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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
어느 언어학자가 30여년간 피다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경험한 문화인류학적 모험, 그 흥미진진한 기록을 만나보십시오.
살아있는 아마존을 그리다 |
페루에서 시작되어 6,500여 킬로미터를 흘러 대서양에 닿는 거대한 강, 아마존. 남아메리카 대륙의 40퍼센트, 전체 지구 표면의 2퍼센트나 되는 면적을 차지하는 그곳의 웅장함은 인간의 상상을 쉽사리 압도하고도 남는다. 한 낮 섭씨 32도에서 43도를 오르내리는 기온, 무성한 정글이 만드는 그늘, 강에서 불어오는 습하면서도 부드러운 공기….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이 보여준 대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부족민들의 삶, 그 경이로움과 감동은 아직까지 우리에게 그 여운을 남기고 있다. 오늘은 또 한번 아마존의 진실한 감동을 북돋우는 한 권의 책을 소개한다. 아마존의 모습을 언어학자의 시각으로 담아낸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다. 자유롭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아마존 피다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책은 일리노이 주립대학 언어-문학-문화학과 학장인 저자의 직접적인 경험의 산물이다. 저자는 ‘지난 30여년 동안 그들과 함께 살면서 아마존의 웅장함과 아름다운 풍광이라는 벅찬 선물과 함께 삶, 언어, 인식에 대한 지극히 소중하고 가치있는 통찰을 얻었다’는 내밀한 고백과 함께 아마존의 생생한 삶을 그려내고 있다. |
피다한의 특별한 밤 인사 |
밤 늦도록 모여 떠들고 놀던 피다한 사람들은 자리를 뜨면서 다양한 인사말을 건넨다. 어떨 때는 그냥 ‘간다’고만 말하지만 주로 사용하는 밤 인사는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다. ‘잘자’라는 말 대신 이런 인사말을 나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잠을 조금만 자는 것은 신체 단련의 일부이자 아마존 밀림에서 살아남는 인간의 본능의 표현이다. 아마존에는 아픈 이들을 돌봐 줄 의사도 병원도 없을뿐더러 아파서 일을 하지 못하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죽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
또 다른 이유는, 정글에서는 낮이든 밤이든 넋을 놓고 잠을 자다가는 무수한 포식자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한꺼번에 오랜 시간을 자지 않고 틈틈이 토막잠을 잔다. 보통 15분에서 2시간 정도, 그 이상을 자는 일은 거의 없다. 곳곳에 고난과 위협이 도사리고 있지만 피다한 사람들에게 아마존 밀림은 유쾌하고 여유롭고 즐거운 그들만의 세계다. 이는 수면 습관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의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는 사실이다. |
내일을 위해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
피다한 사람들은 오두막을 지어 생활한다. 하지만 바깥의 위험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외벽을 튼튼하게 세우지 않는다. 대신 어느 한 사람이라도 위험에 빠지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달려와 도움을 준다. 도구를 만들 줄 알지만, 활과 창 이외의 도구는 한 두 번 사용할 뿐 오래도록 두고 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담아서 옮겨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즉석에서 야자나무 잎으로 바구니를 만들어 쓰고 버린다. 잎이 약해서 잘 마르고 부서지는 탓이다. 그렇다고 바구니를 짤 수 있는 기술을 응용하여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바구니를 만들어 쓸 생각을 굳이 하지도 않는다. 소유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는 일도 마찬가지다. 고기를 오래 보관하는 기술을 알고 있지만 배를 타고 멀리 나갈 때만 고기를 훈제하거나 절인다. 필요 이상으로 사냥하거나 채집하지 않고, 그날 잡아들인 것은 그날 모두 먹어 치운다. 그들에게 음식은 바구니와 마찬가지로 단기적인 소모품에 불과하다.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한다는 규칙이 없고, 먹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누군가 새벽 3시에 물고기를 잡아오면 가족 모두가 일어나 먹는 식이다. 낚시나 채집도 고된 노동이 아니다. 그저 즐겁고 신나는 활동의 일부다. 욕심없이 하루하루를 즐기는 것이 중요한 이들에게 행복은 참 쉬운 일이다. |
직접적인 경험에 한정된 삶과 문화 |
선교를 하기 위해 아마존으로 떠났던 저자는 언어와 문화인류학적 탐구로 그 목적을 바꾸었다. 그리고 지식의 세례를 받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많은 학문적 성과를 이뤄냈다. 이 책 역시 그 결과물의 하나답게 피다한 사람들의 말을 연구하여 발음과 뜻을 비교적 상세하게 풀이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피다한 말은 ‘친교적인 소통’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상대방의 감정이나 반응을 일러주고 사람 사이의 대화 채널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커뮤니케이션 요소가 없다. 단지 어떤 정보에 대해 물어보거나(질문),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거나(진술), 어떤 행동을 지시하는(명령) 말이 거의 전부다. |
살아있는 아마존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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