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감독들 자기 본색 드러내기 시작하다
1990년 거대하고 새로운 물결 한국판 ‘슈트룸 운트 드랑’의 조짐이 서서히 보이고 시작하였다. 그 후 폭풍은 오늘을 낳았다. 90년대를 여는 힘찬 흐름은 시발은 신상옥, 임권택, 정지영이었고, 그들의 움직임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의 물꼬를 텄다.
신상옥은 북한에서 탈출한 뒤 그들의 만행과 북한의 속셈을 알리는 『마유미』로 새 신고식을 하였고, 임권택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김두환을 소재로 한 액션 오락영화 『장군의 아들』로 ‘태흥영화’ 살리기에 나섰고, 정지영은 당시, 파격적인 이태의 실화 『남부군』을 바탕으로 빨치산을 역사와 시대에 의해 희생된 집단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신상옥 감독은 언제 만나도 차분하고 신중한 편으로 이후 부산에서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하였고, 여러 번 행사 때마다 호의를 베푸신 분이고, 임권택 감독은 언제 만나도 다정다감하고 겸양지덕을 갖춘 분이다. 유현목, 신상옥, 김기영 감독이 생존해 계신 것만 해도 영화 후학들은 행복해 하던 시절이었다. 그들은 한국영화의 신화와 전설이 되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일요일『장군의 아들』세트장에 초대된 평론가들은 세트 구경과 야외 식사, 연기자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했다. 제작자 이태원은 언제나 기분파였다. 정지영 감독은 김수용 감독 밑에서 나는 유현목 감독 밑에서 연출 수업을 쌓으면서 각자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어느 날 필자와 만난 정지영, 안동규, 김명환은 삼각지 곱창 집에서부터 밤늦게 까지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이두용의 『청송으로 가는 길』, 장선우의 『우묵배미의 사랑』, 박광수의 『그들도 우리처럼』, 김호선의 『미친 사랑의 노래』,김유진의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이정국의 『부활의 노래』, 강철수의 『발바리의 추억』, 황규덕의『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 신승수의 『수탉』, 박철수의 『오세암』과 『물위를 걷는 여자』, 고영남의 『코리안 커넥션』, 김성호의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배창호의 『꿈』, 하명중의 『혼자 도는 바람개비』, 곽지균의 『젊은 날의 초상』, 방규식의 『천국의 땅』, 박재호의『90 자유부인』등이 그래도 한국영화의 체면을 유지 시켜준 작품으로 기록이 된다.
『젊은 날의 초상』은 제29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7개 부문상을 수상했다. 김유진의 『단지…』는 페미니즘영화의 서막을 올렸고,『우묵 배미의 사랑』은 도시화를 비판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영평상에서는『청송으로 가는 길』이 최우수작품상을 탔고, 제 7회 금관상영화제에서는 대학 동기동창 안태근(현 EBS 피디)이 홍보영화부문 감독상을 수상했다.
『장군의 아들』과 『사랑과 영혼』이 한국, 외국영화 전체의 톱을 기록한 가운데 『장군의 아들』의 기세는 모두를 제압할 정도였다. 북한영화 『참된 심정』이 일반에 처음 공개되었고, 마광수 원작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소송에 휘말렸다.
코리아 극장에서 연대 국문과 마광수 교수와 나 단 둘이서 『벨트』를 시사 한 적도 있었다. 『그들도 우리처럼』은 제12회 프랑스 낭뜨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 및 여배우 심혜진이 연기상을 수상했다. 영화감독 김호선이 주 창설 멤버인 제1회 춘사상 영화제가 12월 29일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렸다.
김호선 감독은 특유의 끈질김으로 주변을 흡인하는 인간미가 있었다. 유현목의 연출계보에 드는 김호선과 김사겸, 그리고 숱한 조감독을 틈에 장석용이 있었다. 『밤의 찬가』와,『죽음보다 깊은 잠』,『인천의 등불, 테렌스 영 감독』등의 조감독 활동은 유현목 감독의 주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유미의 주인공 김서라가 신일고 축제에 들려 학생들을 격려해 줄 정도로 김서라는 요즈음 배우와는 다른 인간미가 있었다. 90년은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에 본인이 다녀올 정도로 영화인 모두가 세계와 국내영화에 본격적 관심을 갖고, 면벽수도와 현장 파악으로 영화의 상업성과 산업화에 주력을 하기 시작한 원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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