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는 장샘

황홀한 여행

장코폴로 2010. 1. 22. 07:28

북모닝 CEO 22일 2010년 01월

Today Book

황홀한 여행

지은이: 박종호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을 읽다 현실로 돌아오는 것은, 마치 백합 같은 스무 살 아가씨와 밀월을 즐기다, 호박꽃 같은 마누라에게 걸리는 꼴이다. 책 속엔 태양이 있고, 로맨스가 넘치고, 오페라 무대가 등장한다. 베네치아의 물결이 흔들거리며, 라 스칼라의 노래 소리가 진동한다...."

북 브리핑


여행기에 매료되다

 책에 대해 글을 쓰는 것만큼 허망한 것이 있을까? 그냥 책을 읽으면 되는 것을. 여행한 자의 글을 읽는 것만큼 허황한 것이 있을까? 그냥 여행을 떠나면 되는 것을. 음악에 대해 쓴 문장을 뒤따라가는 것만큼 허탈한 것이 있을까? 그냥 음악을 들으면 되는 것을.
 박종호의 이탈리아 여행기 『황홀한 여행』은 그런 책이다. 읽으면서 허망하고, 허황하고, 허탈했다. 이 여행기는 마약과도 같다. 도봉구 쌍문동의 우리 집에서 마포구 서교동의 내 사무실까지 오가는 전철 안에서, 나는 책 속에 감춰진 코카인을 주입하며 뿅 갔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책의 70% 만 읽었다. 뒷부분은 읽지 못했다. 아니, 읽지 않았다. 책 속의 글이 기가 막혀 울다 웃었으며, 사진이 멋있어서 한숨을 토해냈고, 이야기가 극적이어서 정신을 놓았었다.(나는 내릴 역을 지나치기도 했다.) 도저히 더는 읽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다 현실로 돌아오는 것은, 마치 백합 같은 스무 살 아가씨와 밀월을 즐기다, 호박꽃 같은 마누라에게 걸리는 꼴이다. 책 속엔 태양이 있고, 로맨스가 넘치고, 오페라 무대가 등장한다. 피렌체의 꽃내음이 넘실대고, 베네치아의 물결이 흔들거리며, 라 스칼라의 노래 소리가 진동한다. 아아, 음악과 꽃과 와인으로 점철된 이 책을, 이탈리아라는 여인네의 속 살 깊숙한 곳을 보여주는 이 책을, 오가는 2호선 전철 안에서 읽는다는 것은…. 미칠 노릇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읽지 마라.

 ‘......이것이 베네치아의 곤돌라이다. 둘이서 타야 한다. 둘이 타더라도 절대로 아무하고나 타서는 안 된다. 저녁 베네치아의 곤돌라에서는 그 누가 옆에 타더라도 그 품에 쓰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저녁에 곤돌라를 타면 곤돌리노는 어둡고 좁은 운하사이로 곤돌라를 몰고 들어간다.
 작은 운하에는 파도가 없다. 달빛에 비치는 수면 위로 곤돌라는 마치 얼음판을 지치듯이 스르르 들어간다. 좁은 운하로 들어가는 곤돌라는 과거의 베네치아 공화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세상과 단절된 둘만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같이 탈 그 사람이 없다면 차라리 혼자 타야 한다. 옆 자리는 언젠가 베네치아에서 만날 진정한 주인을 위해 오랫동안이라도 비워놓은 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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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박종호

정신과 전문의로서 병원을 운영해왔으며, 한양의대와 한림의대의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청담 박종호 정신과 의원 원장이다. 여러 매체에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에 관한 칼럼을 기고해왔으며, 특히 오페라 평론가로서 비평과 해설 등에서 많은 활동을 했다. 음악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국내 최초의 클래식 음반 전문점인 풍월당을 설립하기도 했다. 그 동안 지은 책으로『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1, 2』『유럽 음악축제 순례기』 『불멸의 오페라 1, 2』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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