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관청의 청사를 짓거나 수리하려면

장코폴로 2010. 2. 22. 11:42

관청의 청사를 짓거나 수리하려면


“관아(官衙)의 건물이 기울고 무너져 위에서 비가 새고 옆에서는 바람이 들이쳐도 수리(修理)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역시 수령의 큰 허물이다.” 『목민심서』 공전(工典)의 「선해」(繕 : 건물을 수리하고 보수함) 조항에 나와 있는 말입니다. 고을의 원님으로 무능에 빠져 관청의 청사가 풍우를 막을 수 없는 지경인데도 수리하거나 보수할 줄도 모른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다산의 말씀입니다.

그렇다고 요즘의 호화청사 문제로 세상이 떠들썩하게 요란한 것처럼 과도한 비용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고을의 원님이 허름한 청사를 수리할 경우에는 공무(公務)를 빙자하여 사리(私利)를 도모한다. 재화와 경비의 항목을 마음대로 설정하고 상급관청에 구걸하고 고을의 곡식창고를 농간질하여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들이고 아전들과 공모하여 남는 것을 가로채어 사복(私腹)이나 채운다.” (선해)라는 문제점을 다산은 분명히 지적했습니다. 조선왕조에서는 그런 문제를 염려해서 법으로 관공서의 청사 짓고 수리하는 문제에 대하여 엄격한 조례를 만들어 철저하게 야기되는 문제점을 규율하였습니다.

그러나 요즘 곳곳에서 호화청사로 세상이 시끄러운데, 과연 엄격한 규율과 통제 아래서 공사가 진행되고 경비의 결과에 대해서도 낱낱이 밝혀 한 점의 의혹이 없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다산이 걱정하고 염려했던 대로 공무를 빙자하여 사복이나 채우는 일은 없었을까요. 관청업무의 수행에 불편한 청사이거나, 너무 낡고 허술해 수리하거나 보수하지 않고는 지탱하기 어려운 청사를 그냥 두고만 지내는 무능함도 문제지만, 올바른 판단과 청렴하고 공정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사심이 개재된 공사(工事)라면 그것은 참으로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산의 기록에 의하면, 반드시 청사를 보수해야 하고,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할 필요에 의하여 지어진 건물에 기록된 아름다운 내용의 글들을 수없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인력과 경비를 드려 가장 훌륭한 청사로 리모델링하거나 새 청사를 지었다고 찬양하는 글로 칭찬을 받을 수 있을 때만, 그 수령은 능력도 있지만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관아의 건물을 잘 짓거나 수리하고 나면 꽃을 재배하고 나무를 심는 것도 맑은 선비의 자취이다.”라고 하여 조경사업에도 힘쓰도록 권장하는 다산의 뜻은 깊습니다. 어떤 원님이 청사주변에 복숭아와 오얏을 많이 재배하자, “우리 사또의 정사(政事)는 자랑할 만하구나! 우리 고을이 꽃으로 가득찻네”라고 백성들이 탄성을 질렀다니 요즘에도 그런 원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박석무 드림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식에 철학과 이야기 담아 세계화하자   (0) 2010.03.05
한류지수  (0) 2010.03.01
나는 지금도 선생님이 되고 싶다   (0) 2010.02.17
아파트 한 채의 병원비   (0) 2010.02.09
사과의 조건  (0) 2010.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