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우리영화 탄생 70주년
우리영화사는 일정시대에 시작되고, 우리 감독들은 일본감독들에게서 어깨너머로 감독수업을 받았다. 한국 최초의 영화감독 김도산의 『의리적 구토,1919』를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의 효시로 삼는데, 연극 막간에 배경으로 영화를 투사한 것(Kinodrama)으로 미천한 영화사를 위로 끌어 올리다 보니 완성된 영화 한 편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탄생 70주년의 영화 현 주소는 우리영화 제작사 96개에 외화 수입사 100여개가 생기는 영화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인자하시던 조긍하 감독의 『잘 돼갑니다』가 20년 만에 해금되었다. 영화인협회는 영화감독 48명이 별도의 영화감독협회를 발족시킨 이유로 제명시켰다. 빨치산 영화 『남부군』이 영화화 발표가 되고, 영화사가 급증하고, 청춘영화가 쏟아지는 등 한국영화는 알에서 깨어 나오는 형국을 보이고 있었다.
신상옥 부부가 5월 23일 86년 3월 북한에서 탈출, 납치된 지 11만에 귀국했다. 이영일 평론가의 영화전문지 『영화예술』이 복간되었다. 필자는 이 복간 호 처음으로 평론이 당선되었다. 필자가 국제이사로 소속되어 있는 한국소형영화작가협회의 제 20회 한국소형영화제가 한국일보 강당에서 열렸다.
영화연감에 따르면 89년에 88편의 홍콩영화와 105편의 미국영화를 합해 278편의 외국영화가 수입되었다. 특히 이태리영화 29편, 독일영화 9편, 영국영화 6편이 수입된 점이다. 바야흐로 수입자유화 물결은 저질영화들의 영화 유입도 가능케 만들었다. 영화관객도 최근 3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국민 1인당 평균관람회수는 1.3회, 전국극장 평균관람요금은 2,271원으로 입장수입도 계속 늘어가고 있었다. 우리영화는 일본 13편, 자유중국 4편, 유럽 3편, 미국 2편, 홍콩 1편 총 23편이 수출되어 36만 5천 660 달러 수입을 올렸다.
우리영화는 임정수의 『여감풍운』에서 장두희의 『구룡대부』까지 110편(만화 『전자인간』을 포함하면 111편)이 제작되었다. 멜로물 62편, 액션 12편, 코미디 1편, 시대극 4편, 군사물 1편, 청소년물 19편, 사회물 6편, 종교물 5편으로 구성된 우리 영화는 저질시비에서 점점 벗어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국도극장에서 26만 1천 220명을 동원해 김호선의 『서울무지개』(극동스크린)가 흥행 톱을 하는 가운데, 임권택의 『아제아제 바라아제』가 제16회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주목을 받았다. 당시 서울 단일극장에서 26만의 의미와 극장과 프린트가 자유화된 지금의 관객동원의 의미는 천양지차이다.
존 맥티어난의 『다이하드』가 단성사에서 70만 1천893명을 모으고 있을 때, 영화계의 이단아이자 아웃사이더로 대구 가톨릭대 미대교수인 배용균 감독이 연출, 각본, 촬영 등 1인 다역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선보였다. 이 영화는 제 42회 로카르노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달마가…』와 『아제…』의 수상은 한국영화의 기를 살려주었고, 국제영화제 수상의 공포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만들었다.
이 해 개봉된 인기외화들은 『마지막 황제』,『인디아나 존스의 최후의 성전』,『레인 맨』,『간디』,『로메로』등 이다.
21개 씬 삭제파동으로 얼룩 젖던 89분짜리 장편영화 박종원의 『구로아리랑』,전교조 비합법하에서 교육을 뒤집어 본 강우석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김정진의 『새앙쥐 상륙작전』,곽재용의『비 오는 날의 수채화』,이세룡의『내 친구 제제』,안제석의 『회색도시 2』가 신인감독들의 작품으로 선보였다.
89년 연기자 박암(3월 22일),주선태(8월 22일),로렌스 올리비에(7월 11일), 리 반 클리프(12월 16일)등이 유명을 달리했다. 계속되는 직배저지 투쟁 가운데 우리영화는 예술성, 사회성, 흥행성 모두에서 골고루 발전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회성, 냄비성 투쟁의 결과가 남긴 흔적은 참으로 코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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