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세이

2000년

장코폴로 2009. 3. 27. 22:23

◆2000년

 새즈믄의 그림자놀이


  2000년 새로운 세기가 열렸다. 58편 중 대박영화 박찬욱 감독의『공동경비구역 JSA』는 한류를 더욱 실감나게 하였다. 판소리를 영화화한 임권택의『춘향뎐』이 만들어졌고, 단편 『죽거나 나쁘거나』는 류승완이 단편영화 3편을 옴니버스구성 해서 극장에 개봉한 혁명적인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멜로드라마는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2000년 서울관객 20만 명 동원한 국내․ 영화는 44편이었다. 그중 한국영화는『공동경비구역JSA』,『반칙왕』,『비천무』,『단적비연수』,『리베라메』,『동감,김정권 감독』,『가위』,『거짓말,장선우 감독』이었다. 720개의 스크린은 총 관람객 6,462만 732명의 위한 총 359편의 영화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평균제작비는 95년의 1억에서 5,6억으로 늘어났다.   변모된 기획팀의 편성과 공격적 마케팅은 투자의 다변화를 가져왔고 1150억이나 되는 투자자본과 배급유통망 개선은 100개 넘는 스크린 수를 확보하게끔 만들었다. 투자는 CJ엔터테인먼트와 시네마서비스가 50% 가까이 이루어졌다. 통일지향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는 일거에 반공영화 이데올로기를 구시대 유물로 만들어 버렸다.

 2000년 수출편수는 1999년 75편에서 38편으로 반감하였지만 수출단가 상승으로 100만 불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1999년 596만 9,219달러에서 2000년 705만 3,745달러). 또한 수출국가도 25개국으로 늘어났다. 특히 일본이 우리영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편당 수출가도 20만 달러에 육박했다. 한국영화 관객점유율은 35.1%에 달했다.

『인터뷰, 변혁 감독』,『순애보, 이재용감독』,『시월애, 이현승 감독』,『산책, 이정국 감독』 등의 작품은 세련된 모습으로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홍상수 감독은 『오! 수정』으로 자신의 칼라를 보여주었다.『주노명 베이커리, 박헌수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가 여전히 고정 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우리영화는 18세 관람가가 31편, 전체 관람가는 4편, 12세 관람가 14편, 15세 관람가 영화가 31편이었다.

 『리베라메』는 화재사건을 다룬 영화로 미국영화의 장르영화의 관습을 차용, 한국영화의 특효의 현주소를 읽게 해준다. 『비천무, 김영준 감독』,『단적비연수, 박제현 감독』은 의욕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와호장룡』의 일취월장과 비교되는 작품이었다.

  외국의 수작들을 거의 다 감상할 기회를 가진 우리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영화는 순환 고리 속에  멜로드라마, 코미디, 액션영화, 공포영화들은 시기, 과학적 기획, 완성도가 떨어지면 바로 흥행에서 제외되는 ‘관객의 눈’의 위력을 실감케 해주었다. 

 『가위, 안병기 감독』을 제외하고, 2000년 여름을 도배한『하피, 라호범 감독』,『해변으로 가다, 김인수 감독』,『공포택시, 허승준 감독』,『찍히면 죽는다, 김기훈 감독』등의 공포장르들은 공포 이전에 관객의 코미디를 유발하는 저급한 수준의 영화로 흥행에 참패했다.

 필자가 독일문화원에서 70년대부터 시작한 동서영화동우회의 좋은 영화보기 운동은 80년대 오늘의 ‘문화학교 서울’로 이어졌고, 이러한 운동은 90년대 독립영화의 싹을 본격적으로 틔우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문화학교 서울’의 초창기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을 주었고, 거기에서 작업했던 후배들을 격려하며 오늘까지 이어온 과정은 특히 유현목 감독과, 변인식 전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의 지원에 힘입은 것이다.

 사실 시네마테크 운동의 시발인 프랑스에서 앙리 랑글로아의 작업도 이와 유사하다. 오늘날의 영화학의 태동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000년 고지에는 故 권병순(중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 출신의 그가 뉴욕에서 공부한 실험영화 이론을 국내에 번역작업과 창작 작업을 통해서 후학들을 격려한 것은 우리 단편, 독립, 실험영화들이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끔 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 것이다.

  류승완의 인터넷영화 『다찌마와리』는 제자 임원희가 부동의 스타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디지털영화 『봉자, 박철수 감독』과 『눈물, 임상수 감독』의 등장은 영화제작 환경을 다변화 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 부산물은 『세네프(SeNef)』 같은 디지털·인터넷 전문영화제나, 대안영화로서 디지털영화가 중시되었다. 

 이창동 각본, 연출의 『박하사탕』은 한국의 현대사를 그의 철학에 담아 영상문학으로 차분히 보여준다. 은행원과 레슬링선수를 오가는 김지운 각본, 연출의 코미디 『반칙왕』은 경쟁사회에서 겪는 소시민의 탈출심리를 풍자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는 불륜을 통해 가정 내 주권상실 위기를 겪는 가부장 제도의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3부작'의 완성편 『숨결, 변영주 감독』은 해결되지 않은 정신대 문제를 환기시키고 있다. 

 상업성을 숨긴 채 포르노적 표현을 차용하고 ‘영화와 정치’와의 함수관계를 그린 작품이라는 변명 하에 일부 적나라한 성 표현 장면과 대사가 삭제되어 개봉된 『거짓말』은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동창 이상현이 주연한 작품이었다. 김기덕 감독의 『섬』은 절망에 다다른 인간들의 심리를 섹스와 신비주의에 담은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의『플란다스의 개』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터치한 작품이었다.

 날개를 단 한국영화는 21세기 문턱에서 활기찬 용트림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