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세이

1992년 영화풍경

장코폴로 2009. 3. 1. 11:12

◆1992년


  나의 『영화수첩』속의 메모적 단상들

  

 나는 『영화예술』에 스크린 영어를 꽤 오래 연재했다. 『로미오와 쥴리엣』이 1월을 여는 1992년은 『러브 스토리』로 시작한지 9회째가 된다. 『영화예술』 주간 故 이영일 선생은 나를 거의 기자에 가깝게 두고 번역, 평론 기타 특파원등으로 활용하셨다.

 이제 우리 곁에서 사라졌지만 그는 지독한 고집과 독단으로 후배들을 조련 시켰다. 그의 주변에는 김종원, 변인식, 안병섭, 김수남 등 평론가들이 여러 형태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다.  선생은 『영화예술』을 남겼고, 영화평론가협회의 1세대 수장 역을 훌륭히 수행했다.

 92년은 96편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매너리즘을 극복한 영화들이 상큼한 봄나물처럼 향을 풍기던 이때, 영화판에도 서서히 엘리트 파워의 조짐과 새로운 영화 징조가 나타났다.   

  나는 3월 23일부터 29일까지의 대종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4월2일 힐튼호텔에서 전야제, 다음 날 시상식은 국립극장에서 열렸다.

 이 당시 신참으로 불리던 나는 『주간여성』에 서인숙 평론가와 번갈아 영화 평을 격주로 쓰고 있었다. 4월 11일(토) 9시 『뽕네프의 연인들』씨네하우스 시사회가 있었다. 잘 나가던 우진 필름과 씨네하우스의 운명이 지금처럼 바뀔 줄은 아무도 몰랐다.

 4월 25일 유현목 감독출판기념회가 롯데호텔에서 있었다. 신림동 ‘프레임영화학교’에서의 강의도 매주 토요일 진행되었다. 주로 서울대 학생 및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클래스였다. 이 때만 해도 영화 이야기를 접하기가 무척 어려운 때였다.

  5월 15일 제2회 신영영화제 심사가 명보 아트홀에서 오후 2시부터 9시 40분까지 있었다. 5월 17일(일) 오전 9시 30분 출발하여 벽제 늘봄 공원에서 영평상 심사가 있었다. 5월23일(토) 신영영화제 본심이 있었다.5월30일(토) 영평상 시상식이 프레스센터에서 4시에 있었다.

 6월19일 호암아트홀에서『하얀 전쟁』을 관람했다. 7월 8일(수) 저녁 8시에 故 여수중 선생의 아들 여경구를 충무로 ‘샤갈의 마을’에서 만나 여선생의 가족사와 영화인생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이야기는 영화평론지에 『은둔의 영화광 여수중』이라는 제목으로 글이 쓰여 졌다.

 7월 21일(월)에서 7월28일(화)까지 도쿄 신주쿠 아리스 연극 페스티벌에 초대되어 배종옥, 이승호, 최종원, 김규철 등 극단『중앙』단원이 김상열作 『길=욕慾 』을 공연했다. 이때 나는 제작자 자격이었다. 사실 나는 드라마 번역, 창작, 무대감독, 연극연출 ,연기 등을 경험한 연극인으로 아직도 한국연극협회 극작분과 회원이다. 

  10월 20일 샴프 광고에 출연했던 쌍둥이 고종 조카 들 규승 규범의 돌잔치가 있었다. 또한 10월 31일(토)~11월 1일(일) 온양관광호텔에서 영화평론가협회 세미나가 있었다.

 11월 26일 영화평론가협회 정기총회가 6시 뉴 국제호텔에서 있었다. 이렇게 장소가 정해지는 것은 회장이 근무하는 신문사 근처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2월 2일 동생 미숙이 아버지 회갑에 맞추어 미국에서 입국했다. 12월 4일 예술평론가협의회 시상식이 예총회관 2층 강당에서 있었다.

  이장호의 『명자 아끼꼬 쏘냐』, 정지영의 『하얀 전쟁』, 박종원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김영빈의 『김의 전쟁』, 장현수의 『걸어서 하늘까지』, 홍기선의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이현승의 『그대안의 블루』, 오병철의 『숲 속의 방』, 박찬욱의 『달은 해가 꾸는 꿈』, 신승수의 『아래층 여자 위층남자』, 이석기의 『땅 끝에선 연인』, 박철수의 『눈꽃』,이규형의 『공룡선생』, 강우석의 『미스터 맘마』가 영화사에 족적을 남긴 92년은 조용히 다가오는 한국영화의 거대한 물결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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