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생,춤 바람 나다

현존과 부재의 두 몸짓

장코폴로 2011. 4. 4. 21:17

(장석용/문화비평) 현존과 부재의 두 몸짓
윤수미-‘나비잠 ll’와 이연수-‘현대도시’



 윤수미 안무의 『나비잠 Ⅱ』,이연수 안무의『현대도시』.....

 두 갈래 춤 전형제시...춤의 다양성에 기여한 의미심장한 작품

 

 

2011년 3월 24일(목), 25일(금) 양일간 동덕공연예술센터 대극장에서 동덕여대 두 무용과 교수의 삼월의 힘찬 행진을 알리는 파격적 공연이 있었다. 한국창작 무용과 현대무용의 조화로운 만남과 의기투합은 봄비의 상징성과 일본 대지진의 여진이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안무가 윤수미의『나비잠 Ⅱ』은『나비잠』이 지닌 매력적 독무를 침화(沈化)시켜 군무로 확장, 그 신비감과 미학적 성취를 이뤄낸 작품이다. 제목으로 차용된 ‘나비잠’은 날개를 편 나비 모양으로 만든 비녀로 새색시가 예장(禮裝)할 때에 머리에 덧꽂는 장신구이다.

 

 

윤수미는 의미의 기호화와 미세 연기로 혼신의 집중을 요구하는 미학적 춤들을 선보임으로써 한국 창작 춤의 진정한 계승자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레드 카펫의 정열이 피어날듯 한 분위기 속, 기대와 달리 암전 속에 나비잠의 존재를 알리는 엄숙한 의식이 시작된다.

 

변태가 되어가는 눈물겨운 과정의 서(序, Beginn), 흰 옥수수수염 같은 태슬이 자리 잡고, 몇 번에 걸친 화촉(火燭)이 끝난 뒤, 의식은 시작된다. 나비잠의 영혼이 불리워지듯, 원시음 속에 느린 움직임으로 대지는 빗소리 속의 조그마한 미동(微動)을 감지한다.

 

 

비상을 위한 작은 움직임들, ‘사물의 움직임’(Im Lauf der Dinge)속에 내부의 움직임과 외부로의 탐색은 빛의 움직임과 태슬의 이동으로 대별된다. 함축된 에너지는 ‘적과 흑’으로 주조를 이룬 의상이 상징하는 우주 공간 구성의 이치와 생명 탄생의 신비를 부축한다.

 

윤수미의 춤은 시청각 이미지 확장, 수의 배열과 변동으로 이어지는 역동적 춤, 만다라 의식과 같은 구성의 흐트러짐과 이어짐, 몰입과 일렁거림으로 전통무의 특질을 살리면서 한국 창작무의 거침없는 경지를 품격 있게 경작하고 있다.

 

 

윤수미 춤의 진화와 적응의 춤은 탁월한 기량으로 하늘을 즐겁게 하는 신명을 불러일으킨다. 여유로움이 번지는 가운데, 현대를 수용한 『나비잠 Ⅱ』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한 빛으로 다가오는 춤 메쏘드의 화려한 일면을 보여주었다.

 

뉴기니의 융기된 국토처럼 불쑥 솟아 오른 안무가 이연수는 현대무용의 데카당스적 일면을 제공한다. 형이상학적 작품들로 파격, 욕망의 모호한 불꽃을 선보여 온 그녀의『현대도시』는 현대 도시의 일그러진 면들을 고발하는 1998년의 『중심의 힘』의 2011년 버전이다.  

 

 

일상적 쓰나미 영상이 깔리고 조명기가 바닥에 주저앉고, 짙은 포그가 우울처럼 내린 도시의 한가운데, 개와 그녀는 지진과 쓰나미로 갈 곳이 없다. 『현대도시』는 21세기 초, 일본에 닥친 대재앙에 대해 비극의 도취(陶醉)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상의 연속을 보여주는 TV 화면은 3월 11일 일본 지진을 강박적 영사를 통해 동시성과 긴박감을 촉발한다. 방사능복을 입은 듯한 9인의 결사대는 거센 바람에 맞서며, 현대의 한 복판에서 도전과 적의를 피운다. 공간은 확장되고, 조형미가 살아나며, 볼륨은 높아진다.

 

 

현대도시의 총괄적 상징인 고독한 여인이 품은 한은 처절하게 분열되고, 혁명 같은 빛줄기가 내려오고, 섬뜩한 움직임 속에 히틀러의 광기가 ‘루주 블루스’가 된다.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 욕망이거나 혹은 광기는 고대 인도의 극진파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도시』는 광기의 허전함과 도시의 우울을 동시에 담고 있으며, 양식을 달리하더라도 윤수미의 ‘나비잠’과 유사성을 소지한다. 검정 무지개 너머, 얼음길에 미끄러지듯 걸어가면서 붉은 제단을 위한 뜨거운 선동은 뒤집어 버리고 싶은 현실에 대한 역겨움의 표현이다.

 

 

예술가의 우선적 책무는 모호한 대상을 통찰력과 기술적 기량으로 끌어올리는 테크닉과 창의적 상상력이 풍부해야한다. 이 점에서 두 안무가의 봄 짓 춤은 전사적이며, 두 갈래 춤의 전형을 제시하며 춤의 다양성에 기여한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장석용/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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