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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서관 기행
세계 최초의 도서관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부터 세계 최대의 미국 의회도서관까지, 전 세계 11개국의 도서관 순례를 통해 문화 강국의 살아있는 원동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왜 어떤 나라는 강국이 되고 어떤 나라는 약국이 되는 걸까? 국가원수의 지도력, 국방력의 차이, 사회 시스템 또는 문화적 기질까지 나라들의 운명을 가르는 요인은 실로 여럿이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할 만한 요소로 ‘도서관’을 꼽는다면? 도서관이란 열쇳말로 세계 각국의 우승열패를 가늠할 수 있을까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도서관이란 키워드로 들여다볼 때 오히려 나라별 국력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수도 있다. | |
미국은 왜 최강국이 되었을까 | |
도서관의 관점으로 보면 도서관이 세계 최강인 덕분이다. 미국이 세계 최강인 분야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도서관도 세계 최강이란 사실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도서관처럼 미국이란 나라의 특별함이 도드라지는 분야도 드물다. 미국이 ‘도서관의 나라’로 평가받는 것은 미국 의회도서관과 뉴욕공공도서관이 세계 최대 규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에 있는 도서관은 모두 12만여 개. 그 중 공공도서관만 1만6000여 개란 사실은 특히 놀랍다. 미국 전체에 있는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 1만2000개보다도 공공도서관이 더 많은 것이다. 단순히 도서관이 많은 것을 넘어 미국은 도서관의 사회적 위상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 일단 관이 도서관을 중요하게 여긴다. 도시 계획을 할 때 학교, 경찰서, 소방서와 함께 도서관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배치한다. 민간의 도서관 사랑도 각별하다. 재벌이나 사회 지도층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자기 이름을 딴 도서관을 세우는 것을 늘 꿈꾼다. 그 결과 전국 어느 곳에나 도서관들이 자리 잡게 되었고, 그 속에서 자라나는 세대들이 꿈을 키운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조국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도서관이 곧 문화강국의 지표다 | |
과거의 영화는 사라졌어도 주요 국가의 지위는 잃지 않고 버티는 영국은 어떤가. 지난 2000년 새천년을 맞는 밀레니엄 기념사업으로 브리티시박물관 안에 있던 도서관을 새 건물을 지어 옮겼을 정도로 도서관을 중시한다. 국제 사회에서 언제나 첨단 기술에서의 차별성과 문화 담론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프랑스는 도서관에 관한 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는 국립도서관이 서울 서초동에 한 곳뿐이지만 프랑스는 국립도서관이 여러 곳에 있다.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대규모 국가 건축 사업 ‘그랑 프로제’에서도 세계 최대의 국립도서관을 짓는 작업이 핵심이었다. 한국에 고속철도를 팔아먹은 대신 프랑스가 소장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돌려주기로 두 나라 대통령들끼리 맺은 약속을 일개 도서관 사서가 막아내는 나라가 프랑스다. 우리로선 황당할 노릇이지만 전문직 사서의 관점에서 보면 실로 대단한 직업정신이며, 그런 직업정신이 국가적 사안에도 관철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20세기 내내 미국과 세계를 양분했던 구소련의 힘도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이 상트 페테르부르그(당시 이름은 레닌그라드)를 무려 900일 동안이나 포위하고 봉쇄했을 당시 상트 페테르부르그 사람들은 67만 명이 죽어나가면서도 소련 최고의 도서관으로 불리는 과학아카데미도서관을 단 하루도 닫지 않고 운영했다. 연료가 없어 난방도 못해 직원들조차 절반 가까이 목숨을 잃었지만 시민들을 위해 도서관 문을 여는 것은 물론 이동도서관까지 운영했다. 도서관의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이 놀라운 이야기는 러시아 사람들의 도서관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동시에 구소련의 경쟁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짐작케 한다. 흔히 박물관이 한 나라의 과거를 보여주는 곳이라면 도서관은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한다. 도서관은 또한 각 나라의 저력과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 역할을 한다. 유종필 전 국회도서관장이 쓴 『세계 도서관 기행』은 이런 도서관의 특성과 문화적 의미를 이야기하는 도서관 문화 길잡이책이다. 도서관에 대한 대중교양서로는 지금까지 나온 책들 중에서 가장 쉽고 부담 없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가 국회도서관장 재직 기간 동안 직접 찾아가본 세계 각국 국가대표급 도서관들의 이모저모에 도서관과 책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 등을 더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
도서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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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매튜 배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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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최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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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만드는 도서관 최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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