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세이

한국영화, 외국에서 러브 콜 당하다

장코폴로 2009. 2. 20. 16:51

◆1986년


 한국영화, 외국에서 러브 콜 당하다  


 『자유부인2』에서 『서울의 탱고』까지 73편이 제작된 1986년은 3월 13일, 납북된 신상옥, 최은희 부부가 북한에서 탈출한 해이다. 분단 이후 남․북에서 영화연출과 연기 경험을 가진 이 부부의 영화 같은 인생은 한국 현대사의 수난을 그대로 보여준 체증의 상징이다.

  영화아카데미 2회 졸업생 12명이 배출되고,『길소뜸』의 임권택 감독이 6회 영평상 감독상을 탄 해이다. 임 감독의 『씨받이,86』은 혈통을 중시하는 가부장적 유교사상과 이에 희생되는 여인의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씨받이』는 페미니즘을 부각시킨 작품으로 인정되면서 베니스 등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또 하나의 사회 고발영화『티켓』은 변두리 어촌 다방 레지들의 매춘 티켓을 그린 영화이다. 87년 제 44회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강수연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동명여고 출신이다. 그녀의 『아제 아제 바라아제』는 한승원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한 비구니의 해탈 수행과정을 리얼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89년 제16회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길소뜸』은 1986년 제3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본선에 진출했고,1987년 제22회 시카고 국제영화제에서 ‘게츠세계평화메달상’을 수상했다. 『길소뜸』,『씨받이』등으로 임권택은 서서히 국제무대에서 스폿을 받게 되었다. 이후 그의 연출 스타일은 완숙미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점이되었다.   

 일찍이 인도, 일본영화에 관심을 두었던 국제영화평단은 중국, 이란, 대만에 이어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사적으로 공적으로 여러 번 만났던 사또 다다오 같은 일본 평론가는 한국영화 이전에 아시아와 북한영화에 지속적 관심을 갖고 있었다. 나중에 후쿠오카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대거 소개할 정도로 한국영화에 매료된 그가 한국을 자주 심방한 것은 국제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아시아, 태평양의 여러 도시들을 순회하면서 개최되는 31회 아시아? 태평양영화제가 9월 12일 리틀엔젤스 회관에서 열렸고,『안개기둥』은 제25회 대종상 작품상을 수상했다.1978년 『골목대장』으로 데뷔한 박철수 감독은 경북청도출생으로 그의 『안개 기둥』은 부부생활의 존재의미를 해석해내고 있다.

 또한 박 감독의 『접시꽃 당신』은 도종환의 시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지고지순의 애틋한 부부애를 진솔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보희, 이덕화가 주연한 이 작품은 시대의 아픔 속에 전교조 출신의 주인공이 아내에게 속죄하는 심정의 남편으로 Rollenspiel한 작품이다. 여주인공 이보희는 전남 완도 태생으로 한강여상을 졸업한 연기파이다.

 86년 서울 개봉관에서 『어우동, 85』와 『아마데우스』가 각각 한국, 외국영화 흥행 톱을 기록했다. 에로티시즘과 대중화된 클래식/꿈틀되는 욕망과 점잔빼기에 모두 관심을 가진 관객들의 기호도를 읽을 수 있는 좋은 예이다.    

 신인 곽지균 감독의 데뷔작인 최인호 원작의『겨울 나그네』는 53년생 안성기와 이미숙이 주연한 작품으로 두 사람은 대학생 역으로 열연했다. 당시 이 작품은 신선한 감동을 주며 곽지균의 성장 가능성을 점지케 해주는 작품이었다. 1960년 서울출생으로 신광여고를 졸업한 이미숙은 나도향 원작의 농촌여성의 생존본능을 그린『뽕,85』로 아시아 태평양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걸출한 연기파 배우이다.

  이현세의 만화를 영화화한 『이장호의 외인구단』도 흥행에 히트한 작품이다. 이규형 감독의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에서 강수연과 박중훈은 대학 캠퍼스 풍속도를 보여주는 청춘남녀로 등장한다.

『밤의 찬가,79』에서 빛을 발한 원미경은 이후 그녀는 86년 엄종선의 『변강쇠』로 흥행스타가 되고 출연에 탄력을 받게 된다. 판소리 『가루지기전』의 해학을 코믹에로로 재해석한  이작품은 이대근과 원미경이 주연을 맡았다.  

 신승수의 『달빛 사냥꾼』은 신문기자의 아내가 강간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과정을 액션미스테리로 전개시킨 작품이다.

 지금은 건국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된 배창호 감독의『황진이』는 미장센에 치중한 작품으로 관객몰이에 실패했다. 연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열사의 사막에서 근무하던 그가 영화계에 투신한다고 해서 반신반의 했지만,효심이 있는 그는 슬럼프를 극복하고 현재의 위치를 확실히 굳히고 있다.

 배감독처럼 고생한 86년 영화사에 나오는 고생한 멤버들은 지금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