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後, 가장 행복했던 생전의 명장면 기억하기
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플 라이프』
크로즈 숏으로 잡힌 분주한 발걸음, 월요일, 또 다른 死者들이 연옥의 림보 역에 도착한다. 밝음에서 어두움으로 들어오는 사자들이 하나둘 모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일주일을 보내면서 면접관과 인터뷰에서 생전에 가장 아름다웠던 때를 기억해 내야 한다. 기억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으로 갈 수가 없다. 즉 면접관으로 남아야 하는 것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로 표시된 섭 타이틀은 매일 면접관들의 질문거리가 무엇인가를 생각케 만든다. 사자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상한다. 면접관들은 이것을 모아 한편의 영화로 만들고 여기에서 제작된 작품은 이 중간 기착지를 떠나는 날 시사실에서 보여진다. 행복한 시절만을 생각하며 사자들은 저승으로 향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능청스런 연기는 다큐멘터리 출신의 감독이 노련하게 연출한 결과이다.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프레임 하나를 선택하지 못한 와타나베(나이토 타카시)에게 면접관 모치즈키(아라타)는 그의 일상을 담은 비디오 파일을 건넨다. 그리고 와타나베의 아내가 자신의 애인인 것을 알게된다. 이런 기막힌 해후라니…
『원더플 라이프』의 특징 중 하나는 사후 세계를 그리고 있으면서도 모든 등장인물들이 아주 평화롭게 그려져 있고,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동적이라는 점이다. 또한 드라마이면서도 다큐멘터리 수법과 그 과정을 보여주는 듯한 분위기를 준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모치즈키를 짝사랑하는 면접관 시오리(오다 에리카)가 눈밭을 화가 나서 차고 다니는 장면이다. 그렇지만 모치즈키는 일생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기억해 내고 시오리의 간곡한 연심을 외면하고 저승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다시 월요일,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추억을 선택하지 못한자, 스기에(테라지마 스스무)는 면접관 보조의 임무를 부여 받는다.
내가 누군가의 행복의 일부분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이 간단 명료한 명제는 아름다운 영상으로 빚어져 고운 향을 내고 있다.
장석용(영화평론가, 경희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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