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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미술사
수많은 위작들의 출처와 유통의 경로를 추적해나가는 전문 미술감정가 토마스 호빙이 미술품 위조의 실상을 폭로합니다.
미술의 역사는 미술품 위조의 역사였다 |
얼마 전 영국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에서 위조된 가짜 미술품을 모아 ‘경찰청의 위작?모방품 수사’ 전시회가 열렸다. 가짜 조각과 그림 100여 점으로, 진품이라면 약 75억에 이른다고 한다. 루브르, 에르미타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만나는 작품들이 진품이 아니라면 비행기를 타고 경비 들여가며 보러 갈 필요가 있을까? 고대 페니키아인들의 테라코타에서 그리스로마 시대의 대리석 조각상, 중세의 성유물, 르네상스 대가들의 드로잉과 근대 인상파 회화에 이르기까지 미술의 역사는 곧 미술품 위조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장이자 전문 미술감정가였던 토머스 호빙은 『짝퉁 미술사』에서 위 작품들이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를 통해 유통되어 세계 유명한 미술관에 진열되어 있는지 730여 페이지에 가득 채워 들려주고 있다. |
노골적인 영리주의가 위작을 만든다 |
저자는 15년간 미술관에 근무하며 약 5000점의 미술품을 검사하였는데, 그 중 약 40%가 위작 혹은 위작에 가깝다고 판정했다. 그리고 "미술품 위조는 세상에서 가장 교활한 게임 중 하나이며, 이를 전문적으로 행하는 사람들은 꼭꼭 숨어 있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밝혀내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서문에서 "미술품 위조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으며, 인류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일반적으로 위작은 작고한 작가의 것이 많다. 크리스티 경매의 카달로그 표지에도 나왔던(지금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보테로의 작품이 위작으로 밝혀진 적 있다. 이렇게 위작이 성행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시대 풍조와 현대인의 생활의 상당 부분을 지배하는 노골적인 영리주의" 때문이다. |
위조품을 만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는 놀라는 경우도 있다.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견한 하워드 카터와 카나본 경도 가짜 이집트 유물을 제작 판매에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네로 황제도 자신이 구입한 위조 조각품을 경매를 통해 다시 팔기도 하였다. 신성로마제국의 샤를마뉴대제는 콘스탄티누스의 로마를 복제한 것으로 유명하다. 예술, 건축, 문자와 말, 시와 연극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복제하였다. |
내일을 위해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
피다한 사람들은 오두막을 지어 생활한다. 하지만 바깥의 위험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외벽을 튼튼하게 세우지 않는다. 대신 어느 한 사람이라도 위험에 빠지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달려와 도움을 준다. 도구를 만들 줄 알지만, 활과 창 이외의 도구는 한 두 번 사용할 뿐 오래도록 두고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담아서 옮겨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즉석에서 야자나무 잎으로 바구니를 만들어 쓰고 버린다. 잎이 약해서 잘 마르고 부서지는 탓이다. 그렇다고 바구니를 짤 수 있는 기술을 응용하여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바구니를 만들어 쓸 생각을 굳이 하지도 않는다. 소유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는 일도 마찬가지다. 고기를 오래 보관하는 기술을 알고 있지만 배를 타고 멀리 나갈 때만 고기를 훈제하거나 절인다. 필요 이상으로 사냥하거나 채집하지 않고, 그날 잡아들인 것은 그날 모두 먹어 치운다. 그들에게 음식은 바구니와 마찬가지로 단기적인 소모품에 불과하다.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한다는 규칙이 없고, 먹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누군가 새벽 3시에 물고기를 잡아오면 가족 모두가 일어나 먹는 식이다. 낚시나 채집도 고된 노동이 아니다. 그저 즐겁고 신나는 활동의 일부다. 욕심없이 하루하루를 즐기는 것이 중요한 이들에게 행복은 참 쉬운 일이다. 11세기에서 13세기까지 베네치아 역시 도제, 성직자, 건축가, 고급 관리들이 연루되어 수많은 위작을 만들어 가짜로 채워진 도시이다. 역사가 없었고, 지중해 세계에 비교적 늦게 등장한 도시국가 베네치아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가짜 과거를 만들어 낸 것이다. |
하나의 산업이 된 미술품 위조 시장 |
1917년 한 잡지에서는 미술품 위조는 노상강도보다 훨씬 안전하고, 은행을 터는 것보다 훨씬 점잖은 일이며, 지방검사나 경찰들이 비교적 신경을 끄고 있는 분야이기에 하나의 공장산업이 되었다고 했다. 이렇게 넘쳐나는 위조품들은 돈이 많고 미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재벌 기업가나 미디어 거물 손에 넘어갔는데, 허스트, 레만, 헌팅턴, 프릭, 크라이슬러, 멜론, 모건이 대표적이다. 모건은 위작을 사는 것뿐 만 아니라 거래상을 시켜 위작을 제작하도록 한 것으로 추측된다. |
미술이 증언하는 역사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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