받았다. 황기성 사단이 제작하고, 한지승 감독이 연출한 『고스트 맘마』는 『사랑과 영혼』에서 컨셉을 차용한 작품이었다.

 이민용 감독의 『인샬라』는 압축미와 구성미의 배합이 잘못 이루어져 실패한 작품으로 기록된다. 『투 캅스 2』는 관객 63만 명을 동원해 흥행 톱을 차지했다. 영화진흥공사는 『축제『,『꽃잎』,『은행나무 침대』,『고스트 맘마』,『학생부군시위』,『투 캅스 2』에 ‘좋은 영화’라는 타이틀을 주었다.  

 96년부터 열리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영화제가 96년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열렸다. 32개국 171편이 출품된 영화제는 7개 상영부문으로 이루어졌고 부산극장을 비롯한 5개극장 7개 상영관에서 성대히 거행되었다. 이 영화제 탄생에 본인이 직,간접적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미지의 영화제를 향해 이태리 국제영화비평가연맹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심사를 한 최초의 한국인이 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하우는 현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후배 전양준에게 이어졌다. 

 이 영화제는 한국영화를 알리는 본격 계기가 되었다. 은둔의 한국영화들이 외국의 기자들과 전문가들에 의해 베일을 벗었고, 우리영화는 세계를 보고 우리의 추임새를 차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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