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기와 영화읽기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

장코폴로 2010. 3. 26. 16:13

                            코리안 느와르의 화려한 출발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


 홍콩의 과장, 일본의 취기, 어메리칸의 잔인함을 넘어 강우석이 빚은 코리안 느와르는 맛깔스런 대사와 화려한 미장 가르데 덕분에 깡패․조폭영화를 일격에 무색케하는 결정판을 탄생시켰다. 우리만이 가지고 향유할 수 있는 한국 영화의 탄생은 바로 이런 것이다.

 강우석의 여유로움 속에 만들어진 『공공의 적』은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는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든다. 완벽한 이분법 속에 전개된 이 영화는 「민중의 지팡이와 공공의 적」 사이를 모호하게 만든다.

 『공공의 적』은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많은 영화에서의 잔상들, 기억과 추억의 흔적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성실히 수행한다. 제목에서 풍겨나오는 뉘앙스는 ?민중의 지팡이?나 ?정의사회 구현?과 같은 이미지로 엄숙함을 금새 코미디로 만들어 버린다.

 인정 사정 볼 것 없는 형사 강철중 역의 설경구와 목적달성을 위해서 부모까지 살해하는 조규환역의 이성재가 구축한 튼튼한 연기틀은 조역들이 분위기를 살리던 포장용 영화속에서의 연기들이 설 자리를 잃게하는 분위기를 확대해간다.

 여백이 거의 없는 가운데 진행되던 사운드가 멈추는 시점은 으레 긴장감과 심각함을 도출시킨다. 또한 이미지와 표정, 끊임없이 진행되는 사건들은 이 영화가 어느 한 씬에서도 긴장감을 느출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액션과 코미디가 혼재한 코리안 액션의 특징들을 만들어 낸다. 또한 조역들이 자기 성격화를 이처럼 선명하게 만든 한국 영화도 이전엔 없었다.

 지독한 연출과 냉혹한 촬영, 화려한 액션과 자연스런 세트, 토속적 다이어로그가 어울린 『공공의 적』은 선 굵은 두 주인공의 演戱가 특히 돋보인다.  

 가장 남성적인 영화로 21세기 벽두에 뤼미에르 제단에 제물로 올린 『공공의 적』은 행운을 불러 올게 틀림없다. 그 운기는 코리안 액션의 화려한 만개를 알리고, 한국영화의 산업적 가능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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