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솔루션

 

사과솔루션

지은이: 아론 라자르  출판사: 지안출판사

변화된 사회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갈등관계를 회복하는 탁월한 키워드 ‘사과’에 관한 독창적이고 진지한 담론을 『사과 솔루션』에서 만나봅니다.

사과하기 쉬운 세상

‘사과’에 관한 보도 데이터 수치가 지난 십 수년간 급증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치인이나 유명 연예인의 빈번한 공개 사과로 미루어 쉽게 짐작되는 사실이다. 사과에 관한 논의는 여러 사회 속에서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영 라디오 방송에서 시청자 참여 형식의 사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여러 사과 대행사들이 의뢰인의 사과를 대신 전하며 관계와 불화를 조정하는 심리센터의 역할까지 해낸다는 중국의 사례가 특히 괄목할 만 하다. 갈등 해결에 작용하는 ‘사과’의 역할이 폭넓게 변화된 오늘날, 사과의 진정성에 대한 우려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권위 불문하고 손상된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써 ‘사과’를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게 된 것은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라 여겨진다.

독창적인 사과 연구보고서

『사과솔루션』은 사회적 파급 영향력이 큰 공인들의 사과 행태에 대한 진단을 시작으로 오늘날의 ‘사과 현상(Apology Phenomenon)’을 새롭게 조명한다. ‘사과’라는 개인적 행동을 심리, 사회적인 잣대로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성과 인간관계의 회복의 실마리를 쥐어주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 속의 다양한 에피소드부터 무수한 역사적 사건 속 사과 장면까지 1000여건 이상의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밝히는 사과의 문제 해결력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모델의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 또한 사과 안에 담긴 질서와 의미가 우리 사회에 보다 가치롭게 작용할 수 있음은 물론, 사과를 통해 정신질환까지도 치료할 수 있다는 저자의 새로운 견해는 이 책의 흥미를 더한다.

사회는 왜 사과를 요구하는가

왜 사과가 중요해졌는가? 이 물음에 관한 답으로 저자는 막강하게 성장한 일반 시민 파워를 지목한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수반되는 이들 갈등과 분노를 회유하는 방법으로 가장 적합한 것이 바로 ‘진실하고도 공개적인 사과의 방식’이라 살핀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와 압력도 주요 영향 요인으로 본다. 환경, 노동문제 등 사회적 이슈로부터 제동이 걸린 기업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선 선택하는 방법이 공적 사과 발표의 운을 띄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IT기술로 뒷받침되는 개인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의 성장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나 잘못을 지적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사과 문화 성장을 재촉해 온 것이다.

오바마처럼 사과하라

19-20세기에만 해도 사과는 약자의 언어로 치부되었다. 사과는 곧 굴욕이며,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피해야 할 행동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이다. 옥스퍼드대 교수 벤저민 조윗은 “결코 후회하지 말고, 변명하지도 말며, 사과하지 마라” 하며 사과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 기업, 개인 간의 상호의존적 관계의 전환기를 지나면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갈등은 새로움 해결 방법을 필요로 했고, 사과는 그 해결에 있어 가장 탁월한 소통법이자 시대를 이끄는 리더들의 핵심언어가 되었다.  저자는 사과에 관한 변화된 패러다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리더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꼽는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 한 여기자에게 발설한 말실수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을 때 바로 전화를 걸어 음성메시지에 구체적인 사과를 남겼다. 미국 경찰의 행동에 대한 공개 발언이 문제가 되었을 때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맥주를 나누며 대화를 시도했다. 오바마에게 있어 사과는 가장 적확한 ‘위기 극복의 언어’였던 것이다.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오바마처럼 사과를 직접적인 언어의 표현으로 드러내는 것은 비교적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분노와 갈등이 풀리는 인간의 심리적 구조에 기인하여 보면 사과는 나름 부합해야 하는 몇 가지 조건을 가진다. 그 조건들은 ‘당사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되며, 구체적인 욕구는 ‘손상된 자존심과 명예회복,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믿음,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는 확신, 손해에 대한 합당한 보상’ 등으로 나열할 수 있다. 이는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개개인의 사과의 경험에서도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손상된 관계를 치유하는 성공적인 사과의 조건은 사과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작용하는 진솔한 감정과 행동의 근간이 되는 욕구는 무엇인지, 사과라는 현상이 어떻게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지탱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분명한 도움을 준다.

사과의 조건은 ‘사과 잘 하는 방법’에서도 중요하게 이해해 두어야 할 부분으로 강조된다. 사과가 실패했을 경우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자문하는 과정에서 다시 짚어야 하는 내용이 바로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던 이유인지’를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과오를 정확하게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사과가 이루어진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 잘못에 대한 반성을 강조하기 위해 진심으로 후회하는 마음 표현을 더하고, 잘못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등의 부차적인 행동들이 뒤따를 때 더욱 사과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과는 갈등과 화합의 열쇠다

사과는 갈등 당사자 모두의 관대, 겸손, 헌신 등의 요소로 완성되는 복합적인 사회적 행위다. 또한 양측의 존엄성을 보호하거나 회복하면서 갈등을 평화롭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익한 커뮤니케이션이다. 따라서 그 어떤 갈등 관계라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과의 힘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도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치유책의 발견이라는 관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사과에 관한 진지한 담론을 이끌어내는 이 책의 매력은 사회 현상 안에서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사과솔루션 과정에 관한 저자의 독창적인 견해다. 아직 사과에 관한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과의 절대적인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 섯부를지 모르나, 사회 심리, 윤리, 언론 등 다양한 학문적 토대에서부터 ‘사과’의 기능이 정립된다면 보편적인 갈등 솔루션 모델의 하나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글 : 교보문고 [북모닝 CEO] 편집팀

아론 라자르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학장 및 정신의학과 교수로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를 거쳐 1991년부터 16년 넘게 매사추세츠의대 학장을 지낸 석학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나 커뮤니케이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으며, 특히 수치심이나 창피함에 대한 심리연구에 있어 세계 최고의 권위자다. 3,000여 건의 사과 사례와 임상 경험을 집약한 《사과 솔루션》은 ‘오프라 쇼’ 등에 소개되는 등 대중적 관심을 모았고, 경영 및 심리 관련 분야 연구에서도 중요한 인용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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