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하늘과 백성이다

장코폴로 2010. 6. 8. 08:42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하늘과 백성이다
  글쓴이 : 박석무     날짜 : 2010-06-07 09:24    
 

세상에 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백성입니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나오라하면 이유도 모르고 출석하여 조사를 받아야 하고, 일이 잘못된 경우에는 이현령비현령의 법망에 걸려 불행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전유죄인 세상에서는 한번 걸려들면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은 방법 없이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하는 사람도 천한 백성입니다. 도로교통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빠져나올 사람이 많지 않고, 소방법·건축법·집시법·공무원법 등 본질적인 범죄행위와는 무관한 일에서, 혹은 범법의 의사가 없으면서도 억울한 처지에 놓이고 마는 사람이 백성들입니다.

그러니 다산은 전제군주국가이던 200년 전에도, 천하고 천한 백성들이야말로 참으로 무서운 존재라고 역설했습니다. “억울해도 억울하다는 호소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일반 백성들이다 (至賤無告者 小民也) 그러나 산처럼 높거나 무거운 존재 또한 일반 백성이다(隆重如山者 亦小民也) 백성들만 머리에 이고 싸우면 굽히지 않을 권력은 없다(戴民以爭鮮不屈焉)” (목민심서)라고 말하여 백성의 힘이야말로 산처럼 높고 무거워 어떤 권력도 그 힘은 막을 길이 없고, 그런 민중의 힘만이 역사를 바꾼다는 엄청난 이야기를 했습니다. 4·19 혁명이나 6·10항쟁의 위대한 국민의 힘을 다산은 오래 전에 정확하게 예견하였음을 보여줍니다.

힘이 센 권력자들도 민심이 무섭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민심에 따르겠다,”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언제나 입으로는 말하지만, 정치나 행정에서 실천하는 경우 또한 많지 않습니다. 백성들은 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어떤 이유라도 붙여서 법으론 통제하고 처벌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경찰·검찰·군·어용언론만 제대로 활용하면 언제라도 백성을 속일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다산은 “세상에 무서운 존재는 하늘이고, 하늘과 같은 수준으로 무서운 존재는 백성이다”라고 말하며 권력자라면 하늘을 두려워하고 (畏天), 백성을 두려워하라 (畏民)”고 엄중히 경고했습니다. 다산의 경고는 그때도 유효했지만, 지금의 세상에도 유효하다고 생각됩니다.

옛 임금들도 백성의 뜻을 어기다가 난관에 봉착하면 석고대죄하면서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러다가 조금만 또 위기에서 벗어나면 다시 하던 권력남용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쌓이면 백성들은 잊지 않고 일을 저지르게 됩니다. 이번의 지방선거 결과에서 보듯, 예나 지금이나 천한 백성들이지만,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늘도 두려워해야하지만, 백성도 두려워할 줄 아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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