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응변(應變)조항을 다시 읽자

장코폴로 2010. 6. 3. 17:37

응변(應變)조항을 다시 읽자


여덟번을 투표해야하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유세나 선거운동으로 온 세상이 요란하기 그지없는데, 천안함으로 야기된 남북문제까지 경색되어 불안한 마음을 놓을 길이 없습니다.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 그 지긋지긋하던 냉전의 시대로 돌아가 또다시 자유와 인권이 사라지고, 안보와 북진통일을 외치면서 궐기대회나 해야 할 것이냐는 등,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힐 방법이 없습니다. 전면전이야 일어나지 않더라도, 국지전이라도 일어나 외국기업이나 외국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 이 나라의 경제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는 등 참으로 소란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에는 이, 코에는 코라는 복수극만 연출하다가는 남이건, 북이건 다 망하는 것쯤이야 우리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일인데, 다 망해도 좋다는 식의 대응만 하다가는 참으로 큰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나라를 통치하는 지도자들이나 국민 모두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위기에 대처할 큰 아량을 지녀야 되겠습니다. 그런 생각에서 『목민심서』에 나오는 갑작스러운 변란에 어떻게 대응 할 것인가를 자세히 기술한 「응변」조항을 다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품의 크고 작음이야 국량에 달렸다. 국량이 얕고 좁은 사람은 더러는 아주 작은 일에 낙담하기도, 또 허튼 소문에 마음이 동요되기도 한다. 그래서는 마침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소요케 하고, 더러는 모든 사람의 비웃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국량이 큰 사람은 일을 당하면 담소하면서 대처해간다.” (목민심서, 응변)라고 다산은 주장했습니다. 국량과 아량이 넓고 큰 사람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가 오늘 이런 시기가 아닐까요. 저쪽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내색이 있더라도, 아량을 베풀어, 전쟁은 하지 말자고 달래고 설득해야 하건만, 오히려 이쪽에서 전쟁을 촉발시키는 언행을 일삼는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다산은 대원칙을 제시했습니다. “무릇 변란이 있으면, 마땅히 놀라 동요하지 말고, 조용히 그 귀추를 생각하여 그 사태가 변화해감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凡有變亂 宜勿驚動 靜思歸趣 以應其變)고 했습니다.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큰 죄악 중의 하나가 전쟁입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전쟁이 일어나 우리 모두가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져야 되겠습니까.

‘공산당을 때려잡자!’ ‘멸공통일!’ ‘북진통일!’을 외치면서 궐기대회에 동원되던 저희들 10대의 일이 생각되어 마음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제발 지도자들이나 국민 모두가 냉정하게 국가장래를 생각하면서 전쟁도 없고,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고 평화가 오는 세상을 기원합시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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