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 보여준 열린 言路 | ||
(장석용의 비디오 산책)이정향 감독의 '집으로' | ||
김연아의 우승보다 더 짜릿한 감동으로 접하게 되는 이정향의 두 번째 작품 '집으로…' 는 한국의 우울과 情의 함수관계를 샅샅이 관통한다. 영화는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상우(유승호)의 승리를 교훈적인 내용과 동화적 색채로 가득 채우고 있다. 상우를 치유하는 묘약은 情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황량한 산골에 감동의 샘물이 흐른다. 부모님의 사업실패로 일곱 살 상우(유승호)는 일흔 일곱의 외할머니(김을분)에게 맡겨진다. 며칠만 견디면 '집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티던 상우는 문명세계에서 오지에 내동댕이 처진 셈이다. 문명과 차단된 상우는 문명을 생각해 내고 할머니에게 까탈을 부리고 괴롭히지만 할머니의 넉넉한 정의 바다는 끝이 없다. 벙어리 할머니와 깡패 손주와의 대결은 결국 할머니의 승리로 끝이 난다. 가장 낯익은 모습들이지만 가장 낯설게 느껴지는 영화, 이정향의 '집으로…' 는 이란 순수영화들의 혈통을 이어 받은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체코영화들의 코미디 형식을 읽을 수 있는 '집으로…' 의 풍경들은 한국영화의 국제인지도를 확보한 통쾌한 작품이다. 끈질긴 기다림의 연출과 호흡 긴 촬영은 동화적인 장면들을 얻어내고 영동의 산하는 우리에게 추억의 외할머니의 사랑을 생각케 만든다. 독립영화의 짙은 향을 곁에서 맡을 수 있는 이 영화의 장점들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특히 여성감독의 세밀한 디테일로 환경, 몸짓, 마음을 이해해 나아가는 과정은 마치 시네포엠이나 그림자 놀이에 버금가는 정겨움을 선사한다. 이태리의 리얼리즘영화나 이란영화들이 즐겨 사용하던 비연기자들의 연기자 화(化)는 '집으로…' 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어렵게 만들어 쉽게 보여주는 영화의 전형을 제시하는 이 영화가 한국영화에도 순수영화의 전통이 살아있고, 만들 수 있고, 소재들이 무궁무진함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관객들도 순수로의 회기가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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