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페인팅 같은 덧칠과 걷어냄, 죽음에 고하는 반성과 성찰
남성무용수로서 힘과 테크닉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 춤의 경지를 넓혀온 포스트 에고 무용단 대표 정연수의 공연작품 <죽음의 조건>이 한국공연예술센터 우수레퍼토리에 선정됐다.
지난 3월 12일(토), 13일(일) 2일간 공연에 앞서 11일 저녁에는 프리뷰 공연 시간을 가졌다.
아르코 소극장에서 재 공연된 이 작품은 지난해와 같은 포맷과 콘셉트로 구성되어있지만, 여러 부분은 경험에서 배어나오는 보다 세련되고 정갈한 디자인, 한여름과 같은 역동적인 춤과 익살스런 연기가 춤극의 묘미를 배가 시켰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 편과 영화 ‘세븐 사인’을 통해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공간 확장을 위한 무대 세트와 스토리가 있는 춤을 위해 연극적 요소를 많이 가미하여 탄츠 테아터(Tanztheater) 형식을 띄었다.
젊은 무용수 정연수는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우수 안무가, 문예진흥원의 신진예술가 해외 연수 지원자, 평론가가 뽑은 젊은 안무가 초청공연 우수 안무가로 선정되는 등 남다른 기량을 선보인바 있다.
그의 주요 안무작 <사물의 윤회>, <공기의 길>, <노란 원숭이>, <균형의 조건> 등에서 보이는 철학적 사유 속에서 내공을 쌓아온 그는 <죽음의 조건>에서도 그 만의 해학과 개성있는 상상력으로 현대 춤을 엮어가고 있다.
단테의 ‘지옥’에서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7가지 죄악, 즉 탐식, 탐욕, 교만, 성욕, 분노, 나태, 시기의 요소들을 통해 인간의 위기와 실존에 대한 고민을 춤으로 구성한다. 안무자를 포함한 여섯 명의 춤 연기자(이영찬, 안수영, 최병훈, 류장현, 문선경)는 무사(舞士)이다
이들이 당면하는 상황과 해프닝들, 의도를 막론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이기심이 부르는 모든 파멸은 인간이 저지른다는 이 작품은 결핍과 고립의 극한 상황이 두 개의 일화로 연결된다. 절대 공간속의 도덕률에 부닥친 자들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가 된다.
일화 첫 번째는 ‘물이 없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춤 연기자들은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눠지면서 물이 담긴 컵을 뺏어 서로 차지하기 위한 게임이 시작된다. 컵 안에 담긴 물은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고독을 상징하는 기표이다.
일화 두 번째는 고립 상황을 탈피하고자 하는 인간 심리를 표현한다. 이 상황에서 나의 자아 찾기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도출되고, 삶과 죽음 사이의 간극을 채워나가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로 인한 죽음, 바른 죽음으로의 길은 멀고 험하다.
일상 속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죄악의 늪에서 우리는 과연 떳떳해질 수 있는가? 안무가 정연수는 <죽음의 조건>이라는 춤을 통해 교훈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정연수의 춤은 늘 철학책 한권을 읽은 것처럼 인생의 중량감을 느끼게 해준다.
장석용/춤 칼럼니스트(전 강남댄스페스티벌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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